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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웃는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해준 배우 문혜영씨.
밝게 웃는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해준 배우 문혜영씨. ⓒ 유영수
<아이다>를 보러 간 날(9일) 잠시 짬을 내어 대기실에서 쉬고 있는 문혜영씨 찾아갔다. 씩씩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미인이었다. 라마네스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아이다'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그녀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그동안 <명성황후>, <맘마이아>, <지하철 1호선> 등 출연했던 여러 작품들 중 가장 애착이 가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지하철 1호선>이 기억에 많이 남고요. 특별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걸레'역을 맡았었거든요. 10년이 넘는 지하철 1호선 공연 중 머리를 삭발하고 공연한 건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명성황후'는 저한테 친정집 같은 느낌이라 애착이 많이 갑니다."

- 대작 뮤지컬의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틱틱붐> <지하철 1호선> 등에서 주연을 몇 번 하긴 했지만 이렇게 큰 작품의 주인공을 하게 된 건 정말 영광입니다. 제가 크리스챤이기에 먼저 하나님께 영광 돌리구요. 대중들에게는 무명배우와 같았던 제가 다른 작품도 아닌 '아이다'의 주연을 맡았다는 것이, 다른 많은 동료들에게 '열심히 하면 나도 될 수 있다'라는 희망을 품게 해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의미있는 출발점이 된 것이 아닌가 하고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때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봄이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가을에 꽃이 필 수도 있고, 저는 지금 이때가 꽃을 피우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에게도 그 계절이 분명히 돌아 올텐데, 그걸 못 기다리고 쉽게 저버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끈질긴 사람만이 쟁취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 제작발표회장에서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고 들었다.
"대작뮤지컬에 더블캐스팅은 없는데요. 유독 우리나라의 <아이다>에서만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요. 거기에 이슈가 됐던 게 대중가수인 옥주현씨와 무명에 가까운 저의 경쟁구도가 재밌잖아요. 그래서 여러 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던 거라 생각해요. '옥주현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문혜영이란 배우는 도대체 누구일까' 이런 거겠죠."

- 오디션 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 때 대구에서 <맘마이아>를 공연하고 있었어요. 오디션 기간이 한 달 정도 걸렸는데 새벽기차를 타고 서울 올라와서 오디션 보고 다시 대구로 내려가는 강행군이었죠. 당연히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목 상태도 별로였기에 그다지 기대는 안했습니다. 그런데 1차 2차를 거치면서 제가 자꾸 되는 거에요. 그 때까지만 해도 심사위원들이 별로 신통치 않게 보더라구요. 마지막 오디션하는 날 다들 기립을 하면서 'great' 'great'를 외치길래 그 때까지도 '저 사람들이 예의상 저러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됐더라구요.

- 극중에서 라다메스를 놓고 암네리스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혈투를 벌이는데, 만약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암네리스와 아이다 중 누구를 택할 것인가.
(극중에서 암네리스는 이집트의 공주로 나오고 라다메스와 결혼을 하지만 그의 사랑은 전혀 받지 못하는 반면, 아이다는 비록 누비아의 공주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집트에 노예로 끌려온 신분이고 라다메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긴 하나 결국 죽음을 맞아야 하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저는 당연히 아이다죠. 설령 죽어야 하는 운명일지라도 사랑받는 쪽을 택하고 싶은데, 만약 제가 아이다라면 라다메스와 암네리스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라고 놓아주고 싶어요. 나랑 있으면 죽을 게 뻔하니까 차라리 사랑하는 사람이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네요.

배우답게 다양한 표정을 꾸밈없이 보여준 문혜영씨
배우답게 다양한 표정을 꾸밈없이 보여준 문혜영씨 ⓒ 유영수
- 라다메스 역에 더블캐스팅된 이석준씨와 이건명씨와 모두 공연을 했는지.
"예. 두 분과 함께 공연을 했죠."

-어떤 배우와 더 연기호흡이 잘 맞는가.
"두 분 다 좋아요. 각자의 개성이 너무 틀려서 누가 더 편하다 이런 건 없는데요. 이건명씨는 굉장히 터프하고 싸움도 거칠게 하는 장군같은 이미지라고 보시면 되구요, 반면 이석준씨는 매우 섬세하답니다. 상대배우의 특성에 따라 저도 대응하는 방식이 조금씩은 달라지는 것 같아요."

- MBC합창단원으로 있다 뮤지컬 쪽으로 방향을 바꾼 직접적인 계기는.
어릴 때부터 꿈이 배우였어요. 제가 합창단원으로 활동할 당시 서병구 선생님이 안무를 담당하셨는데 그 분이 MBC무용단 단장이시기도 했죠. 그래서인지 뮤지컬같은 안무를 많이 하셨어요. 그걸 보고 있으니 '저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건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합창단원을 그만두고 뮤지컬을 하기 위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게 된 거죠. 발레와 현대무용 등을 1년반 동안 힘들게 배웠고, 첫 작품인 <광개토대왕>을 통해 뮤지컬에 입문하게 된 거랍니다.

- <아이다>를 시작한 이후 사생활은 전혀 없지 않은가.
"아무래도 공연에 매달리느라 시간이 많이 없죠. 그래도 요즘은 공연을 시작한 지 오래 됐기 때문에 따로 리허설은 하지 않고, 각자 연습을 하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가 있습니다."

- 극중 아이다와 같은 비극적이고 애절한 사랑을 경험해 봤는지.
"글쎄요. 애절한 사랑은 많이 해봤죠. 농담이고요 제 첫사랑이 좀 많이 애절했어요."

- 뮤지컬 배우로서 꿈이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꼭 맡아보고 싶은 작품과 배역은.
"꿈은 문화선교랑 연관이 될테구요. <마리아마리아>에서 마리아 역할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 영화 <댄서의 순정>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박건형씨처럼 대중적인 스타로 활동할 계획은.
"그럼요 당연하죠. 얼마 전에 영화 <하류인생>에 저를 포함한 뮤지컬배우들이 많이 참여를 했었는데요. 기회가 되면 그런 장르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그게 영화가 됐던 방송이 됐던 말이죠."

- 옥주현씨의 공연을 직접 봤는지 그리고 옥주현씨의 연기를 솔직히 평가한다면.
"처음에 많이 봤습니다. 연기 참 잘하세요."

-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후배들에게 '너희들도 탤런트하다 와라'고 얘기했다, 똑같은 주연배우로서 언론이나 관객들의 편애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것인지.
"농담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슬픈 현실이기도 해요.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상품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한편으론 이 길을 열심히 달려 온 사람들도 있는데 소외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제가 더블로 캐스팅된 것조차 모르시는 분들도 많고요. 공연을 보신 분들조차 말이죠.

처음에는 많이 속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초월했어요. 옥주현씨를 보러 왔던 관객들이 우연찮게 저를 보고 가시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제 이름 석자만으로도 공연을 보시러 오게 만들 수 있게 하기위해, 더 열심히 실력을 쌓을 겁니다."

- 공연입장료가 너무 비싸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제가 얼마 전에 영화 <왕의 남자>를 보고 많이 감동을 받았거든요. '7천원에 이런 감동을 받을 수 있는데 10여만원의 뮤지컬을 사람들이 보러 올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사명감이 생기더라구요. '사람들이 지불한 것 이상의 감동을 내가 줘야할텐데'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하려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 시장이 작다는 것과 문화콘텐츠가 미약해서 외국 것을 가져다 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관객들도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라면 무턱대고 좋아하시는 건 아닌가 돌아봐야 할거구요, 우리나라에서도 <명성황후>와 같은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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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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