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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아이다 ⓒ 여성신문
[박윤수 기자]뮤지컬은 최근 가장 급속한 성장을 보인 예술 장르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이 성공을 거둔 이후 뮤지컬 시장 규모는 해마다 증가해 2005년 1000억여 원에 이르렀다. 이는 전체 공연예술 시장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치로 기업체 접대용으로 공연 티켓이 사용되거나 송년 모임을 공연 관람으로 대체하는 풍조도 일조했다.

이러한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 여성들이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뮤지컬 작품 중엔 특히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많아 뮤지컬계의 여성 파워를 실감케 한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아이다>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해 8월부터 오는 3월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장기공연 중인 <아이다>는 이미 13만 명의 관객이 관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아이다 역을 맡은 가수 옥주현씨와 뮤지컬 배우 문혜영씨, 암네리스 역의 배해선씨 등 여성 인물들이 주축이 되어 극을 이끌어간다. 옥주현씨는 가수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며 카리스마 넘치는 아이다 역을 소화해 2005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맘마미아>로 유명한 배해선씨 또한 세상물정 모르는 허영기 많은 공주에서 이집트를 이끄는 통치자로 변모하는 복합적인 성격의 암네리스를 연기해 2005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 여성신문
성경 속 막달라 마리아의 이야기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재구성한 <마리아 마리아>는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순수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과 '뉴욕 뮤지컬 시어터 페스티벌'에 초청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마리아가 극의 90%를 이끌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성 주인공의 역할이 중요한 이 작품에서 뮤지컬 배우 강효성, 김선영씨와 가수 박혜경씨가 마리아 역을 맡았다. 특히 강효성씨는 예수를 유혹하는 창녀에서 눈물을 흘리는 청순한 소녀까지 권력에 짓눌린 힘없는 여성을 뛰어나게 연기해 2004년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국내 뮤지컬 1세대 배우인 최정원씨는 최근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 <비밀의 정원>을 선보였다.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3월 중 부산·광주·창원 등 지방 순회공연을 앞두고 있는 이 작품은 최씨 자신의 15년간의 뮤지컬 인생을 모태로 만들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최고의 뮤지컬 명장면들과 명곡들을 재해석해 배우 지망생인 주인공의 꿈과 시련, 사랑을 녹여냈다.

뮤지컬계에서 여성들의 약진은 대형 작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소극장에서 주로 공연되는 창작 뮤지컬이 최근 대학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데에는 차세대 연출가 장유정씨와 추민주씨의 역할이 크다.

대학로에서 '여자 장진'으로 불린다는 장유정씨의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한 무료병원에서 하루 동안 일어난 사건을 그렸다. 10월에 앙코르 공연될 예정인 이 작품은 미스터리와 인간애, 유머와 감동이 혼합된 탄탄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사회시설의 언론 플레이와 성직자의 위선을 비꼬았다. 장씨는 이 작품 외에도 대기업의 투자로 올해 6월에 다시 선보일 <김종욱 찾기>, 삼국설화를 바탕으로 한 <송산야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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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작가와 극본상을 수상하고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던 <골목골목 뮤지컬 빨래>를 만든 추민주씨는 여성의식이 돋보이는 연출가다.

2월 17일∼4월 2일 대학로 상명아트홀에서 앙코르 공연되는 <골목골목 뮤지컬 빨래>는 서점에서 고된 생활을 하는 저임금의 20대 직장여성, 애인과 죽은 남편의 가족 사이에서 고통받는 40대 아줌마, 장애인 자식을 방안에 숨겨 키우는 60대 할머니 등 소외된 세 여성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다.

추씨는 여성 실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열혈녀자빙허각>, 착한 여자 신드롬을 뒤집는 씩씩한 여성 쑥부쟁이의 사랑을 그린 <쑥부쟁이> 등 마당극의 형식을 차용한 독특한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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