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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18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임시 전당대회를 열고 당의장 및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정동영  후보가 전당대회 7분연설을 마친뒤 양손을 치켜들며 지지를 호소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8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임시 전당대회를 열고 당의장 및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정동영 후보가 전당대회 7분연설을 마친뒤 양손을 치켜들며 지지를 호소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변'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열린우리당 임시전국대의원대회의 '흥행'을 제약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임시전당대회를 열고 5·31 지방선거 돌파카드로 '정동영'을 선택했다. 또 김근태·김두관·김혁규 후보가 2∼4위로 최고위원직에 진출했고, 조배숙 후보는 여성몫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유력한 열린우리당의 차기대선 후보인 정동영·김근태 전 장관이 이번 전대(全代)에서 비교적 일찌감치 '맞대결'을 하게 된 것은 우리당의 정당 지지도 하락이 첫 번째 원인이었다. 당의 '실세'가 직접 전면에 나서서 오는 5·31 지방선거를 앞장서 이끌지 않고서는 지지도를 회복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그러나 전대 결과는 조직에서 앞선 정동영 후보가 김근태 후보를 '적절한 선'(6.5%P)에서 앞서는 '평이한' 구도로 나타났다. 정동영·김근태 빅매치에서 누가 의장이 될 것이냐에 이어, 3·4위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에 쏠린 또다른 관전 포인트에서도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만의 리그', 1·2위와 3·4위 '이변'은 없었다

남은 최고위원 자리는 정동영·김근태 두 '빅2'와 각각 연대한 김혁규·김두관 후보에게 돌아갔다. 각각 3·4위로 지도부에 진입한 김두관·김혁규 후보는 역시 노 대통령의 직계로 분류되는 '참정연'·'의정연' 조직의 지원을 받았다.

'중도개혁세력 통합론'을 내건 임종석 후보와 '신40대 기수론'을 내건 김부겸·김영춘 후보는 '조직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각각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일부에서는 김두관 후보 또한 40대이고 이번 선거의 최대 승리자라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그의 지도부 진입은 40대라는 세대 대표성보다는 '노무현 직계'(참정연) 및 지역(부산경남) 대표성에 힘입은 바 크다. 이는 김 후보의 3위라는 선전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독자적으로 자생하기 어려운 정치인이라는 역설과 맞닿아 있다.

'흥행'을 부추길 만한 제도적 요인이나 인물 요소가 없지는 않았다.

2002년 3월 당시 이른바 '노풍'을 점화시킨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의 흥행 뒤에는 '국민참여'라는 제도의 뒷받침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열린우리당 전대의 경우, 선거관리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한 최초의 정당내 선거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를 보장하는 데는 인색했다.

일부에서는 공직후보를 선출하는 경선과 달리 당직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는 '기간당원제'의 정신을 살려 후보선출권을 당원에게만 국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직후보건 당직후보건 모든 선거가 국고 보조를 받는 '국민세금 선거'라는 점에서 국민 참여는 필요충분 조건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컨벤션 효과' 전무... 결국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

2002년 당시 정당지지도 추이

 2월 16일

 3월 14일

 4월 10일

 5월 13일

 5월 25일

 6월 13일

한나라당

  32.7%

  30.6%

  31.1%

  35.7%

  31.0%

  52.2%

민주당

  23.0%

  27.0%

  32.1%

  27.3%

  23.8%

  29.1%

조사기관

  TNS

   TNS

  TNS

  TNS

   갤럽

정당명부투표

 

ⓒ 오마이뉴스 김당
선거에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새로운 인물 요소도 없었다. 일부 후보들의 '주파수 맞추기' 등 전략적 제휴 요청에도 불구하고 '좌고우면'한 고건 전 국무총리는 끝까지 '좌건우건' 했고, 강금실 전 법무장관 또한 당권 후보들의 잇단 '러브 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중립'을 유지했다.

특히 강금실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두 후보측에서 서로들 "우리편"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거론하자, "나는 어느 쪽도 아니다"고 전제하고, "나는 자유로운 개인인데 조금 지나치다"고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바로 이런 한계들이 이번 전대를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배제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지지율 상승을 꾀했으나 이른바 '컨벤션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NS 정기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월 10일 21.0%인 정당지지도는 2월 7일 현재 20.3%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의 한나라당 정당지지도 또한 33.0%와 34.7%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결국 정동영 의장과 열린우리당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관련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정당지지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정당지지도와 실제 선거결과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우선 선거를 1∼3개월 앞둔 2002년 2월부터 5월까지의 정당지지율 추이를 보면, 한나라당은 30∼35%의 안정적인 지지도를 보였다. 반면에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3월 민주당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지지율 상승을 이뤘으나 4월부터 시작된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비리가 이슈화되면서 다시 하향세를 나타내다가 6·13 선거일 정당명부 투표율에서는 그 차이가 현격하게 벌어졌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고정적',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유동적'

그런데 정당지지도 추이를 보면, 지지도 변화는 주로 민주당 지지층에서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고정적인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유동적이었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경우 30∼35% 선에서 고정화된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민주당이 잘하면 지지를 하고, 잘못하면 부동층으로 빠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정당지지도는 2006년 현재의 정당지지도 추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18∼31%까지 출렁이는 지지율 추이를 나타낸 민주당의 경우, 역시 현재의 열린우리당 지지율 추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요컨대 향후 2∼3개월 안에 열린우리당이 정국을 주도할 이슈를 개발해 낸다면 현재의 정당지지도는 반등할 수 있으며, 특히 선거가 임박할수록, 그리고 이슈가 클수록 지지율은 큰 폭의 변화로 출렁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동영 후보가 당의장에 당선되자마자 수락연설을 통해 '지자체 비리 국정조사권' 발동의 칼을 빼어든 것도 이슈 대결의 효과를 통해 선거판을 크게 출렁이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한나라당이 독점해온 지방은 토착비리, 인사비리, 개발비리로 썩었다"며 "썩은 지방권력을 교체하는 것이 이번 5·31 지방선거의 의미"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또한 황우석 파문과 윤상림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여권의 지자체 국정조사는 이에 대한 '맞불효과' 이외의 국면 전환용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정 의장은 "지자체 국정조사는 명백히 '정책 경쟁'의 테두리에 들어간다"고 주장하지만, 행자부의 7년여만의 서울시 감사 등과 맞물려 여론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결국 지지율을 단박에 끌어올릴 만한 '히든 카드'가 없는 이상, 남은 것은 인물로 승부를 거는 것뿐이다. 강금실 전 장관, 진대제 장관 등 대중적 인기가 높은 후보를 수도권 벨트에 배치하고, 정 의장이 바람몰이 유세를 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금쥐몰이' 전략이다. 이와 같은 '개혁삼각편대'는 정 의장이 선거기간 동안에 '박근혜-이명박-뉴라이트'를 '수구삼각편대'로 규정해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그어온 것과도 상응한다.

강금실·진대제 앞세워 정동영 바람몰이 하는 '금쥐몰이' 전략

정동영 의장은 낮은 지지율을 단번에 끌어올리기 위해 강금실 전 장관, 진대제 장관 등 대중적 인기가 높은 후보를 수도권 벨트에 배치하고, 자신이 바람몰이 유세를 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금쥐몰이'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정동영 의장은 낮은 지지율을 단번에 끌어올리기 위해 강금실 전 장관, 진대제 장관 등 대중적 인기가 높은 후보를 수도권 벨트에 배치하고, 자신이 바람몰이 유세를 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금쥐몰이'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이처럼 여당은 구도와 조직을 중시하고 야당은 이벤트와 바람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선거전략과는 정반대의 선거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낮은 정당지지율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후보의 대중적 인기에만 의존하는 '금쥐몰이' 전략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강금실 전 장관의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가 인구 천만의 비대한 서울시정을 이끌기에는 검증되지 않은 후보라는 점이 그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관선과 민선에 걸쳐 서울시정을 두 번이나 역임한 '서울박사 고건'이 가세한 '사다리꼴 편대'로 강금실 후보에게 부족한 안정감을 부여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현재의 여야 정당 구도와 정당 지지율로는 강금실 아니라 강금실 할머니를 데려와도 어렵다"는 현실론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테면 2002년 지방선거 전의 정당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은 30∼35%대로 안정적이었으나 민주당은 18∼31%대로 출렁였다. 그러나 막상 6월 13일 정당명부 투표율에서는 한나라당 52.2%, 민주당 29.1%로 그 차이가 현격하게 벌어졌다(선거결과 역시 16개 광역단체장은 한나라당 11석 대 민주당 4석, 232개 시장·군수·구청장은 한나라당 140석 대 민주당 44석으로 한나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한나라당은 평시의 정당지지도보다 20%P나 높은 지지를 얻은 반면, 민주당은 평시의 정당지지도와 큰 차이없는 지지를 얻은 배경은 투표율에서 찾을 수 있다. 2002년 6·13 지방선거의 전국 투표율은 48.8%였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인 40대와 50대 이상 연령층은 투표율이 높은 반면, 민주당 지지층인 20대와 30대는 투표율이 낮았다.

강금실 전 장관의 대중적 인기는 대부분 젊은층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열린우리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보다 최소 10% 차이로 앞서가야 비로소 박빙의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정동영 의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기에 고건 전 총리를 만나겠다"며 "고 전 총리가 참여정부 초대 총리로서, 우리당과 협력할 수 있다면 (지방선거에서) 우리당에 큰 힘이 되고, 고 전 총리에게도 영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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