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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추구하는 공안은 상생의 차원을 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김병현 검사와의 인터뷰는 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907호실에서 4시간 가량 진행됐다.
"내가 추구하는 공안은 상생의 차원을 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김병현 검사와의 인터뷰는 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907호실에서 4시간 가량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공조직을 아끼지 않으면 통치능력이 없다."

지난 2002년부터 공안업무를 맡아온 김병현(41·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검사가 선거사범 수사를 하면서 불려온 여당 의원들에게 한 말이다.

김 검사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바뀌면 자기 이념에 안 맞는 공조직이 있고, 통치이념을 구현하는 하부조직의 움직임이 둔화될 수 있다"며 "그것을 관대하게 포용하는 것도 통치권을 행사하는 입장에서는 필요한 것 아니냐"고 역설했다.

특히 "불행하게도 현 정부에 있는 사람들은 공안검사들에 대한 인간적 피해의식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정부 공직자는 (자신을 재야인사로 생각하는) 신분의 착오가 있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일 발표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대해 언론이 '공안 검사의 몰락'이라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그는 "언론이 침소봉대한 것도 있다"며 "검찰도 국민 다수결에 의해 뽑힌 정부의 통치이념을 나름대로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지난 2003년 '대통령과 검사의 대화'에서 "인사에 인적 청산도 중요하지만 절차도 중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에 대해 "합법이라는 형식을 빌어 어느날 갑자기 '너희들은 모두 과거의 잘못된 부류니까 다 나가'라는 식의 인위적인 청산은 절차적 정의에 반(反)한다"며 "'잘못된 길을 걸었던 선배도 있겠지만 소명할 기회는 주어야 한다'는 절차적 정의를 대통령에게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안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 그는 "숙명적으로 공안 검찰의 영역은 시대가 발전할수록 반드시 수구적으로 보이게 돼 있다"며 "공안 검찰은 그 시대의 가치인 체제수호를 가장 전면에 서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공안이라는 말이 음습한 느낌을 주는 것은 우리가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정치인과 국민들은 공안검사들이 변화하는 동안에 공안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진정으로 알아보려고 했느냐"고 항변했다. 공안부의 축소 또는 폐지 움직임에 대해서도 "공안 기능이 아니라 부서만 없앤다면 그 기능은 누군가 또 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말장난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김 검사와의 인터뷰는 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907호실에서 4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안부는 5분 대기조,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특수부 등 다른 부서가 수사 위주라면 공안은 수사에 정책적인 판단이 개입된 것이다."
"특수부 등 다른 부서가 수사 위주라면 공안은 수사에 정책적인 판단이 개입된 것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공안부 검사의 업무는 다른 부서 검사와 차이가 있나.
"특수부 등 다른 부서가 수사 위주라면 공안은 수사에 정책적인 판단이 개입된 것이다. 대공·선거·노사·학원 등으로 나뉘는데 평상시 분석·연구하고 상황을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지식을 습득한다. 낮에는 바쁘지 않지만 대기하는 시간이 길다. 5분 대기조와 비슷하다. 평상시 대기하고 있다가 누가 여의도 국회의사당이라도 점거했다고 하면 바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첩단 사건의 경우 하루 아침에 간첩 행위가 발생하는 게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배후에 누가 있고, 누가 지시했는지 등을 알아내야 한다. 항공사 조종사 파업이 있다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불법일 경우 빨리 경찰력을 투입해 처벌하지만, 병원파업의 경우 불법이라 하더라도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경찰력 투입을 두고 고민하게 된다."

- '공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어떻게 생각하나.
"음습한 느낌을 주는 것은 우리가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5년 전 공안부를 맡으라고 해서 처음에는 거절했다. 권력의 주구라고 할까. 일반 검사와는 유리돼 공작을 하는 듯한 느낌, 권력지향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리 생각한다. 다음 발령지에서는 스스로 공안부를 선택했다. 노사분쟁이 났을 때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검사의 역할이다. 내가 추구하는 공안은 상생의 차원을 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 울산병원 사태의 경우 김 검사는 노사 모두에게 감사패를 받았고, 최근 성진애드컴 분규에서는 노사 평화선언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양측의 신뢰를 이끌어냈던 배경은?
"사측은 로비나 과장된 동정심 유발 등으로 공권력을 쉽게 동원할 수 있다고 믿는데 그건 큰 오만이다. 그런 진부한 관념에 사로잡힌 사업주들은 반성해야 한다. 노측의 경우 소수 집행부가 '다른 노동자들은 무지하다'고 생각하는 독선에 빠져서 먼저 깃발을 들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 역시 혁명가 정신과는 다른 오만이다.

노동계에서는 공안 검찰이 사측 편향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사측은 검찰에 오면 굉장히 많이 설명하고 준비도 많이 돼 있다. 그런데 노동계는 하다 못해 노동계쪽 선임 변호사도 검찰에 안 나온다. '검사는 이런 놈들'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설명도 안 한다. 그러면서 오해한다. 노조 간부들도 검사를 이용해라. 억울하면 고소고발 많이 해라. 사측도 반성해야 하지만 공안 검사들도 옛날에 사측의 일방적 얘기만 듣고 세뇌돼 일 처리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 왜 공안 검찰은 지금까지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나.
"시대 발전에 따라 비판이 되고 있는 영역을 공안검찰이 많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정치나 대공사건은 시대적 이념이 투영됐기 때문에 그 당시엔 잘못이 없었더라도 지금 보면 비난을 받는 것이다. 숙명적으로 공안 검찰이 존재하는 영역은 시대가 발전할수록 반드시 수구적으로 보이게 돼 있다. 공안 검찰은 그 시대의 가치인 체제수호를 가장 전면에 서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인과 국민들은 공안 검사들이 변하는 동안에 공안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진정으로 알아보려고 했나? 이름만 갖고 비판적인 선입견을 가진 것은 아닌가? 과거 공안검사들이 선입견을 갖고 사건을 처리했다고 비난받는데, 선입견이 무섭다는 것을 실감한다. 음습한 이미지로 대하고, 명절 때 시골에 가도 '너는 왜 공안을 하냐, 특수부를 하지', '변호사해도 굶어죽겠다'는 등의 얘기를 들으면 참 슬프다."

"노조 간부들도 검사를 이용하라, 억울하면 고소·고발 많이 해라"

-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일부 언론이 '공안검사의 몰락'이라고 표현했는데.
"너무 과장된 표현이다. 천정배 장관도 공안만 일부러 홀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이 침소봉대한 것도 있다. 다만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차장 등이 훌륭한 검사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반영된 것 아니겠나. 개인적인 소견인데, 국민 다수결로 뽑힌 정부가 바뀐다면 정부의 통치이념을 나름대로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검찰이 통치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지, 통치권자는 아니지 않는가.

검찰만이 옳다고 생각하면 반성해야 한다. 반면 정부가 바뀌면 자기 이념에 안 맞는 공조직이 있을 수 있고, 통치이념을 구현하는 하부조직의 움직임은 둔화될 수 있다. 그것을 관대하게 포용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은가. 선거사범 수사 때 만났던 여당 의원들에게 '공조직을 아끼지 않으면 통치능력이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쌍방 다 반성해야 한다."

- 과거 공안과 대립했던 천 장관이 공안 검사들에게 근거없이 불이익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불행하게도 현 정부에 있는 사람들은 주로 공안검사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성인이 아닌 이상 인간적인 피해의식은 있을 수 있다. 그 사람들이 재야에 있을 때와 직접 정부를 운영할 때는 위치가 바뀐 것이다. 검찰이든 청와대든 공직자는 신분의 착오가 있으면 안 된다. 검찰은 하부기능 조직이기 때문에 통치이념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통치권을 가진 사람은 신분에 맞게 관대하게 통합적인 운영을 했으면 좋겠다는 게 내 소견이다."

- 2003년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에서 "인사에 인적 청산도 중요하지만 절차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후배 입장이라고 선배 검사들이 다 마음에 들겠나. 진짜 잘못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에게도 변호사를 붙여서 해명할 기회를 주듯, 만약 검찰에서 잘못된 사람이 있다면 소명을 요구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합법이라는 형식을 빌어 어느날 갑자기 '너희들은 모두 과거 잘못된 부류니까, 다 나가'라는 식의 인위적 청산은 그 의도가 아무리 옳다한들 절차적 정의에 반한다. 대통령에게도 그러한 절차적 정의를 말했던 것이다."

- 최근 인사를 앞두고 사퇴한 고영주 검사장은 "공안 검사들이 현 정부에서 푸대접 받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따지는 것 자체가 물정을 모르는 얘기다, 서로 이념이 다르다"고 말했다. 공안검사와 현 정부의 이념이 다르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기자가 잘못 이해한 것 아닌가? 현 공안 검사 이념이 현 정권의 이념과 다르다면 반국가 단체 아닌가? 말도 안된다. 검찰과 법원은 마지노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고 자체가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인정한다. 검찰은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정권이 달라질 뿐이다.

정치인은 대단히 탄력적이고 재량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제로에서 무한대까지 사고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가들은 그것을 못한다. 과거에는 사형을 하고 지금 무죄를 할 수는 없다. 이념의 차이가 아니고 정치의 탄력성과 법률의 경직성, 이 두가지에서 빚어지는 부조화라고 생각한다."

- 공안 검찰의 판단 역시 시대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것 아닌가.
"공안 검찰도 변화하고 있고, 변화하는 게 당연하다. 통치이념이 약간씩 진보로 갈 때 그것을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정권과 상관없이 시대가 변하지 않나. 정치권의 변화가 훨씬 빠르다. 사형에서 무죄로 가기를 원하고 있는데, 조화를 위해 통치권에서도 공조직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현 정부 들어서 공안 검사의 몰락이라기보다는 국민을 포함해 공안 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있고, 우리 공안 검사들도 잘못했다."

"검찰은 그 자리에 서있는데 정치권이 달라질 뿐"

"소신을 갖고 일하다 보면 안팎에서 비난을 많이 받게 된다. 검사의 숙명은 특히 외부인에게는 '무조건 사람좋다'는 말만 들을 수는 없다."
"소신을 갖고 일하다 보면 안팎에서 비난을 많이 받게 된다. 검사의 숙명은 특히 외부인에게는 '무조건 사람좋다'는 말만 들을 수는 없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국가보안법 위반에 의한 검거비율이 크게 줄고 있다. 최근 간첩을 검거했다는 소식을 거의 못 들었는데.
"간첩은 많이 있다. 옛날에는 철조망을 넘거나 해상을 통한 비밀침투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중국동포 형태로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침투과정에서 식별할 수 없게 됐고, 특히 간첩수가 너무 많아져서 그 중 몇 명을 잡는다고 해서 예전처럼 일망타진할 수가 없다.

대공은 두가지 측면이 있는데, 북한을 이롭게 해서 정보를 누설하는 사람이 있고, 내부에서 자본주의를 타도하려는 세력이 있다. 후자는 여러 단체에 암약하기 때문에 위장전술이 가능하고, 노출이 어렵다. 정보도 인터넷이 생긴 이상 차단하기 어렵다. 간첩들이 활동하기가 너무나 용이하다. 간첩들은 많지만 검거방법이 힘들고, 의지도 약화된 것 같다."

-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공안부의 대공업무는 유명무실한 것 아닌가.
"포착하기 어려운 것일 뿐, 남한 내에서 체제변혁을 노리는 세력이 있다면 검찰이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가 주로 쓰는 사례가 늑대와 소년 이야기다. 그 결말이 늑대가 정말 공격했다는 것 아니냐. 대공 기능이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 최소한 공안 검사들이 있다는 것 때문에 김정일도 남한에 일시에 붕괴할 수 있는 조직을 대놓고 만들지는 못할 것 아닌가.

세계 역사상 자기 체제를 수호하는 조직을 안 만든 사례는 거의 없다. 독일 연방검찰청에서는 공안부서 역할이 굉장히 크다. 우리는 남북간 의미만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외국 산업스파이나 야쿠자 조직 등도 공안 검사들이 국익을 위해 감찰해야 한다."

- 공안부문의 인력감축과 업무영역 조정 등 공안검찰의 기능축소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데.
"공안부 축소 주장은 조금 사감이 있지 않나? 그렇다면 특수부 사건도 형사부가 하면 되지 않는가. 선거사건의 경우 선거법을 하루 아침에 공부 못한다. 노사문제도 몇 년씩 장기화되지 않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상관없지만, 공안부를 굳이 왜 축소하는가. 공안 검사들이 일을 잘한다, 못한다, 비판할 수는 있지만 공안부를 축소한다거나 폐지하자는 것은 월권이다.

공안기능을 없애는 게 아니라 부서만 없앤다면 그 기능은 누군가 또 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말장난에 가깝다. 검찰에서 용공조작 사건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 용공조작한 사건은 전혀 없다. 과거 수사를 검찰과 국정원에서 같이 할 경우 검찰이 적극적으로 사건을 뒤집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비난받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검찰이 직접 불러다가 조작한 것은 없다."

- 앞으로 공안부(검사)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보는가.
"공안은 사후처리만 전담하는 진압적 공안보다는 사건조사 과정에서 당사자 애로를 들어주고 희생을 줄이는 예방적 공안으로 가야 한다. 상황을 많이 챙기는 공안보다는 분석하고 연구하는 공안으로 가야 한다. 평면적 공안보다는, 사건처리시 일반 형법을 적용하기보다는 왜 이런 일이 생겼고 어떻게 해야 모든 게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입체적 공안으로 가야 한다."

- 공안검사로서 어려운 점은?
"가정적으로 어렵다. 처음에 '검사의 아내'가 될 것을 요구했다. 그러니까 이혼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집사람의 남편'이 되기로 했다. 결국 '사람좋은 검사'와 '소신있는 검사',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더라. 소신을 갖고 일하다 보면 안팎에서 비난을 많이 받게 된다. 검사의 숙명은 특히 외부인에게는 '무조건 사람좋다'는 말만 들을 수는 없다.

공안 검사로서 보면 자부심 반, 자괴감 반이다. 노사분규가 잘 타결돼 양측에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해올 때 흐뭇하다. 그러나 아직도 나 자신에게 공명심이 있는 것 같다. 검찰 내부에서도 공안에 대해 100% 이해를 못하고, 국민들도 그렇게 이해를 못할 때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다른 부서에 가면 이름이라도 날릴 수 있을 텐데'라는 소아적 공명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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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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