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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잠자리가 바뀌니 잠에서 일찍 깬다. 그래도 옆 사람을 깨울까 염려스러워 이불 속에서 조용히 뒤척이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스피커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하! 이게 그 유명한 기도하라는 소린가 보다.

우리 일행은 세 사람이라 두 개의 방을 사용하면 도리어 불편할 것 같아 한 방을 사용하였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모두 깨어 있었다. 이 소란을 빙자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숙소 건물 너머엔 너무 아름다워서 ‘말마라’라는 마르마라 해가 보인다.

위로는 흑해, 아래로는 지중해, 그 사이에는 마르마라 해. 마르마라 해를 사이로 두고 양 옆으로 사탕을 매듯 가장 오목한 부분이 위는 콘스탄티노플과 아래는 트로이가 있다. 배들이 지나가고 있다. 위로 조금 더 가면 흑해가 나오고 더욱 올라가 돈 강을 따라 계속가면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다. 아래로는 에게해, 더 아래엔 지중해가 있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면 인도양 거쳐 우리나라로 갈 수 있다.

이슬람교도는 매일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매카를 향해 5차례 기도를 해야 한다. 터키인은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에 기도시간이 되면 각 사원의 여기저기서 기도소리를 방송한다. 이 소리를 예잔이라 한다. 소리가 낭랑하여 어쩌면 아침 산사에서 올리는 예불소리 같기도 한데 훨씬 리드미컬하고 활기차다. 이 내용은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의 구절을 읽는데 주로 ‘알라신은 유일한다’ ‘마호멧은 선지자다’ 그런 내용이다.

터키의 국부 아타튀르크는 터키를 이슬람 국가 중 유일하게 종교와 정치를 분리한 세속주의를 채택했다. 유럽과 중동의 중간에 있는 관계로, 유럽인 동시에 아시안인 관계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던 것 같았다. 이러한 흔적은 땅이 대부분 아시아에 속해있으면서도 나토의 회원국인 것처럼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덕택에 시내를 다녀도 기도시간에 맞춰 길에서 기도하는 사람의 풍경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터키의 아침은 빵집으로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있듯이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빵집 안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빵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일과를 시작한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에겐 익숙 되지 않은 풍경이지만 ‘제법 합리적인 방법이 아닌가?’라고도 생각된다.

▲ 터키의 빵집
ⓒ 이태욱
우리는 여행객이므로 호텔 식당에서 뷔페식 식사를 한다. 바게뜨 한 소쿠리, 오이 토마토 사과 썰어놓은 것, 햄, 소시지, 치즈, 두부인지 잘 구별이 안 되는 요구르트, 여러 종류의 올리브 열매. 흔히 보는 뷔페의 메뉴와 약간 달라서 어떻게 먹어야 할지 헷갈린다. 나야 워낙 아무거나 잘 먹으니 전혀 문제가 없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식단을 보고 약간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그러니 가장 먼저 바닥이 나는 건 삶은 달걀이다.

김치, 오징어는 여기 사람들이 시체 썩는 냄새를 느낀다고 하니 그들과 함께 사용하는 식당에 비상용 한국반찬을 꺼내기도 어렵다. 여기는 물에 석회질 성분이 많으므로 관광객은 모두 페트병에 든 물을 사먹어야 한다.

석회질 성분을 배출시키는 데는 올리브 열매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 ‘너희가 먹을 수 있으면 나도 먹을 수 있다는 신조’로 올리브 열매를 잔뜩 들고 왔더니만 식성이 전혀 까다롭지 않은 나에게도 아직은 약간 무리였다.

옛날의 이스탄불은 유럽 땅에만 있었지만 지금은 도시가 비대해져서 아시아 지역과 동시에 걸쳐있다. 1500만명의 인구를 자랑한다. 그 사이에는 보스포러스 해협이 있고 다리가 두 개 있다. 오늘 첫 번째 일정은 보스포러스 해협 유람이다. ‘터키의 날씨는 여자의 마음과 같다’더니만 오늘은 무엇에 삐쳤는지 아침부터 새초롬하고 간간히 비를 뿌린다. 그렇다고 해서 일정을 그만 둘 수는 없는 일. 찬바람을 맞서며 배에 올랐다.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두 개의 대륙에 걸친 유일한 도시이다. 지도만 봐도 전략적 요충지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가장 짧은 해협의 길이가 660m이다. 강 건너도 아니고 대륙과 대륙을 잇는 거리가 그 정도이니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국제적인 도시로 발달한 것은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나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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