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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당의장 최고위원 후보들은 지난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넷 합동토론회를 갖고 누리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만 좀 해라."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에 나선 정동영 후보를 돕고 있는 한 의원 보좌관이 전해준 얘기다. 이 보좌관은 전국을 돌며 후보자 합동연설회 등에서 대의원들을 현장에서 접촉해왔다. 그런데 이 말은 어느 지역엘 가나 대의원들이 내뱉는 말이 "그만 좀 해라"라고 한다.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가 너무 잦다는 원성이었다.

"투표하러 올 때 5만원씩이 든다고 한다. 차비, 식비, 선거 끝나고 소주 한 잔 걸치면 일인당 그 정도는 갹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토론회 때도 오면 비용은 그 두 배 아닌가. 게다가 이번 선거는 중앙선관위원회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후보 측의 향응을 받았다가) 걸리면 끝장이다."

2004년 1월 직선제가 실시된 이래 열린우리당 당의장은 7명이 교체되었다. 선출직은 정동영·문희상 뿐이었고 나머지는 중도하차한 전임자를 대신한 임시 당의장이었다 하더라도 '임기 2년'을 채운 당의장은 없다. 역시 직선제로 선출됐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년 7개월째 장수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박 대표의 임기는 오는 6월까지다.

국민들은 시큰둥... 당내에서도 "또 선거? 5만원 드는데"

전당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 안팎의 온도차는 현격하다. 당내에선 1·2위 각축, 누가 3·4위가 될지, 또 40대 후보 중에 당선권에 들지 등에 관전포인트가 집중되고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영 시큰둥하다.

지난 1월 2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 전당대회에 대한 국민관심도는 25.9%, 2월 3일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25.6%가 나왔다.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도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은 50% 안팎에 머물고 있다.

당 지지율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7일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1월에 비해 3.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고, 8일 KSOI 조사에선 되려 1%가 떨어졌다. 전당대회 전후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당에선 애초 컨벤션 효과(전당대회 이후 정당 지지도 상승)로 적게는 5%에서 10%를 장담했다. 정동영·김근태 '빅매치'로 국민적 관심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정동영 후보는 "열린우리당 144명 의원이 0.1%씩 올리고, 경선 후보자들이 1%씩 책임지면 (더 올라갈) 당 지지율은 9%가 되지 않냐"고 주장했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또한 김한길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전까지 제가 5% 올리고, 선출된 당의장이 5%를 올리면 당 지지율이 10%는 높아지지 않겠냐"고 호언했지만 그 역시 공허하다.

빅매치 흥행효과 기대했지만 지지율도 그대로

중앙당 전당대회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문남주 실장은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며 "작년 4월 전당대회(문희상 의장 당선)에 비해 확실히 뜨겁다"고 말한다. 광주 합동토론회는 1200석의 거의 두 배 되는 대의원들이 모였다. 서울 토론회에서도 좌석이 모자라 서 있는 대의원들로 실내는 빽빽했다.

하지만 특정 후보의 조직력이 발휘되고, 지방선거 출마 이해관계가 걸린 대의원들의 반응만으로 현장을 판단할 수는 없다.

공보실의 한 당직자는 "현장과 중앙(언론)이 이분화되어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모은 2002년 국민경선과 비교하는 시각에 대해 "대통령 후보를 뽑는 선거와 당의장을 뽑는 선거는 다르다"고 전제한 뒤 ▲인사청문회 등 다른 이슈에 묻힌 점 ▲네거티브 선거에 대한 부담 ▲선거운동 기간이 길다는 점 ▲순위 다툼 등 언론의 경마식 보도 등을 꼽았다.

반면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한귀영 KSOI 연구실장은 "전당대회 관심도가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애초에 기대했던 지지율 상승을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신임 당의장이 얼마나 준비된 대안을 가지고 움직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당의장 최고위원 후보들은 지난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넷 합동토론회를 갖고 누리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들이 토론회에 앞서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슬그머니 사라진 정책... 통합론이 그 자리에

전문가들은 "국민적 관심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쟁점이 되고 있는 '통합론'(민주당 선거연합·범양심세력 대연합)도 국민들에겐 '당내 이슈'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한귀영 실장의 분석이다. 또한 '당권파 책임론'은 과거 지향적이고, '당·정·청 관계 쇄신'도 집안 싸움처럼 비춰진다는 것.

이번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이렇다 할 정책 이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올 초 여권의 화두는 '양극화 해소'였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당 복귀 후 '정동영과의 빅매치'에 날을 세우면서도 정책간담회를 두 차례 개최하며 양극화 문제에 각별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한 핵심측근은 "초기에 정책 선거를 시도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대연합론으로 튼 것"라며 "결국 전당대회는 '조직' 싸움이었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연두연설을 통해 양극화 해소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증세냐, 감세냐의 논쟁으로 진행되면서 후보들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금'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건드릴 수 없었던 것이다.

정동영 고문은 '5대양 6대주'(5대 양극화 해소와 6대 주요발전전략)라는 표현으로 정책을 쉽게 전달하려 했지만 원칙론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측근은 "양극화라는 개념도 아직 국민들에겐 익숙하지 않다"며 "공감대를 넓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정 고문은 '양극화 재원 마련'에 대한 논란이 일자 군축을 제기했다가 이후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보수언론에선 사설을 통해 '비현실적인 발상'이라고 공격했지만 반론 논평도 내지 않았다. 불필요한 화를 자초하지 않겠다는 몸 낮추기라는 지적이다.

김근태 고문은 개헌을 통한 '토지공개념' 도입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포퓰리즘적(대중영합주의)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8·31 부동산 후속 법안들이 아직 실행되지도 않고 있는 상황인데가 '개헌'은 멀고도 지난한 절차였다.

전당대회 이후를 기약하는 후보들... 과연?

정동영·김근태 후보는 다시 전당대회 '이후'를 기약하고 있다.

정동영 캠프의 최규식 대변인은 "정동영 특유의 역동성이 발휘될 것"이라며 "당선 직후 민생 현장을 돌고 지방선거 대비 카드를 내놓는 등 대안을 가지고 움직이면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정 고문은 '어게인 4·15'라는 구호를 외치며 2004년 4월 15일 자신이 당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지지율이 급격히 올랐던 당시를 부각하고 있다.

김근태 캠프에선 지지율 상승의 근거로 '노무현 효과'를 들고 있다. "김근태가 되면 대이변이고 그 효과로 국민적 관심은 증폭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반(反)한나라당 구도의 대연합을 구축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논리다. 2002년 국민 경선에서의 '노무현 드라마'의 재연이다. 우원식 대변인은 "열린우리당 틀만으로는 안된다"며 "전당대회가 끝나고 어떤 출발을 하느냐에 따라 지지율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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