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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꽃섬>의 송일곤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는 영화인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했다. 격려방문 온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와 천영세 의원이 송일곤 감독과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경찰이 갑자기 밀고 들어오면서 이들을 에워싸고 있다.
영화 <꽃섬>의 송일곤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는 영화인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했다. 격려방문 온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와 천영세 의원이 송일곤 감독과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경찰이 갑자기 밀고 들어오면서 이들을 에워싸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오른쪽)와 천영세 의원이 당원이기도 한 문소리씨를 격려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오른쪽)와 천영세 의원이 당원이기도 한 문소리씨를 격려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 "1인시위 장소를 이동해주십시오. (미국 대사관) 정문에서 한 결과 혼잡스러우니까."
송일곤 감독 "변호사가 온다니까 일단… (서 있겠습니다)."


13일 오후 1시 영화배우 문소리씨와 송일곤 감독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기 위해 아홉번째 1인시위 주자로 나섰지만, 두 사람의 시위 장소는 대조적이었다.

문씨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100여명의 팬들에 둘러싸여 밝은 표정으로 시위현장에 선 반면, 송 감독은 대사관 앞으로 지키는 경찰에 둘러싸여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송 감독은 시위 시작 후 한시간 동안 경찰의 요구로 '교보빌딩 앞→미국 대사관 정문 앞→정문에서 5m 떨어진 대사관 담벼락' 앞으로 시위 장소를 계속 옮겨야 했다.

송 감독은 애초 문씨와 교보빌딩 앞에 나란히 서 있으려 했지만 "2명 이상이 20m 거리 내에서 집회를 할 경우에는 1인시위가 아니다"라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 대사관 앞으로 장소를 옮겼다.

하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았다. 송 감독이 미 대사관 정문 앞으로 자리를 이동하자 종로 경찰서 측은 "1인 시위자를 비롯해 몰려든 취재진들이 통행에 지장을 준다"며 "넓직한 공간이 있는 정보통신부 앞으로 옮겨달라"며 장소 이동을 요구했다. 송 감독은 결국 정문에서 5m 떨어진 대사관 담 옆으로 옮겨야 했다.

미 대사관 앞에서 시위 중인 송 감독을 격려차 방문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와 문성현 당대표가 경찰에게 둘러싸여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천 대표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집회에 대해 공권력의 통제 정도가 이 정도이니, 노동자나 농민은 어땠겠느냐"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로 인해 주최 측인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는 변호인까지 불러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송일곤 감독, 시위 장소부터 난항

미대사관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영화 <꽃섬>의 송일곤 감독.
미대사관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영화 <꽃섬>의 송일곤 감독. ⓒ 오마이뉴스 권우성
송 감독은 경찰의 장소 이동 요구에도 "자리를 옮겨야 할 이유가 없다"며 '스크린쿼터 사수는 미국의 문화침략에 대응해 우리의 문화 주권을 지키는 것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영화 <거미숲>, <꽃섬> 등을 만든 송 감독은 "미국내 자국 영화 점유율은 97%에 이른다, 이는 자기 나라 영화만 상영하는 것을 말한다"며 "스크린쿼터에 대한 문제는 특히 미국의 문화침략에 논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란드 우츠국립영화학교 출신인 송 감독은 "90년대 중반 폴란드 영화는 황금기를 누렸지만, 89년 이후 시장을 개방한 후 미국과 독일의 직배 시스템에 밀려 폴란드 영화계가 죽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송 감독은 이어 "현재 폴란드는 1년에 10편 정도의 영화를 만드는 데 그치고, 개방 이후 극장은 (외국 자본에) 점령당했다"며 "우리도 젊은 세대에게 우리 영화를 보여주지 못해 문화가 죽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 감독은 "한국 정부가 왜 세계 147개국과의 약속인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을 어기려 하는지 궁금하다"며 "미국이 왜 자생력을 가진 한국 영화의 싹을 없애려고 하는지 원인을 알고 싶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문소리 "단 한 분에게라도 마음 전할 수 있다면…"

광화문 교보빌딩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는 영화인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한 문소리씨.
광화문 교보빌딩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는 영화인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한 문소리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같은 시간, 문소리씨도 '노무현 정부는 147개국과 약속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을 지켜야 합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미 대사관에서 100여m 떨어진 교보빌딩 앞을 지켰다.

연극 공연으로 목소리가 잔뜩 쉰 문씨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총회에서 148개국의 동의를 얻은 문화다양성 협약이 체결될 당시 파리를 방문했다"면서 "미국이 협약이 발효되기 전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 같다, 단 한 분에게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겠다"고 밝혔다.

"대중음악은 보호막 없이도 잘 버텼다"는 가수 신중현 씨의 주장에 대해 문씨는 "관련 기사를 읽었다"며 "(공영)방송도 국내 제작 비율 80%라는 쿼터가 있고, 라디오도 국내 제작물 편성 비율이 60%다, 영화만 쿼터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천영세 대표는 문씨를 "민주노동당의 열혈 당원"이라고 추켜세운 뒤 "창당 때부터 스크린쿼터를 반드시 지켜서 우리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외에서 스크린쿼터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영화인대책위와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 53%
[여론조사]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한국영화 발전저해" 33.9%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대해 국내 영화계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 과반수가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리서치 앤 리서치'가 지난 2일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으로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자의 529명('매우 반대' 170명+'대체로 반대' 359명)이 "정부의 한국영화 상영기간 축소 방침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33.6%(336명)가 "스크린쿼터 축소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13.5%는 모르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13일 발표된 이 자료에 따르면,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한국 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3.9%(339명)가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오히려 한국 영화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와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다"라는 답변이 각각 30.3%(303명)와 24.7%(247명)로 나타났다. 11.1%가 모르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한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18.6%, "별로 영향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20.8%로 나타났다.

리서치 앤 리서치는 이에 대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의 이유가 한국 영화에 대한 염려 때문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이유(반미감정 등)가 작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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