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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량 기자] 우리나라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비율은 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이는 대기업 여성 신규 채용이 10% 내외, 국가고시, 자격시험 등 취업을 제외하면 대졸 여성이 갈 수 있는 이른바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현실 못지않게 여성이 사회의 인재로 거듭나는 데 부족한 2%가 있다.

'졸업=취업'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요즘 여대생들에게 졸업은 사회로 진입해 '성공'하느냐 아니면 '낙오'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때문에 이들은 낙오자가 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으로 '묻지마 취업'을 선택하기도 한다.

최진 이화리더십개발원 기획실장은 "직업을 갖고 커리어를 만드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도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커리어를 만들 수 없다"며 "빨리 취업하는 것보다 뭘 원하는가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첫 직장에서 1,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이·전직을 반복하거나, 소위 '뜬다'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니트족(NEET :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과 프리터(Freeter: 조직에 소속되길 거부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Free+Arbeiter의 합성어)족의 증가는 바로 이 같은 '목표 부재'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한편, 여성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직장 내 성차별이 점차 줄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를 업그레이드하는 지점에서 좌절을 겪는 것도 현실이다. 또 전통적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성차별적 문화 속에서 커리어를 지속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데 남성보다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직장경력 16년차 김난희(39·광고회사)씨는 "졸업 전에 커리어 맵을 가질 수 있으면 좋지만 적어도 직장생활 1∼2년을 거치면서 구체적 목표를 세워 포트폴리오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아직도 여성은 임원은커녕 부장이 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때문에 남성보다 한 가지 이상 뛰어난 것이 있어야 비로소 주목받는다"는 김씨는 "여성이 남성보다 자기계발에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회사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7년차 직장인 박지혜(33·외국계회사)씨는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사회적 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는 "여성과 남성의 능력 차이는 없지만 조직에 대한 책임감, 난제에 도전하는 근성은 아직도 남성에게 뒤진다"며 "결혼과 출산으로 사회생활을 중단할 가능성이 큰 현실에서 여성이 커리어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바로 남성보다 뚜렷한 목표의식"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취업 3개월차 직장인 지혜란(24·화장품회사)씨는 입사 후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이 가장 힘들다고 호소한다. 지씨는 "졸업 전 점수 올리기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양한 교외 활동을 통해 단체생활을 배우는 것도 경쟁력을 키우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최진 기획실장은 "여성은 남성보다 자신의 능력을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실패'후 쉽게 경력을 포기한다"며 "최소한 3년 이상의 꾸준한 사회경험이 있어야 자신의 커리어 맵을 분명히 할 수 있는 만큼 인내와 시간을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낭만은 무슨… 취업이 우선"
2006 여대생 풍속도

"대부분 여학생들은 졸업 전에 최소 1년의 외국 경험, 만점에 가까운 영어성적, 다양한 수상·근무 경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대학 생활을 희생하는 거죠."(ㅇ대 3년)

요즘 대학가에는 1학년 때부터 취업준비에 매진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대학생활 동안 외국어, 컴퓨터 등 기본 능력 외에 각종 공모전, 인턴, 자원봉사 등의 활동을 통해 졸업 즈음에 작성하는 이력서에 한두 줄을 더 채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

그리고 3학년쯤엔 '취업준비'를 명목으로 과 학생 중 30% 정도가 휴학에 돌입하며, 4학년쯤 되어서는 마지막 자신감을 더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감행하기도 한다.

대다수 학생들이 이중전공을 하는 것도 다 취업 때문이다. 취업에 유리한 경영학과 교직은 인기 과목. 그래도 불안하면 취업준비와 함께 대학원 시험을 준비한다. 취업을 못할 경우 최소한의 면피도 되고, 이후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학생들은 "그냥 졸업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해서" 휴학을 선택한다. 취업준비를 위해서라지만 "사실 도피에 가깝다"는 것이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최근 휴학을 자기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적극 이용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김하나(ㅅ여대 3년)씨는 1년 휴학기간에 남들 다 가는 어학연수 대신 일시적인 '취업'을 선택했다. "고졸 자격 기준으로 취업했기 때문에 월급, 업무 모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적어도 직장의 현실을 경험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범실 서울여대 경력개발실 주임은 "대학을 반드시 4년 만에 졸업할 필요는 없지만 이 기간을 보다 구체적인 계획 하에 운영할 것"을 권했다.

박 주임은 "졸업 전 사회 경험을 쌓는 데 주력하면서 졸업을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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