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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손목과 아이 허리에 끈을 묶어 4남매를 키웠다는 시각장애인의 실화를 다룬 그림.
자신의 손목과 아이 허리에 끈을 묶어 4남매를 키웠다는 시각장애인의 실화를 다룬 그림. ⓒ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유치원생들도 한 마디씩은 할 수 있는 영어처럼 수화가 필수과목이 되면 어떨까."

여성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경험한 차별과 폭력, 그리고 소망을 짧은 글과 그림에 담은 카툰집 <이젠, 우리들의 모습으로, 우리들의 목소리로!>(한국여성장애인연합)가 출간됐다.

충북여성장애인연합 부설 성폭력상담소에서 7년째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상윤 활동가가 상담 사례와 주변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묶어 27편의 이야기를 쓰고 그렸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인권'이란 주제를 만화로 풀어 어린이들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김상윤 활동가는 "장애인 인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보면 꾸며진 것이 많고 성적인 표현은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장애인 여성들이 모여 이야기를 할 때 실제로 나오는 대화를 그대로 옮겼다"고 얘기했다. 여성 장애인의 실제 현실을 일반인들에게 드러내고 싶어서였다고. "휠체어 장애인들은 아이도 낳을 수 없다"는 말에 저자는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고 운전도 하는 여성 장애인을 8만5247명 알고 있다"고 반론한다.

ⓒ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작은 키의 장애인들은 현금지급기 앞에서 비밀번호가 노출될까 봐 주저하고 뇌병변 장애인들은 몸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치과 가는 것을 특히 두려워하며 휠체어 장애인들은 대부분 지하에 위치한 야학에도 맘놓고 갈 수가 없다.

아이의 허리와 자신의 손목에 끈을 묶어 4남매를 키웠지만 아이가 왜 우는지 알 수 없을 때 가장 원망스러웠다는 여성 장애인이나 성매매 업소를 떠나면 갈 곳이 없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또한 연고가 없는 정신지체 여성 장애인을 데려다 보호자랍시고 소유하며 각종 세금 감면, 지원비를 가로채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드라마나 영화 속의 장애인 주인공들은 왜 해피엔딩을 위해 장애를 극복하고 마침내 비장애인이 되어야 하는지 꼬집기도 했다.

장애인을 무성(無性)의 존재로 만드는 남녀 구분이 없는 장애인 화장실, 가족의 요구로 장애인 시설이 점점 대형화하고 있다는 등 일반인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사례들도 소개됐다.

이들이 바라는 일은 큰 것이 아니다. 남들처럼 공부하고 취업하며 그저 인간답게, 딱 그만큼만 살고 싶은 것뿐. 저자는 "혼자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손에 손을 잡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 얘기하며 책을 끝맺는다.

서울시 후원으로 발간된 이번 카툰집은 일반 판매는 하지 않으며 시민단체, 복지관, 특수학교, 장애인시설 등에 배포돼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문의 02-3675-9935  김상윤 글·그림/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비매품

한국여성장애인연합(http://www.kdaw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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