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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에 라이브도어 사장의 저서 <100억을 버는 주식 투자 방법>.
호리에 라이브도어 사장의 저서 <100억을 버는 주식 투자 방법>. ⓒ GOMA 북스
신흥 인터넷기업인 라이브도어는 지난해 일본의 '미디어 공룡'인 < 후지TV >와 <닛뽄방송>의 인수를 둘러싸고 쟁탈전을 벌이면서 기존 미디어들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또 시민참여형 인터넷신문 <퍼블릭 저널리스트(PJ) 뉴스>를 시작하는 등 온라인 상에서 적극적인 미디어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로 인해 라이브도어는 일본의 대표적인 익명 게시판 '2채널'을 비롯한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기존 미디어에 대한 '도전자'로 큰 인기를 끌었다.

잦은 TV 출연과 함께 <100억을 버는 주식투자 방법> 등의 저서 출간으로 호리에 사장의 대중적 인지도도 높았다. 일본 사회의 소득 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호리에 사장은 벤처기업으로 출발하여 거대한 인터넷기업을 거느리는 '승자'의 표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기존 미디어들은 지난 16일 도쿄 지검 수사가 시작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라이브도어 때리기'에 나섰다.

<마이니치 신문>이 이날 "IT 시대의 총아가 저지른 불투명한 행위는 형사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기존 미디어들은 혐의도 밝혀지지 않은 단계에서부터 호리에 사장을 범죄자 취급했다. 기소도 되지 않은 단계에서 언론이 유죄를 선고한 셈이다.

또 일본의 TV방송국들도 23일 밤 호리에 사장이 도쿄 구치소로 이송되는 장면을 앞다퉈 중계하면서 마치 일본의 부의 상징이 몰락한 듯한 상황을 '연출'했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도 이런 매스컴의 화려한 연출을 두고 "기존 미디어의 의도적인 신흥미디어 때리기"로 보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호리에 사장의 개인 블로그인 'livedoor 사장 일기'에는 "매스컴의 공격에 지지 말라" "힘내세요" 등 그를 응원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배신당했다" "국민 앞에서 사죄하라" 등의 비난 글이 '댓글 논쟁'에 가세하면서 22일에는 78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검찰의 전격 수사에 일본 블로거들 사이에선 '설'이 분분

일본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라이브도어에 대한 검찰의 전격 수사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그 중 가장 난무하는 것이 < 후지 TV >와 경단련 등 라이브도어의 대립 세력에 의한 '음모설'이다. 그러나 현재 블로거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는 설은 바로 '일본 증권시장의 안정화 기획설'이다.

경제지 기자 출신 인사가 운영하는 인기 블로그 'R30' 측은 "거품경제 이후 일본의 증권 시장이 침체되자 투자가들이 대기업 주식을 장기 보유하기보다는 신흥 중소 종목을 단기 보유(데이트레이드)하는 쪽을 선호하게 됐다"면서 "검찰은 이런 데이트레이드에 의존하는 기업들에게 경종을 올리기 위해 라이브도어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이브도어는 자사주의 분할을 반복하여 주식 단가를 낮춤으로써 개인 투자가가 매수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 또 기업 인수·합병과 분식 결산을 통한 '주가 끌어올리기'로 자사주를 인기 종목으로 둔갑시켰다.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주식을 사고 파는 '데이트레이더'를 타깃으로 하는, 라이브도어와 같은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일본 주식시장은 이들의 투자 동향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처했다.

투자가가 주식을 장기 보유함으로써 기업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했던 종래의 일본 증권 시장의 구도가 바뀐 것이다. 검찰이 이런 구조적 변화에 칼날을 대기 위해 라이브도어에 대한 전격 수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라 그 진위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라이브도어가 그런 주식시장의 변화를 잘 활용하여 성장한 기업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우정 민영화와 9.11 총선... 금융업 진출 노린 호리에

리이브도어 주가(푸른선)는 24일 현재 176엔까지 폭락했다.
리이브도어 주가(푸른선)는 24일 현재 176엔까지 폭락했다. ⓒ Yahoo Japan
라이브도어는 블로그 서비스와 뉴스 사이트 등을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 운영 인터넷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라이브도어의 경상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한 소비자 금융과 증권 거래 등의 금융 부문 자회사들이다.

호리에 사장이 지난해 9.11 총선에 출마한 것도 우정 민영화로 개방된 '우체국 적금'이라는 거대한 금융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호리에 사장은 자민당의 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다케베 쓰토무 자민당 간사장이 지원 연설하는 등 자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낙선을 하기는 했지만 그의 대중적 인기는 자민당의 압승에 일익을 담당했다.

호리에 사장은 "데이트레이드로 용돈을 벌자" "부자가 되자" 등의 노골적인 배금주의적 발언과 관련 서적으로 일본에 주식투자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현재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Yahoo! Japan'의 게시판에는 라이브도어에 투자한 개인투자가들의 고통스런 '탄식'이 넘쳐나고 있다.

라이브도어의 주가는 지난 16일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700엔 대를 넘나들며 고공 행진을 계속했으나 25일 오후 2시 현재 155엔까지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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