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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10일 오후 과천시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노인정책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취임하던 첫날 기자들과 만나 "정책이 아닌 사건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그를 향해 한 기자가 "유 장관을 '정책'의 시각에서 봐야 할지, '사건'의 시각에서 봐야 할지 모르겠다(웃음)"는 질문을 던지자, 유 장관은 "그러면 제가 말씀드리는 대로 그대로 해주시렵니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 첫 화제로 '노인', 유 장관 표현으로는 '어르신'이 도마에 올랐다. 취임 이후 일부 언론들은 그의 노인 관련 행보에 대해 "지방선거용" "이미지 쇄신용" "정동영과의 차별화"라며 갖가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장관 내정 단계에서부터 취임 이후까지 줄곧 낮은 자세로 임하고 있는 유 장관의 또 다른 일관성은 노인을 향해 있다는 점이다.

유 장관은 취임 이튿날 노인복지회관과 무료경로식당을 찾아 배식 등 봉사활동과 오찬도 함께 했다. 그 뒤 국회를 방문해 각 당 대표를 만나는 와중에도 짬을 내 대한노인회(회장 안필준)를 방문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장관이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취임인사를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는 말이 돌았다. 유 장관은 "어디를 가든지 웃어른들을 찾아뵙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그는 노인 문제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 청문위원의 '유시민표' 정책을 묻자 유 장관은 '국민연금 개선'을 꼽으면서 동시에 "고령화에 대비해 어르신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 노년에도 인생의 뜻을 찾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도 어른신들을 잘 모시고 싶다"고 밝혔고, 기자들의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오해를 받더라도 이 일(노인복지)은 할 수밖에 없다"고 의지를 꺾지 않았다.

[정치] 지방선거용 혹은 대권 이미지 관리?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노인 폄훼 문제로 홍역을 치른 것과 무관한 행보일까. 5월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다."(<동아일보> 13일자)

유 장관의 행보와 관련, 여당의 차기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정동영 상임고문과의 차별화라는 시각도 있다.

같은 날 장성민 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노 대통령이 자신과 코드가 맞고 자신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임해 왔던 유시민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앉혔다"며 그 배경의 핵심에는 '노인 폄하 발언'으로 노인들로부터 분노의 대상이 돼 왔던 정동영 전 장관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전 의원은 "유 장관은 정 고문이 헝클어 놓은 열린우리당의 민감한 정치지대인 경로세대를 우선적으로 공략해 들어갔다"며 "유 장관은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문제에 가장 우선적인 관심을 갖겠다고 함으로써 정 고문과는 매우 상반된 정치 행보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정치적 해석에 대해 유시민 장관쪽에선 '개인적 소신'이라고 항변한다. 유 장관의 누이인 유시춘씨(소설가)는 "독일 유학을 다녀온 뒤 가장 충격을 받은 게 유럽의 노인 문화였다"며 "젊어서 열심히 일한 뒤 멋쟁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노후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나라와 많이 다르다고 사석에서 몇 차례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 장관이 독일 유학시절 <한겨레신문> 통신원('내가 본 독일·독일인' 연재)으로 일하며 썼던 '대 잇는 집단효도 연금'이라는 글에도 이같은 문제의식은 녹아 있었다. 독일의 '노후보험제도'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늙으신 부모를 공양하는 일을 개인의 의무요 덕목으로 친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적어도 경제적인 면에서만큼은 '효도의 사회화'를 이뤄놓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유 장관은 "언론에서 오해를 하는데 (노인 정책을) 지금 아이디어를 모아 기획하고 집행하는 등 준비해야 빨라야 내년 초"라며 "선거와 관계없이 노인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대한노인회 대표들에게 설명했다.

[정책] 효도연금법으로 국민연금법 처리 포석?

▲ 장관 임명후 국회를 첫 방문한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 13일 오후 국회 연금제도특위가 끝난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청와대는 유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한 이유 중 하나로 최대 현안인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꼽았다. 유 장관은 현행 국민연금법의 문제로 꼽히는 '재정 고갈'과 '사각지대 해소'라는 난제를 부여받은 것이다. 이는 유 장관이 차기 주자 반열에 오를지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유 장관은 작년 노인복지법 개정안과 효도연금법을 내놨다. 핵심은 65세 이상의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연금보험료 납부 없이도 국가가 일정액(매달 10만원 가량)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재정악화 대책을 유지하면서도, 취약계층에 대한 경로연금을 확대·강화해 사각지대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절충안'의 성격이다.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2008년부터 50%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현행 9%를 2030년까지 15.9% 올리는 국민연금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사각지대 해소를 명분으로 65살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제 도입을 주장했고, 여기에 다시 여당은 "표를 의식한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맞서면서 여야는 평행선을 달려왔다.

이런 가운데 효도연금법이 한나라당과 타협 지점을 찾을 수 있는 매개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 여권의 기대다. 유 장관 쪽에선 효도연금법이 통과되면 노인의 20%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효도연금이라는 그럴싸한 이름 정도로 한나라당의 체면은 세워주면서, 여당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빠른 시일 내 처리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위 소속의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은 "효도연금법은 연금 체계가 아닌 경로수당의 확대에 불과하다"며 "국민연금을 정쟁이나 정치적 협상의 대상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의원은 "유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기초연금제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드는 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국민연금특위는 이달 말까지 활동, 개혁안 도출될까

지난해 11월말 결성된 국회 국민연금제도 특위는 3개월 만에 다시 가동되었다. 공교롭게도 유 장관의 입각과 동시에 공전되어온 특위도 재가동된 것이다. 13일 열린 회의에 참석한 유 장관은 "원만한 합의를 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필요한 모든 뒷받침을 충실히 해 올리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는 '사각지대 해소 및 재정건전화'를 위한 소위와 '기금운용 체계 개선'을 위한 소위 등 2개 소위원회를 구성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인 활동시한 내에 3년간 표류해온 국민연금 개혁안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유 장관의 '협상 방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치컨설팅 '민(MIN)'의 박성민 대표는 유 장관의 '노인 행보'에 대해 "유시민이기 때문에 뉴스가 되는 것 아니냐"며 복지부장관으로서 노인 문제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대표는 "설사 '정치인 유시민'으로 보더라도 대중적 심리를 진솔하게 느껴온 그의 입장에서 자신들에게 표를 주지 않는 분들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치 행위"라며 "결국 정책집행자는 결과로서 평가받게 된다"고 말했다. "선한 의도보다 선한 결과를 중시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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