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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황정민씨와 이현승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는 영화인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시위에 앞서 "한국영화 시장 성장에 비해 촬영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 등 여러 모순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영화배우 황정민씨와 이현승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는 영화인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시위에 앞서 "한국영화 시장 성장에 비해 촬영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 등 여러 모순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인 시위를 벌이는 영화배우 황정민씨.
1인 시위를 벌이는 영화배우 황정민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15일 오후 1시 영화배우 황정민씨와 이현승 감독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릴레이 1인시위의 11번째 주자로 나섰다.

이들은 본격적인 시위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영화 시장 성장에 비해 촬영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 등 여러 모순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은 "지난 98년부터 시작한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동안 스태프 처우, 독립영화 촬영 환경 등을 개선하지 못한 채 영화를 만들기만 했다"며 "국민들이 이같은 문제점들을 속속 알고 있는데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사수 주장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감독은 "감독, 스태프 등 영화 관계자들이 영화계의 모순점들을 해결하고자 고민하고 있다"며 "지난해 영화노동조합도 만들어서 변화를 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 감독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가질 시간이 필요하다"며 "협상 전에 무조건 한국영화의 의무상영일수를 줄이라는 전제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정당한 처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황정민씨는 "열심히 하겠다, 무슨 말을 하겠느냐"는 짤막한 소감만 남긴 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시위에 임했다.

정지영 "정동채, 외교부인지 재경부인지 미국 관리인지"

이날 두 사람은 '한국영화, 관객 여러분의 사랑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올바르고 정직하게 커가겠습니다, 스크린쿼터를 지켜주십시오'(이 감독) '한국영화! 스크린쿼터와 관객 여러분이 만듭니다, 스크린쿼터를 지켜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황씨)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번갈아 가면서 시위현장을 지켰다.

한편 정지영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감독은 1인시위 주자가 나오기 전 투쟁 경과보고를 통해 전날 국회에서 열린 문화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정 감독은 "회의를 끝까지 참관하면서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을 향해 '외교통상부 장관이냐, 재정경제부 장관이냐, 아니면 미국 관리냐'라고 일어나서 소리치고 싶었다"며 "정 장관의 무책임과 무력함에 너무 실망했다"고 비난했다.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영화계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113개 시민단체들이 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전국민중연대, 전국농민연대 등 시민단체들로 결성된 '스크린쿼터 사수·한미 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건물 앞에서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한상렬 통일연대 공동대표 등 시민단체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다. 54개 시민단체가 지난 7일 남산 영화감독협회 시사회장에서 스크린쿼터축소 운동에 동참 의사를 밝힌 이후 조직출범을 알리는 자리가 된 것.

범국민대책위 본격 활동 시작

대책위는 "굴욕적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제2의 한일합방"이라며 "이제 국민이 나서서 막나가는 미국과 한국 정부에게 한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1월 13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26일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 2월 2일 한미 FTA 공청회 무산 등 한국 정부는 신속한 협상 타결을 향해 무한질주를 벌이고 있다"며 "한미 FTA 협상은 미국의 입맛대로 척척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에 국민의 이익이나 합의는 없다"고 비난했다.

대책위는 "미국은 유엔에서 지난해 10월 채택된 문화다양성협약마저 무시하고, '스크린쿼터를 축소하지 않으면 협상에 임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를 협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은) 교육, 의료, 방송, 통신 등 한국 사회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거대자본이 쉽게 들어와 빠르게 착취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농민들은 지난 1년간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를 무시하고 쌀시장을 개방했다"며 "이번에도 FTA 체결조건으로 스크린쿼터축소, 광우병 소 수입 등을 약속하는 등 민중의 생존권을 짓밟는 협상을 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스크린쿼터 사수,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 출범 선포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에서 열렸다.
'스크린쿼터 사수,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 출범 선포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재정경제부 주도 FTA 협상에 우려"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국회 문화관광위원들이 14일 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를 반토막낸 정책에 대해 정동채 문화부 장관을 엄중히 질책했다"고 전한 뒤 "정 장관도 한국영화 부흥이 스크린쿼터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경제부처 중심으로 축소방침을 발표해 어쩔 수 없었다는 궁색한 답변을 하더라"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며 자주외교를 선거공약으로 내놓았지만 내용적으로는 미국에 다 넘겨줬다"면서 "이제는 노동자, 농민, 양심적 지식인이 민중 생존권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재정경제부 주도의 한미 FTA 협상에 우려를 표한다"며 "민주정부가 두 번 수립됐어도 대미문제는 여전히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대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늘 금요일 대규모 촛불문화제

영화인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정지영 감독은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의 압박이 한국에서 커다란 효력을 발생하고 있다"며 "여러 시민단체들의 협조 속에 우리의 식량과 정신을 찾기 위한 줄기찬 투쟁을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촛불문화제(2월 17일) ▲한미FTA 저지와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전국 순회 ▲범국민대회(4월 15일) ▲서명활동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 청와대 등 면담 요청 등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애초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경찰의 통제로 50여m 떨어진 KT건물 앞에서 개최됐다. 경찰은 1개 중대를 배치하고 미 대사관에서부터 기자회견 현장까지 '철통경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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