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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10월26일 윤광웅 국방장관과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서울국방부 청사에서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 LPP 개정안 등 3개 협정에 대해 서명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해 미 하원에서 주한 미군 기지 이전에 총 80억 달러(우리돈 7조8000여억 원)가 들어가며 이 가운데 미국 부담은 단 6%(4억8000만 달러, 우리돈 3700여억 원)에 불과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는 노무현 정부의 '협력적 자주국방론'이 주한 미군의 동북아 기동군화 등 미국의 군사력 재편 전략과 일치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주한 미군 기지 이전 총액을 밝히지도 않은 채 한국의 비용 부담은 53억 달러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라포트 사령관의 언급대로라면 한국이 추가로 22억달러 정도를 더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 등에 관해 지난 9일 주한미군 사령부 쪽에 해명을 요청했으나 26일 오전 9시 현재까지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

라포트 사령관은 지난해 3월 8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와 3월 10일 미 하원 세출(歲出)위원회에서 한 증언의 원문은 현재 미 국방부 홈페이지(www.defenselink.mil)에서 볼 수 있다.

라포트 사령관은 3월 10일 미 하원 세출위원회 산하 '병력의 삶의 질 및 예비역 업무 등 관계 위원회'(Sub-committee on Military Quality of Life, Veterans Affairs and Relate Agencies)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한 미군을 항구적인 시설로 이전하는데 80억 달러가 들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현재 분석에 따르면, 한국 정부 부담은 전체의 53%(42억4000만 달러), 민간 업자에 의한 임대 건물 건설 투자금(private industry-financed build-to-lease investment)이 20%(16억 달러),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21%(16억8000만 달러), 미군 시설 예산 6%(4억8000만 달러) 등이다"

그는 이어 "주한 미군 기지 이전 전체 비용 가운데 미군 시설 예산 부담은 6%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이 정도 지출도 미국이 한국과 한미 동맹을 위해 지속적인 군사적 기여를 하겠다는 주요한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 중 임대료 누가 부담하는가?

라포트 사령관의 언급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주장했던 한국의 미군 기지 이전 비용 분담액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초 용산 미군 기지(38억 5000만 달러 소요) 및 미 2사단의 오산·평택으로의 재배치·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른 미군 기지 통합 등에 한국 정부가 총 53억달러(한국돈 5조4703억 원)를 부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군 기지 이전 총액 및 미국 쪽 분담 규모에 대해서는 밝힌 적이 없다.

그런데 라포트 사령관의 언급에 따르면, 한국의 부담액은 정부 직접 부담 42억4000만 달러, 방위비 분담금 16억8000만 달러 등 59억2000만 달러다. 전체의 74%나 된다.
일단 여기서부터 한국 정부의 기존 주장 53억 달러보다 6억 달러가 많다.

문제는 '민간 업자에 의한 임대 건물 건설 투자금'(BTL)이라고 적시된 16억 달러다.
BTL은 건설업자가 자기 자금 또는 은행 차입 등을 통해 먼저 건물을 지은 뒤 일정 기간 임대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라포트 사령관의 증언에서는 나중에 임대료를 한국과 미국 가운데 누가 부담하는지, 또는 어떤 방식으로 임대료가 조달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9일 주한 미군 사령부에 ▲아직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시설종합계획(마스터 플랜)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총액을 80억 달러라로 말한 근거가 무엇인지 ▲BTL로 건설된 건물의 임대료는 한국과 미국 가운데 누가 부담하는지 ▲만약 미국 정부가 임대료를 낸다면 왜 라포트 사령관은 '미국 부담은 6%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는지 등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26일 오전 9시 현재까지 여러번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응답을 하지않고 있을 뿐 아니라, 대답을 하지 않는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

100억 달러설 이미 나와

▲ 서울 용산미군기지 1번 출입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마스터플랜도 없이 기지 이전
이전 완료는 2008년인데 올 6월에야 나와

주한 미군 기지 이전과 관련한 비용 논란이 계속되는 시설종합계획(마스터 플랜)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기지 이전 비용 총액을 다 부담하겠다고 미국에 약속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53억 달러의 비용부담은 추정치이며 정확한 것은 마스터플랜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원래 정부는 지난 2004년말까지 마스터 플랜을 세우겠다고 말했으나 2005년 말까지 내놓겠다고 기한을 연장했다. 그러나 다시 지난해 9월 2006년 6월까지 내놓겠다고 입장을 또 바꿨다. 그것도 미국과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전제하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래 한미 양국의 발표대로라면 2008년까지는 미군 기지 이전이 완료되어야한다. 그런데 올 6월에야 마스터플랜이 나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일부에서 "애초 한국 비용 부담이 50억 달러선이라고 주장했지만 이것을 훨씬 넘으니까 비용 총액과 한국 부담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는 마스터 플랜 수립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주목되는 것은 BTL로 지은 건물의 임대료가 방위비 분담금이나 또 다른 편법을 통해 결국 한국 정부가 부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 2004년 6월 용산 미군기지안에 2400만 달러를 들여 완공한 아파트의 경우 원래 한미 양국은 미군 예산으로 지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나중에 공사비 전액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채워진 사실이 드러났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5월 27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미국 방문 때 잭 크라우치 백악관 국가안보부(NSC) 보좌관을 만나 용산기지 이전비용에 100억 달러(약 10조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또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서 미군 기지 이전 비용을 조사한바 초기단계에서 이미 7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는 "7조5000억 원이라는 수치는 정부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냥 시민사회 쪽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미군이 옮겨갈 평택 기지의 부지가 홍수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면서 '부지를 2~3m 더 높이는 성토(盛土) 작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공사에만 여기에만 5억5000만 달러가 추가로 들어간다.

또 24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오는 2011년까지 반환할 34개 기지가 심각한 환경오염 상태에 있지만 미군은 8개 기지에 대해서만 환경 치유를 해주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34개 기지의 환경치유에만 추가로 5000억(약 5억달러)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주한 미군 기지 이전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협력적 자주국방'은 미국의 목적과 일치"

▲ 리언 라포트 주한 미군 사령관.(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라포트 사령관의 연설에서는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그는 "한국이 자주 국방을 위해 더욱 더 큰 노력을 하는 것은 우리 동맹국으로 하여금 지역 안보에 있어 더 큰 역할을 하게하는 미국의 목적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국방부가 앞으로 4년간 920억 달러의 국방비를 요구한 것,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 임무 등을 한국군이 떠맡은 것은 물론 심지어 2008년까지 한국군 병력 4만명 감축 등을 통한 군 구조 개편, 국방부의 문민화, 획득 전담 기관(현 방위산업청) 신설 등 노무현 정부가 군 개혁 목표로 내세운 것까지 모두 한미 상호연합 방위 능력 향상 및 주한 미군 재편과 연관된 것으로 설명했다.

즉 한국 정부의 협력적 자주 국방은 ▲주한 미군이 비무장지대 부근에 붙박혀 하던 '인계철선' 역할을 이제 끝내고 가볍고 기동성있는 부대로 재편되며 ▲주한 미군은 항구가 있는 평택과 비행장이 있는 오산으로 내려가 언제든지 해외 출병을 할 수 있도록 하며 ▲한국군은 주한미군의 기존 임무를 떠맡아 그들을 '자유스럽게 놓아주고'(free up) ▲더 나아가 이런 미군과 공동작전 등을 위한 한국군 능력 향상을 위해 막대한 국방비 증액 및 군 구조 재편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최근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그대로 인정한 것과 맞물려 노무현 정부가 그냥 '자주국방'이 아니라 왜 '협력적'이라는 말을 붙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라포트 사령관은 "2005년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는 마련하는 공동 비전은 북한의 위협을 넘어 민주주와 시장·비확산·대 테러·인권·군에 대한 문민통제 등 우리의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강력한 전망을 생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 정상회담에서 나온 공동선언문은 "양국은 한미동맹이 (북한의) 위협에의 대처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에서 민주주의·시장경제·자유 및 인권이라는 공동의 가치 증진을 위해 있다는데 동의하였다"고 되어있다.

라포트 "한미는 이렇게 잘 협력하고 있다"

리언 라포트 사령관은 지난해 미 하원 증언에서 한국의 협력적 자주국방이 얼마나 미국의 의도와 일치하는지 대단히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4년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의 협력적 자주국방과 주한미군의 변화(즉 지역 기동군화) 노력을 조화시키는데 상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한미 연합방위전력의 '증강(enhance)', '한미 양국군의 임무 형성(shape), 주한 미군의 재배치(align)를 했다"고 말했다.

우선 '증강'을 위해 주한 미군은 총 340개 과제에 110억 달러를 투입하고, 한국군도 수십억 달러를 이미 전력 증강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 또 한국 국방부는 앞으로 4년간 920억 달러의 방위비를 요청했으며,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8% 수준에서 오는 2008년까지 3.2%로 늘리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성'과 관련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화생방·북한 장사정포에 대항한 대 화력적 임무 등을 주한미군에서 한국군으로 이양됐다. 물론 이는 이런 임무 수행을 위해 다연장로켓포(MLRS)·대 포병 레이더·공격 헬기 등의 도입 등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 국방부가 막대한 국방비 증액을 요구했던 것이다.

또 주한 미군을 1만2500명 감축해 오는 2008년까지 2만5000면 수준으로 줄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중장갑 부대를 기동성 있는 부대, 예를 들어 중장갑 여단과 3개의 헬리콥터 여단을 통합해 '다기능 항공 여단'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라포트는 "노무현 정부는 협력적 자죽구방을 말하며 한국 방위에 있어서 더 많은 역할을 하기로 했다"며 "이 목적을 위해 한국군도 오는 2008년까지 4만명의 군대 감축을 통한 구조 재편, 국방부의 문민화, 무기 획득 전담 기관(현재의 방위산업청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라포트는 "이러한 구조개혁은 한미 연합방위 능력 향상에 대한 상호간의 신뢰를 강화시킨다"고 높이 평가했다.

'재배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한 미군 기지의 오산과 평택 등으로 이전을 말한다. 이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꽉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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