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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부터 ‘영동부군수성추행사건해결을위한충북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싸워온 시민단체회원들과 피해자들은 ‘가해자 해임’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며 현재 가해자가 낸 민,형사상 소송에 맞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 대책위
지난해 3월부터 ‘영동부군수성추행사건해결을위한충북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싸워온 시민단체회원들과 피해자들은 ‘가해자 해임’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며 현재 가해자가 낸 민,형사상 소송에 맞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 대책위 ⓒ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 군청 산하 국악단원들을 성희롱해 물의를 빚은 ‘충북 영동부군수 성추행사건’이 가해자인 김모 부군수가 해임되면서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렸으나 김 전 부군수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낸 가압류와 민사소송은 취하되지 않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영동부군수 성추행 사건은 2003년 11월과 2004년 4월, 군청 산하 국악단의 단장인 부군수가 단원들에게 성추행을 가한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노동조합과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지난해 10월 가해자의 해임을 이끌어낸 사건이다.

이번 사건 해결과정에서 가해자는 해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예훼손 등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낸 소송들을 철회하지 않고 있어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의 싸움은 계속 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3월부터 ‘영동부군수성추행사건해결을위한충북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싸워온 관계자들과 피해자들은 공직사회 성폭력이 발생했던 제주도 사회단체 등과 함께 지난 7일 청주에서 ‘공직사회 성폭력 근절대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건일지

2003. 11 일본 해외연주를 마치고 뒤풀이 자리에서 영동부군수가 4명의 ㄴ국악단 단원들에게 강제로 블루스를 추게 하고 입을 맞추는 등 성희롱 발생
2004. 4.17 청남대 공연 후 회식자리에서 국악단원 최모씨 볼에 뽀뽀하는 사건 발생
2005. 3 ㄴ국악단 노조설립, 이에 용기를 얻은 피해자 최모씨 진정 의지 밝힘
2005. 3.30 최모씨가 부군수를 상대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진정서 제출(1차)
6.1 국악단 4명 추가 피해자 노동사무소에 진정서 제출(2차)
6.4 1차 부적절하게 6시간 동안 진행된 대질조사 후 진정인이 진정서 취하 의사 밝힘
7.19 국악단 6명 노조원과 대책위 2명, 총 8명이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 고소됨
7~8월 가해자 및 진정인 조사 진행
9.2 청주지방노동사무소 성희롱 판정
9.28 가해자 직위해제 결정
10.7 가해자 해임 결정
11.5 가해자, 결백주장하며 가압류와 민형사상 소송 취하 않고 소청제기
2006. 2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낸 민형사상 재판과 가해자가 낸 행정소송, 소청 진행 중
토론회에서는 공직사회 성폭력 근절을 위한 법 제도 개선 방안과 성인지적 도정운영을 위한 계획 등 후속대책 마련과 이번 사건이 시사한 한계점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사건 역시 기관장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공직사회가 피해자보다는 가해자를 두둔하는 부적절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더 높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6시간이나 대질 조사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양산했으며, 지방공무원법 상 징계 요구가 있는 공무원의 경우 직위 해제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하지 않았다. 더욱이 가해자가 신청한 보직신청을 받아주어 보직을 발령하기도 했다. 또한 가해자가 피해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 이들의 월급 50%가 가압류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가해자의 역고소로 인한 피해를 막지 못하고 있다.

김원정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여성정책연구원은 공직사회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성희롱 예방교육 강제조항으로 변경 ▲성희롱 피해자 및 피해주장 제기한 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와 유급휴가 등의 보호조치 마련 ▲남녀고용평등법 성희롱 관련 조항 및 정책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 외에도 성폭력가해자의 명예훼손소송을 제한하거나 고용주나 기관장에게도 책임을 묻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재오 대책위 간사는 “공직사회 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공신력 추락과 집행마비를 초래하기 때문에 다른 사건보다 원칙적으로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며 “향후 성희롱심의위원회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인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성희롱 예방지침이나 인사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이 다른 사건과 달리 직장을 지키면서 남은 민·형사상 재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관심거리다. 영동부군수 사건 피해자인 국악단 단원 S씨는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정신적 고통이 따라도 승리할 때까지 직장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직장을 옮기더라도 이번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재숙 대책위 대표는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대책위 실무자들과의 연대를 지키고 한 목소리를 낸 것이 힘이 됐다”며 “이런 여성들의 연대야말로 여성들의 미래를 힘차게 만들어가는 힘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충청북도는 이번 사건 이후 ▲5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토론식 성희롱예방교육 실시 ▲가해자가 고위직일 경우 차상급자를 임시위원장으로 한 성희롱심의위원회 개최 추진 ▲여성정책관실에 성희롱 업무 전문가 육성 등을 마련했다.

과거 공직사회 성폭력은?

과거 발생한 공직사회 내 대표적인 성폭력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2002년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 성추행사건’을 비롯해 2001년 충북 청원구청 사회복지과장 성희롱 사건, 2004년 서원대학교 교수 성희롱 사건 등이다. 이 사건들은 감봉이나 경고 등 솜방망이 징계를 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 성추행사건은 2002년 우 전 제주지사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지역 여성단체장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발생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행정소송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민사소송은 중단돼 언제 다시 속개될지 모르는 상태다.

서원대학교 사건은 성희롱 교수에 대해 4명에게는 경고, 1명에게는 휴직 3개월로 판결이 났으나 논란 끝에 2005년 2명은 2개월 정직, 1명은 3개월 감봉으로 징계를 재확정했다.

2개월 감봉과 사업소 전출명령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청원구청 과장 회식자리 성희롱 사건은 지난 2003년 충북 청원군이 오히려 가해자를 서기관으로 승진시키고 기획감사실장으로 임명해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김효선 제주여성상담소장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지침만으로는 성폭력 문제를 근절할 수 없으므로 고위공직자의 성윤리 지침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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