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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줘 대마왕 세린이, 저녁을 먹자마자 스님처럼 염불을 외우니, “아~ 심심하다. 진~짜 심심하다!”
놀아줘 대마왕 세린이, 저녁을 먹자마자 스님처럼 염불을 외우니, “아~ 심심하다. 진~짜 심심하다!” ⓒ 장희용
저녁 숟가락을 놓자마자 우리 딸 하는 말, "아~ 심심하다. 진~짜 심심하다!" 그 말 듣고 밥 먹고 있던 나는 순간 움칫! 놀아달라고 달라붙으면 제 성에 찰 때까지 놀아주어야만이 떨어지는 놀아줘 대마왕 세린이. 이 찰거머리 같은 녀석이 이번에는 또 무슨 놀이하자고 하려고 저리도 말을 길게 늘어트리나?

시간을 보아하니 6시 40분. '지금부터 놀기 시작하면 9시까지 장장 2시간 20분? 거기다 책 읽어주는 시간까지 합치면 대략 3시간 정도. 으~ 안돼 안돼!' 순간 내 두뇌회전이 빨라진다. 1차 시간 벌기 작전으로 나는 최대한 밥을 느릿느릿 먹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떡하지? 퍼즐이 제일 쉬우니까 퍼즐 맞추자고 할까? 아니지, 그랬다가 저 많은 퍼즐 다 맞추자고 하면?'

밥을 씹는 둥 마는 둥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세린이 요 녀석 아예 아빠 밥 먹는 턱 밑에 꾸부리고 앉아서는 염불을 외운다. "아~ 심심하다. 진~짜 심심하다!" 순간 웃겨서 밥알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오매, 징헌 놈~.

"장세린! 너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냐? 아빠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냐? 저리 가 있어. 왜 아빠 턱 밑에서 그래?"
"아~ 심심하다. 진~짜 심심하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저리 좀 가 있어.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니까 아빠가 밥을 못 먹잖아. 아빠 먹는 거 소화도 안 되겠다."
"이히히, 진짜지?"

그나저나 오늘은 또 뭐하고 노나? 밥을 다 먹도록 생각을 해 봐도 놀기는 놀아주되, 내 몸이 조금이라도 편한 쪽으로 놀 수 있는 마땅한 놀이가 생각나지 않는다.

헉! 산타놀이 하자고? 하지만 난 산타놀이 피하려 잔머리 굴리고

"세린아 뭐 하고 놀까? (할 수 없이) 우리 오랜만에 퍼즐 할까?"
"퍼즐은 너무 쉬워. 음~ 그럼 우리 오늘은 산타놀이 할까? 그래 그게 좋겠다."

'헉! 산타놀이하자고? 난 죽었다.'

세린이는 벌써 좋다고 뛰어가더니 루돌프 머리띠를 차고는 거실바닥에 이불을 깔고 있었다. 아이큐 127, 내 머리는 순간 핑핑 돌아갔다. '뭐 좋은 수가 없을까?' 하지만 준비 마치고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딸을 보는 순간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린이 옆으로 가야만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의 구세주가 나타났으니, 언제 가져왔는지 둘째 태민이가 순록 머리띠를 차고는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태민이를 보는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으니, 그건 바로 나 대신 태민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뭐, 태민이한테 좀 미안하기는 했지만.

"세린아, 우리 순록 보고 썰매 끌라고 할까?"
"순록?"
"응! 산타가 끄는 썰매는 많이 타 봤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순록이 끄는 썰매 안 타볼래?"
"우헤헤~ 순록이 끄는 썰매! 그래 그게 좋겠다."

아내가 거실에 먼지 많다고, 침대 가서 놀라고 해 나는 루돌프와 순록을 데리고 침대로 갔다.

저의 작전대로 드디어 슬슬 동생에게 마수를 뻗치는 세린이. “어이, 순록~ 이리 와 봐”
저의 작전대로 드디어 슬슬 동생에게 마수를 뻗치는 세린이. “어이, 순록~ 이리 와 봐” ⓒ 장희용
“자, 순록 이제 썰매 좀 끌어봐.” 하지만 썰매 끌기를 거부하고는 이불만 뺏으려는 순록
“자, 순록 이제 썰매 좀 끌어봐.” 하지만 썰매 끌기를 거부하고는 이불만 뺏으려는 순록 ⓒ 장희용
“야, 순록! 너 뭐하냐? 빨리 썰매 끌어!”
“야, 순록! 너 뭐하냐? 빨리 썰매 끌어!” ⓒ 장희용
루돌프가 웃는 이유는? 물어보니 그냥 웃기다고, 재밌다고^^
루돌프가 웃는 이유는? 물어보니 그냥 웃기다고, 재밌다고^^ ⓒ 장희용
세린이의 웃음과 함께 순록이 끄는 썰매 타기 끝. '뭐야? 10분밖에 안 지났잖아!' 산타놀이를 피하려는 나의 작전은 부실한 순록으로 인해 결국 10분만에 막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정확히 예상했던 나는 다음 놀이를 생각한 게 있으니, 바로 김밥놀이다. 아내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불을 거실에 깔고 김밥놀이를 시작한다.

이렇게 뚤뚤 말아놓고 나는 그 옆에 편히 앉아서 좀 웃긴 이야기만 해주면 좋다고 킬킬^^ 3분은 그냥 지나간다. 한 10번만 하면 30분은 훌쩍 지나간다.^^ 더구나 이렇게 말아 놓으면 덥기 때문에 땀을 식히는 데도 꽤 시간이 걸리니, 도합 40분 정도는 별로 힘 안들이고 놀아줄 수 있다.
이렇게 뚤뚤 말아놓고 나는 그 옆에 편히 앉아서 좀 웃긴 이야기만 해주면 좋다고 킬킬^^ 3분은 그냥 지나간다. 한 10번만 하면 30분은 훌쩍 지나간다.^^ 더구나 이렇게 말아 놓으면 덥기 때문에 땀을 식히는 데도 꽤 시간이 걸리니, 도합 40분 정도는 별로 힘 안들이고 놀아줄 수 있다. ⓒ 장희용
“세린아~ 단무지 도망간다. 잡아라!” 갑갑한 지 태민이는 종종 저렇게 빠져 나온다.
“세린아~ 단무지 도망간다. 잡아라!” 갑갑한 지 태민이는 종종 저렇게 빠져 나온다. ⓒ 장희용
결국 난 산타놀이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산타놀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산타놀이가 뭐냐고요? 사진에서 보듯이 저렇게 이불에 세린이를 태우고 안방을 비롯해 방이면 방, 거실이면 거실 등을 돌아다니며 그곳에 있는 아이들(태민이)에게 선물을 주는 놀이다.

차라리 집이라도 넓으면 한 번에 쭈욱~ 가고, 또 쭈욱~ 오면 편할 텐데 집이 좁으니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에구, 허리야! 그래도 여기까지만 해도 그런 대로 참으련만, 루돌프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면서 착한 일 하라는 둥, 잠깐 얘기를 하는 동안 좀 쉬려고 거실로 나가면 산타는 꼼짝 말고 썰매를 지켜야 한다면서 어디 가지도 못하게 한다.

이게 뭐야! 루돌프는 썰매 타고 산타는 썰매 끌고, 루돌프는 아이들에게 선물 나누어 주고 산타는 옆에서 썰매 지키고. 다음에 또 하자고 할 텐데 어떡하지? 순록은 실패했으니 다음에는 세린이한테 산타엄마(아내)가 끄는 썰매 타보자고 꼬셔 볼까?

끙~ 아마 그렇게 하면 나보다 잔머리 더 잘 굴리는 아내는 2번 정도 태워주고는 온갖 핑계를 대면서 방바닥에 쓰러질 게 뻔하다. 그러고는 세린이한테 아빠한테 태워달라고 하라고 할 것이다. 그럼 세린이는 나한테 태워달라고 하겠지? 내가 안 봐도 훤하다 훤해.

그런데 문제는 아내의 저런 작전들이 세린이한테 통하는데 아빠인 나는 도무지 통하지를 않는다는 거다. 내가 그런 작전을 썼다, 그럼 심술궂은 아내는 "세린아, 아빠 쇼하는 거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세린이와 태민이를 나에게 맡기고 자기는 텔레비전 보러 간다.

'아, 어떡하지? 뭐 좋은 수가 없을까? 그러지 말고 이불을 확 빨아버릴까? 그러면 안 태워줘도 되잖아! 다 마르면? 뭐 묻히고 또 빨지 뭐. 그래 아주 좋은 방법이야! 큭큭.'

이불썰매를 타는 루돌프 세린이. 아이들은 아주 사소한 놀이에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불썰매를 타는 루돌프 세린이. 아이들은 아주 사소한 놀이에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 장희용

방금 전 일에 대한 순록의 복수? 아직 말을 잘 못하는지라 해석하면 “야야, 루돌프 너만 타냐? 나도 좀 타 보자. 그만 좀 내리지!”
방금 전 일에 대한 순록의 복수? 아직 말을 잘 못하는지라 해석하면 “야야, 루돌프 너만 타냐? 나도 좀 타 보자. 그만 좀 내리지!” ⓒ 장희용

휴~ 루돌프 끄는 썰매가 아니라 루돌프가 타는 썰매 이제 다 끌었네요. 좀 힘들기는 해도 녀석들 귀여운 모습 때문에 사실은 힘든 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웃는 모습, 그것만큼 내 마음에 행복을 선물하는 것은 없지요. 아이들 웃음이 복덩이입니다. 복덩이!
휴~ 루돌프 끄는 썰매가 아니라 루돌프가 타는 썰매 이제 다 끌었네요. 좀 힘들기는 해도 녀석들 귀여운 모습 때문에 사실은 힘든 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웃는 모습, 그것만큼 내 마음에 행복을 선물하는 것은 없지요. 아이들 웃음이 복덩이입니다. 복덩이! ⓒ 장희용

덧붙이는 글 | 제가 나이 들면 그때는 루돌프 딸이 산타인 이 아빠를 썰매, 아니 비행기 태워 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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