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마룻장이 뜯겨나가는 등 내부가 심하게 파괴된 대추리교회
ⓒ 문만식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역인 평택 팽성읍 대추리의 빈 교회인 '대추리교회'가 심하게 파괴돼 그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장을 목격한 대추리 주민들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0일(금) 저녁 해가 지고 난 6시 40분께부터 약 40분 동안 벌어졌다.

당일 현장을 목격한 서아무개씨는 "저녁에 어둠이 깔리니까 여러 사람이 교회를 부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교회 바로 옆집의 홍아무개씨는 "차량이 들어온 뒤 '땅땅' 하며 마룻장 뜯어내는 소리와 유리 깨는 소리로 한참 동안 시끄러웠다"며 "(무슨 일인가 하고) 들여다봤지만 어두워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 대추리교회 방충창 등 이중창이 모두 뜯겨진 채 건물 바닥에 떨어져 있다.
ⓒ 문만식
직접 현장을 목격하지 못했다는 이아무개씨는 "교회를 때려 부순다고 안식구가 같이 가보자고 했는데 안 갔다"며 "다음날 낮에 가보니 예배당 마룻장이 다 뜯겨나가고 방충망과 알루미늄 새시 창문도 다 뜯겨있었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씨는 "목사가 '미군기지가 들어오게 될 줄 알았다'고 설교해 1년 전 교회를 그만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군기지 확장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팽성 주민대책위 장도정 홍보부장은 "3차 평화대행진이 예정된 12일 낮에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연합예배'가 예정돼 있었다"며 "예배 참가단체 관계자가 '대추리 교회' 전 담임목사에게 장소 사용 협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대추리교회 입구로 통하는 벽면에 '출입금지' 글씨가 크게 쓰여 있다.
ⓒ 문만식
대추리 교회는 국방부에 교회를 매각한 뒤 약 한 달 전 송화리로 이전했고 전 담임목사도 송화리에서 사목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교회 관계자는 "며칠 전 김아무개 목사라는 분이 목사님께 전화를 걸어와 대추리 교회 사용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며 "목사님이 '바르지 않은 예배에 교회를 이용하게 할 수 없다'며 거절하시는 걸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전에 단전신고까지 해 그 교회는 누구 것도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교회 측에서 대추리교회를 파손했는지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모르는 일이니 국방부에 문의해보라"면서도 "교인들이 (타 단체의 사용요청 사실을) 알았으니까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4년을 있은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확장 문제로) 일부 주민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입었다"며 "때가 되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사람이 살지 못하도록 창을 뜯어내고 유리를 깬 대추리 빈집
ⓒ 문만식
한편 최근 국방부와 협의매수를 거쳐 마을을 떠나는 일부 주민들이 자신이 살던 집을 고의적으로 복구 불가능하게 파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중순께 이사 나간 박아무개씨 집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사 당일 박씨 집은 창 유리를 깨뜨리는 소리, 나무 창틀을 베는 전기톱날 소리 등으로 온종일 시끄러웠다. 당일 현장에서 이를 말리던 한 주민은 "마을을 흉흉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전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 국방부에 협의매수하고 나간 전 주인이 집을 부수는 소리가 온종일 계속됐다.
ⓒ 문만식
이사를 나간 뒤에도 찾아와 창 유리를 깨거나 보일러 선을 끊고 가는 사례도 있었다. 사용하거나 고물상에 팔아넘기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 사례들이다.

이런 사례들은 평화운동가들이 지난 1월초부터 '대추리 평화촌 만들기' 캠페인 하나로 빈집을 수리해 입주하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대추리 주민들은 며칠 전 '입춘대길', '올해도 농사짓자'는 글귀를 적은 입춘방을 집집마다 써붙이며 예년과 다름없는 한해를 기원했다.

▲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집집마다에 '올해도 농사짓자'는 입춘방이 붙었다.
ⓒ 문만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