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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아 교수 / 동신대 언론광고학과
안주아 교수 / 동신대 언론광고학과 ⓒ 여성신문
[안주아 교수 / 동신대 언론광고학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남겨지고 싶다면 휴대전화만 꺼놓으면 된다는 우스갯말이 나올 만큼, 현대인들에게 휴대전화는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 하는 필수품이다.

이제 휴대전화는 단순한 전화 이상의 미디어로 기능하고 있다. 전통적인 음성통화를 비롯해 문자메시지뿐만 아니라 방송과 정보 수신, 사진 찍기, 각종 서비스 등 이제 휴대전화로 업무, 오락, 정보, 커뮤니케이션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이미 3000만 명을 넘어섰고 가구당 전체 통신비의 60%를 차지한다는 것은 휴대전화의 위상을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더욱이 제품의 기능적 측면을 중시하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제품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제품의 사용 혹은 소유를 자기표현(self-expression)으로 인식하는 젊은 세대에 있어서는 어떤 휴대전화를 사용하느냐가 곧 타인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강력한 수단인 것이다. 끊임없는 신제품의 출시와 이를 필두로 한 감성적 광고들은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자극하며 30만원이 훌쩍 넘는 휴대전화를 일회적 소비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휴대전화 광고모델이 되면 톱스타로 뜬다'는 말이 있을 만큼 휴대전화 광고는 기존의 유명모델을 더욱 유명하게, 신인모델들을 스타로 부상시키고 있다. 이효리, 권상우, 현빈, 김아중, 이기용, 데니스 오 등은 모두 휴대전화 광고모델 출신으로 휴대전화 광고가 스타 배출의 산실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줄의 카피와 뮤직비디오의 주요 장면으로 시작했던 모 휴대전화 광고는 '뮤직드라마' 광고라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던 이 광고의 음악은 벨소리·컬러링 다운로드 등 인터넷 음반계까지 평정했다.

그러나, 일부 휴대전화 광고들은 제품과는 상관없는 여성의 예쁜 얼굴, 아름답고 섹시한 몸매, 선정적인 몸짓 등을 등장시켜 여성의 육체를 상품 수단으로 삼거나 여성의 왜곡된 표현으로 우리 사회의 성차별 관습을 심화시키고 있다.

반대로, 어리고 순수하며 귀여운 모델을 등장시켜 청순미를 부각시키는 등 여성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가 광고 속에서도 고스란히 보여진다. 전 국민의 여동생 문근영이 청순미를 벗어 던지고 섹시한 여성으로 거듭난 것도 휴대전화 광고 속에서라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휴대전화 광고는 이제 광고 그 이상을 넘어섰다.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첨단제품의 특성으로, 광고표현에 있어서도 젊은 층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며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광고의 외연만이 아니라 내포하고 있는 의미까지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광고 속에 녹아있는 왜곡된 가치와 고정관념은 광고주와 제작자들만이 해결해야할 몫이라기보다는 소비자를 비롯한 우리사회 전체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 시작점은 바로 문제에 대한 인식과 건전한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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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성신문은 1988년 국민주 모아 창간 한국 최초의 여성언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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