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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신 재생에너지 전시관 입구
대관령 신 재생에너지 전시관 입구 ⓒ 문일식
그동안 동해안 여행을 위해서는 서울에서 3시간도 채 안 되서 도착하는 뻥 뚫린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다녔는데, 문득 그 옛길이 가보고 싶었습니다. 양떼목장을 온 김에 대관령을 타고 내려가 강릉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대관령휴게소를 나와 456지방도를 타고 내려가기 전 도로 오른쪽에 커다란 바람개비와 함께 둘러볼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대관령 신 재생에너지 전시관이라고 하는 다소 긴 이름의 전시관이 있습니다. 화석연료를 변환해 만들거나 햇빛,물,지열 등 자연을 이용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신 재생에너지라고 하는데 현재 화석연료의 사용과 고갈, 그로인한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대체 에너지의 일환으로 이곳 대관령에 설치되어 있는 풍력발전을 통한 에너지 생산의 이해와 인식전환을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경포호에서 바라본 삼양목장에 설치된 바람개비(풍력발전)
경포호에서 바라본 삼양목장에 설치된 바람개비(풍력발전) ⓒ 문일식
우리나라에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신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 풍력발전시설을 여러 곳에 만들어 놓았는데, 대표적인 곳이 이곳 평창의 대관령과 태백의 매봉산, 영덕의 창포, 군산의 새만금, 제주의 한경 등이 그곳입니다. 현재 삼양목장과 한일목장 등 대관령 전역에 퍼져있는 풍력발전은 2006년부터 연간 25만 MWh 정도의 전력이 생산될 예정이며, 이는 강릉의 일년 전력소모량을 커버할 정도라고 합니다.

신 재생에너지 전시관 내부의 체험공간
신 재생에너지 전시관 내부의 체험공간 ⓒ 문일식
대관령 신 재생에너지 전시관은 비록 작은 공간이긴 하지만, 여러 주제공간을 통해 풍력에 대한 쉬운 이해와 체험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특히 체험공간에서는 바람을 이용한 허공에 뜬 공이나 바람을 이용한 농구, 자전거 패달을 이용해 만드는 전기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둘러볼 만 합니다.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로 태종 무열왕릉의 귀부와 이수를 본뜬 듯합니다.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로 태종 무열왕릉의 귀부와 이수를 본뜬 듯합니다. ⓒ 문일식
전시관을 나와 동쪽을 바라보면 큰 비석이 하나 서 있습니다. 부도비의 형태를 빌린 이 비석의 귀부와 이수부분은 마치 태종 무열왕릉비의 그것과 거의 흡사했습니다. 그 뒷편으로 서면 아래로 지난 2001년에 개통된 영동고속도로가 늘씬한 다리 위를 지나는게 보이고, 멀리 강릉 시내와 아스라이 동해바다가 펼쳐져 보입니다. 탁트인 시야는 물론이거니와 불어오는 바람은 오감을 감흥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대관령 표지석...표지석을 지나면 강릉 땅입니다.
대관령 표지석...표지석을 지나면 강릉 땅입니다. ⓒ 문일식
중간쯤 내려가다 보면 대관령 자연휴양림 입구가 나오고 더 내려가면 대관령 박물관에 도착하게 됩니다. 대관령박물관은 고미술품 수집과 연구를 한 홍귀숙 선생님이 평생 수집한 소장품을 전시해놓은 공간으로 지난 1993년에 개관을 했으며, 현재는 이 모든 소장품과 박물관 건물이 강릉시에 기증되었다고 합니다.

대관령 박물관 내부 전경
대관령 박물관 내부 전경 ⓒ 문일식
대관령박물관은 총 4개의 주제관을 가지고 있는데, 네 방위를 수호하는 사신의 이름을 따서 각각 백호방,주작방,현무방,청룡방과 함께 토기방,우리방,야외전시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출토되고 수집되어 온 유물들이 각 방에 소중하게 전시되어 있는데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대관령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는 한번 쯤 들러볼 만 합니다.

보현사 가는 길에서 만난 신사 눈사람
보현사 가는 길에서 만난 신사 눈사람 ⓒ 문일식
다시 강릉을 향해 내닫는 대관령 옛길을 따라가다가 보면 415번 지방도가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가면 천년고찰인 보현사와 명주군왕릉을 갈 수 있습니다. 보현사를 찾아가는 길은 너무나도 상쾌한 길이었습니다. 좁은 2차선길이지만, 구불거리는 아스팔트길이 멀리까지 보이고, 차로 오르는 산길은 완만하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은 여유롭고 넉넉한 길이라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내린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크기가 2m는 훨씬 넘어보였습니다. 나비리본까지 맨 신사 눈사람이어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보현사는 통일신라말기인 신덕왕 때 낭원대사가 세운 천년고찰입니다. 창건 당시에는 지장선원이었다고 하며, 이 사찰이 창건된 데에는 문수,보현보살에 대한 전설이 남아 있습니다. 문수,보현보살이 동해안 남항진 해안에 당도한 후 지금의 한송사터에 문수사를 지었는데, 어느날 보현보살이 한 사찰에 두 보살이 있을 수 없으니 화살을 쏘아 떨어지는 곳에 사찰을 따로 짓겠다며 화살을 쏘자 떨어진 곳이 바로 이곳 보현사 자리였다고 합니다.

보현사 대웅전 앞의 강아지 모양의 석물과 낭원대사 부도비
보현사 대웅전 앞의 강아지 모양의 석물과 낭원대사 부도비 ⓒ 문일식
이 깊고 깊은 산사에는 두개의 보물이 있습니다. 하나는 낭원대사 부도이고, 다른 하나는 낭원대사 부도비입니다. 두 석조물은 각각 보물 191호와 19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낭원대사 부도비는 보현사 입구에 세워져 있는데 귀부와 비신, 이수가 온전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 비석에는 낭원대사의 일대기를 새겨 놓았다고 합니다. 낭원대사 부도는 보현사의 뒷산을 따라 100m정도를 올라가야 하는데 아무도 찾지않는 그 길 위에는 녹지않은 눈들이 아직도 소복이 쌓여있어서 눈을 밟고 오르는 데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낙엽까지 잔뜩 쌓인 뒤에 내린 눈이라 푹신푹신한 느낌이 더없이 좋았습니다.

보현사의 내부에는 보현각, 삼성각, 영산전 등의 전각이 있고, 재밌는 것은 대웅전 앞에 있는 돌짐승 형상의 석물이 있는데 마치 강아지의 머리를 크게 만들어서 뒤로 돌려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보현사는 마치 산골마을의 민가같은 포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명주군왕릉 가는 길에 있는 능향전의 전경
명주군왕릉 가는 길에 있는 능향전의 전경 ⓒ 문일식
보현사를 나와 보광리 방향으로 가다 석불사 표지판을 보고 끝까지 내달리면 명주군왕릉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명주군왕릉에 도착하니 강원도 산골마을에는 어둠이 흐느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한가족이 올라가는 것이 보여서 따라 올라갔습니다.

명주군왕릉은 강릉 김씨의 시조인 김주원의 묘입니다. 통일신라시대인 785년 선덕왕이 후사를 보지 못하고 죽자 김주원이 왕위에 추대하려 했지만, 상대등이었던 김경신이 정변을 일으켜 왕위에 올라 원성왕이 되었습니다. 이에 위협을 느낀 김주원은 강릉으로 도피하게 되고, 눈에 가시라 생각한 원성왕은 김주원을 명주군왕으로 추대하게 됩니다. 이에 김주원은 강릉일대를 장악하는 거대호족으로 군림하게 되고, 강릉 김씨의 시조가 된 것입니다.

명주군왕릉과 주변을 감싸고 있는 소나무 숲의 설경
명주군왕릉과 주변을 감싸고 있는 소나무 숲의 설경 ⓒ 문일식
명주군왕릉에는 능을 수호하는 삼왕사, 제를 지내는 숭의재, 능향전 등의 건물이 있고, 소나무군락이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명주군왕릉에는 앞을 바라보며 무시무시한 눈빛을 내뿜는 두 마리의 사자와 문신석과 그보다 더 작은 동자석, 망주석 등이 배치되어 있고, 오른편으로는 신도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흰 눈밭에 마련된 명주군왕릉에 어둠이 내리고, 눈이 가진 하얀 색의 기운이 어둠에 거세게 항전하려는 듯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여행은 떠나는 자의 몫' 블로그(http://blog.empas.com/foreverhappy4u/)에 올렸습니다. 

★ 찾아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우회전 ▶ 대관령 옛길 표지판 보고 좌회전 후 직진 ▶ 구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를 지나면 대관령 옛길을 따라 강릉으로 갈 수 있습니다. 

★ 여행일정 : 
대관령 신 재생에너지 전시관 ▶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저 아래 강릉시내와 동해바다 바라보기) ▶ 대관령 자연휴양림 ▶ 대관령박물관 ▶ 보현사 ▶ 명주군왕릉 ▶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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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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