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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반고흐(Theo van Gogh)라는 네덜란드의 영화감독이 한 무슬림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유는 이 감독이 제작한 영화가 이슬람 세계의 여성 학대를 다뤄 이슬람을 모욕했다는 것.

여성 학대를 공공연히 자행하는 사회를 비난하는 것이 이슬람을 모욕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것은 이슬람 세계도 너무나 자명하게 안다. 그럼 왜 이런 비난에 이슬람 모욕이란 덫을 쒸울까?

이유는 중세주의와 현대가 교묘하게 종교로 결합한 이슬람 권력 체계에서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대적 중세주의는 21세기에 들어 더 나아가 알 카에다와 같은 극렬주의자들과 만나 세계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정치적 분야의 세속 권력은 왕족과 일부 독재권력이, 종교 지도자들로 상징되는 성직자 그룹의 권력은 대체로 원리주의자들로 채워져 있는 삭막한 중세적 구조가 비난을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들은 이런 상황을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결속력으로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슬람의 민중들은 바보인가? 이런 뻔한 속셈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여기엔 이유가 있다. 정치 분야에서는 사찰 정치를 방불케 하는 폐쇄사회를 통해 통치 기반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오랜 독재에 경제의 피폐가 극빈층을 양산했고, 이슬람 사회 전체적으로 청년층 실업률이 평균 70%대(비공식이지만)라는 살인적인 경제 불평등이 사회에서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이슬람 국가 곳곳은 이런 젊은이들의 불만으로 폭발 일보 직전의 상황이다. 혁명이 가능한 살벌한 민심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분출구는 단지 두 군데뿐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롯한 서구.

이런 경향에 이슬람적 부족사회 공동체와 독재구조 그리고 원리주의자들의 선동이 3각으로 민중들을 자극하고 기름을 붓고 있다. 이슬람 사회와 이슬람의 교리를 동일시하는 무언의 도그마화가 이뤄지고, 이것은 신심(?)에 가득 찬 전사들에 의해 증폭된다.

여기에 사실상 최근의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상황은 외부로의 분출을 세계화하도록 원리주의자들(특히 알 카에다와 같은 세계화된 테러집단) 의해 이슬람 사회 안에서 심정적 명분을 제공하게 한다.

엄밀하게 파고들어가면 이슬람과 서구의 충돌은 결코 아니다. 이번 사태를 비롯한 최근의 대부분 사건은 이슬람 사회 내의 독재구조를 종교원리주의자들이 깨뜨려서 세속화에서 중세적 종교사회로의 이동을 꾀하고자 하는 내부 투쟁에서 뿌리를 찾는 것이 옳다.

이런 혁명의 원동력은 지난 70년대 이란의 회교 혁명이 성공한 이래, 각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목표로 설정된 것이다. 또 여기에 사회적 차별과 빈곤이 이런 움직임에 가속을 붙이고, 서구와의 관계 속에서 중심이 가려지고 위장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절대로 현재의 상황은 사뮤엘 헌팅톤의 개념처럼 문명의 충돌은 아니다. 양상은 비슷하지만, 처방은 문명간의 이해에서 출발하지도 공존에서 찾을 수도 없다. 철저하게 아랍 이슬람 사회의 내부에 그 뿌리가 있다. 여기에 서구에서의 일부 극우적 선동이 이런 내부 문제를 원리주의자들이 중세주의 구조를 세계화하려는 전략 속에 끌어넣고자 하는 결과로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서구 사회가 할 일은 아랍 이슬람 사회가 경제적 빈곤을 극복하도록 돕는 일과 독재를 더는 친미, 친서구란 이름으로 도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문명간의 이해를 논하기 전에 시급하고 보다 현실적이며 근본적인 시각은 바로 이것이다.

문명간의 이해를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문명간의 이해가 자칫 탁상공론으로 시작해서 공허한 메이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수억의 사람들이 깊이 패인 인식의 골을 매울 문명간 이해에 동참하리란 꿈은 어쩌면 더 무책임하고 철없는 '지적 자만'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세상에서 그것이 해결책이라고 부르짖는 세계 리더들의 위선과 용기없음에 환멸이 느껴진다.

지도자들은 지금이라도 회교권의 경제적 불평등과 독재에 쓴소리를 내 놓아야 한다. 어떠한 비난도 허용하지 않는 회교권에 대해, 오히려 서구 사회를 향해 남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라고 포용력(?)을 주문하는 일부 한심한 언론도 현실과 문제의 심각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아랍 이슬람 사회의 젊은이들과 여인들의 고통을 이런 허상의 관념에 묻히게 해서는 안 된다. 더는 이슬람 독재자들과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중세주의의 세계화가 이뤄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본인의 블러그에 올린 내용입니다.(http;//blog.naver.com/krakory)

* 중세주의 - 중세 때 유럽에서 자행되었던 소위 암흑시대라 칭하던 교황청에 의해 행해졌던 패쇄적 폭압적 종교 정치의 Pattern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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