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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색한 악수... 26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를 방문한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윤종기 기동대 직무대행과 악수하고 있다.
아직 어색한 악수... 26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를 방문한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윤종기 기동대 직무대행과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폭력시위에 대해 책임지고 처벌도 달게 받겠다. 평화시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기동대원들에게 미안하고 서로의 감정 녹여내자." (문경식 전농 의장)

"덕분에 이종우 기동단장이 직위해제되고 줄줄이 징계를 받고 있다. 마음은 고맙지만 초상집에 놀리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입장 조금 이해해달라." (윤종기 제1기동대장)


농민단체 대표들이 기동단을 위로방문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정재돈 전국농민연대 상임대표, 손점자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회장을 포함한 농민단체 대표 5명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을 찾았다.

그러나 이날도 농민들은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지난해 시위에서 폭력을 휘두른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취지였지만, 기동단측이 언짢은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윤종기 제1기동대장은 "농민들 덕분에 직위해제된 이(종우) 기동단장의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전농 의장 "서로의 감정 녹여내자" - 기동단 "대원들이 농민들 가장 무서워한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 농민단체 대표들이 26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를 방문해 윤종기 기동대 직무대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 농민단체 대표들이 26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를 방문해 윤종기 기동대 직무대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농민단체 대표들과 기동단 일행은 본관 1층 회의실에 앉아 농민시위를 바라보는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 의장은 먼저 기동단을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음을 토로했다. 그는 "고통스러우면서도 얼굴이라도 봐야 화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면돌파를 택했다"며 "경찰이 아닌 농업정책과 싸웠는데 불미스런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 경찰 모두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윤 기동대장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찾아오는 손님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차라도 할 겸 회의실로 안내했다"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

그는 "폭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시위현장에 쇠파이프만 들고오지 않으면 된다"며 "술만 드시면 의도하지 않게 폭력이 나오고 시위 통제가 되지 않는다, 신고한대로만 시위해주면 평화시위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동대원들이 농민들을 가장 무서워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 의장은 곤혹스러워 하며 일부 농민들의 폭력행위를 통제하기 어려웠음을 털어놨다.

그는 "농업정책과 관련해 국회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농민들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에 격앙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일부 농민이 폭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반성하는 분위기도 전했다.

윤 기동대장은 "마음이 다소 풀린다"면서도 "많은 대원들이 농촌출신이라 같은 마음이지만 어쨌든 제일 큰 피해자는 경찰"이라고 말했다. 또 "다음에는 집회를 도와드리러 간다는 마음이 들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전의경 부모 모임 카페 운영자 "언론플레이" 반발

26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를 방문한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에게 조완휘 전의경부모모임 까페 운영자가 말로만 사과하면 되느냐고 항의하자 문 의장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26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를 방문한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에게 조완휘 전의경부모모임 까페 운영자가 말로만 사과하면 되느냐고 항의하자 문 의장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양측의 대화가 마무리될 무렵 나타난 '전의경부모의 모임' 카페 운영자인 조완휘(32)씨는 "사과가 아니라 경찰의 잘못을 따지려는 방문"이라며 문경식 전농 의장을 향해 격앙된 감정을 나타냈다.

조씨는 "사과방문이면 언론을 통해 공식 성명을 하고 정식 절차를 거쳐 방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방문하는 것은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고 따졌다. 또 "앞으로 폭력시위를 다시 벌인다면 전·의경 부모들과 예비역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어 "과잉진압으로 경찰 수뇌부들이 잇따라 징계를 받았으니 이젠 농민이 책임져야 할 차례"라며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사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는 기동단 건물 밖에서도 문 의장에게 거세게 항의했으나 기동단 관계자들의 만류로 물리적인 충돌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문 의장 등 농민단체 대표들은 기동대원들을 위해 준비한 인절미 15박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기동단을 나섰다.

이날 전농의 기동단 방문은 전국농민단체협의회에 이어 두번째로 이뤄진 경찰과 농민의 만남이다. 대한양계협회, 대한양돈협회 등이 소속된 전국농민단체협의회 대표들은 25일 국립경찰병원에서 농민시위로 다친 전·의경들을 위로방문한 바 있다.

26일 기동단을 방문한 전국농민연대는 2003년 5월 발족해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전국한우협회, 한국가톨릭농민회, 한국낙농육우협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한국유기농업협회 등이 소속돼 있다.

한편 경찰청은 25일 고 전용덕·홍덕표씨가 숨진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여의도 농민시위 진압과 관련해 박병국 영등포경찰서 서장에게 정직 1개월, 명영수 서울경찰청 기동단 3기동대장과 김홍근 기동단 경비과장에게 감봉 2개월 등 책임자들을 징계했다. 직위해제된 이종우 서울경찰청 기동단장에 대해서는 중앙인사위원회가 징계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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