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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4일 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지율 1위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4일 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지율 1위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동영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전 통일부 장관)과의 인터뷰는 '이틀'에 걸쳐 진행된 셈이다. 24일 밤 11시에 시작된 인터뷰는 자정을 30분이나 넘겨 끝이 났다. 그는 전당대회가 시작된 이래 "오늘이 가장 힘든 하루였다"고 토로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장에 모습을 드러낸 뒤 대구로 이동, 경북 지역 당원들을 상대로 초청강연회를 가졌다. 그런 뒤 다시 서울에 올라와 의원들 모임에 참석하고 밤 11시가 다 돼서야 인터뷰 장소인 여의도 선거사무실에 도착했다. 앵커 출신다운 낭낭한 목소리도 밤이 되니 갈라져 나왔고 인터뷰 도중 물을 세 잔이나 마셔가며 목을 축였다.

연초 '산'으로 간 까닭을 물으니 "정말 몇 달 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근태 상임고문(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월 2일 국회에서 당 복귀 신고식을 갖고 바로 전국 투어에 돌입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정 고문은 느렸다.

"통일부 장관을 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통일부 장관 일에 전심 전력을 다했기에 기회가 주어졌으면 몇 달 쉬고 싶었다. 당의장 경선을 준비하고 그럴 겨를이 없었다. 이북이나 워싱턴 등 해외에 간 숫자가 지방을 간 것 보다 많았다. 모드 전환을 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했는데 그 시간이 없었다."

그는 억울해 했다. 최대 맞수인 김근태 고문이 '당권파 책임론'을 들어 당 요소요소에 사람을 심어놨다며 공격하는 것에 대해 "1년 6개월 동안 통일부 장관실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말로 항변했다. 그는 실제로 "백의종군을 검토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5월 지방선거 이후를 우려하는 주변의 충고가 많았다고 한다. 지방선거가 '참패'로 귀결될 경우 책임론의 한 가운데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출마를 결심했다. 왜?

"이유는 하나다. 이 길이 쉬운 길이라면 굳이 제가 몸을 던져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도 그것은 당당한 것이 아니었다. 비겁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려우니까 피하는구나'라는 생각에서, 나로서는 그렇게 비겁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피할 수 없었다. 정치를 시작한 이후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정동영 간판' 건 지방선거 결과 책임지겠다"

정동영 전 장관은 또한 지방선거에 대한 책임도 지겠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또한 지방선거에 대한 책임도 지겠다고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는 노 대통령과의 첫 '교감'을 소개했다. 1998년 7월, 이명박 현 서울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뒤 치러진 종로 보궐선거에 노무현 후보가 출마했을 때 그는 종묘에서 지원유세를 벌였다. 당시 그는 노 후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 길로 한 길로 자신이 지닌 원칙과 상식을 가지고 넘어지고 깨지면서 일관되게 걸어온 '노무현의 길'을, 후배 정치인으로서 나도 그 길을 갈 것이다."

그러면서 2001년 민주당 쇄신·정풍 운동, 2002년 대선, 2003년 신당 창당, 2004년 총선, 2005년 통일부 장관에게 주어진 과제 등의 이력을 소개하며 "돌이켜 생각하면 스스로를 고단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남이 시키지 않은 피곤한 길을 선택"할 때라고 말한다. 결심이 굳은 뒤엔 공세적이었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지율 1위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것. 지방선거 예비출마자들을 상대로 한 설득 포인트도 간명하다.

"누가 당신의 선거파트너가 되는 것이 5·31 선거에서 표를 굳히겠는가를 선택하라." 그의 답은 "정동영이가 당신의 러닝메이트가 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책임을 물을 때는 당의 간판을 묻지 않겠나"라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국회의원 배지가 없다.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노인 폄하' 발언 사태로 당의장직과 함께 비례대표직을 내놨기 때문이다. 남은 재보궐선거에서 지역구로 출마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방선거에 제 정신적 힘이고, 물리적 힘이고 한톨 남김 없이, 한방울 남김 없이 쏟아놓겠다는 각오뿐"이라고 일축했다.

"26세부터 46세까지 기자를 했는데 기자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다. 그게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듣는 것, 그것이 나의 판단 기준이었고 최고의 개혁이었다."

다음은 질의 응답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 열린우리당이 꼭 뜯어고쳐야할 악습은 무엇이라고 보나.
"무능, 태만, 분열 3가지가 핵심이다. 144명 거대 군단의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무능과 태만, 게다가 성실하지도, 부지런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내부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다투고…. 그것이 핵심이 아닐까? 무능을 유능, 태만을 성실함으로, 분열을 통합으로 바꾸어야 한다."

- 결국 리더십 문제인가.
"이번이 7번째 당의장이다. 당의장의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려운 구조다. 문희상 전 의장이 말하는 의전적 당의장이거나, 단지 직선에 의해 뽑혔다는 것이다. 제도는 굉장히 취약하다. 그리고 2년 동안 7번째라는 것은 당의장만 7명이지 '뽑힌 당의장'은 2사람뿐이다. 나머지는 임시 당의장이다. 당의장으로 뽑힌 것은 정동영과 문희상 전 의장이다. 이번이 세 번째다."

"김근태가 추월? 1인2표제서 당할 재간이 있나"

정동영 전 장관은 "2순위 표가 1순위 표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1인 2표제의 문제를 제기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2순위 표가 1순위 표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1인 2표제의 문제를 제기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김근태 의원이 무섭게 따라붙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1인 2표제 당의장 선거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2표의 의미는 당의장을 2명 뽑는 것이 아니라 1표는 당의장, 2표는 최고위원을 뽑는 것이다. '2순위 표가 1순위 표를 삼킨 것'이다. 2순위 표에서는 제가 더블스코어도 안됐다. 거의 2.5배 차이로 진다고 됐다. 이런 식이라면 당할 수가 없다. 2순위 표가 1순위 표를 집어삼키는 것이다. 당이 그런 제도를 결정했으니까 따라 가는 것이다."

-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놓고 있나.
"지방선거 예비출마자들에게 '누가 당신의 선거파트너가 되는 것이 5·31 선거에서 표를 굳히겠는가를 선택하라', '당신의 러닝메이트가 될 사람을 당의장으로 세워라'가 설득 포인트이다. '정동영이가 당신의 러닝메이트로 어떠한지'를 강조할 것이다. 후보 자신의 인물 경쟁력과 당의 간판으로 5·31 선거가 치러진다. 그리고 책임을 물을 때는 당의 간판을 묻지 않겠나?"

- '정동영 간판'이 다른 후보들보다 낫다는 것인가.
"당원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압도적으로 이야기한다. 나는 '지지율 1등을 만들겠다'고 공약했고, 어떻게 하면 지지율 1등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신기남·이부영 시대까지 책임져야하나"

- 김근태 의원이 제기하는 '당권파 책임론'을 면해보려는 것 아닌가.
"(김 의원측의) 탁월한 선거 전략이다. 그러나 실체는 없다. 지난 2004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정동영 리더십으로 이끌면서 공(功)과 과(過)가 있었을 것이다. 이때 당·정·청이 유기적으로 기능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채 물러났던 것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당시 총선을 치른 당의장이었고, 선거결과는 원내 1등을 차지했다. 그 이후 신기남·이부영 시대까지 책임져야 한다면 말이 되나."

- 일찍부터 요소요소에 사람을 심어놨다고 비판하는데.
"이부영, 임채정 전 의장에게 물어봐라. 그들이 정동영이에게 물어보고 당내 요소요소에 사람을 심었겠느냐고…. 당권의 실체가 뭔지 잘 이해할 수 없다. 한나라당과의 전선을 분명히 하고 당을 살리는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

- 5대 양극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세율인상은 불가피한데 '여론 눈치보기' 아닌가.
"조세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인데, 우리가 지금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5대 양극화 바다를 건너가야 한다. 이 바다를 건너가기 위한 국가의 비전과 방향을 정해놓고, 그것에 대한 전망 속에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당장 세금을 올리느냐, 마냐를 놓고 논의의 초점을 좁게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도 문제의식을 던진 것이 아닌가."

- 세율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나.
"우선 정부의 세출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고,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이른바 조세의 형평성에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지 지금 세율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

- "2015년 이전에 군 병력을 현재의 절반인 30만~4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획기적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양극화 해소를 위한 큰 재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도 비현실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 당장 하자는 게 아니고 중장기적 방향과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의 '평화체제 구축'은 평화에 대한 배당금을 줄 수 있다. 왜, 평화체제 구축이 비현실적인가. '북한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변의 가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 대북관계를 전망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전제로 양극화 해법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한 것은 너무 막연한 발상 아닌가.
"평화체제 정착에만 기대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종합적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이런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가를 이야기한 것이다."

"당의장 되면 희망의 사각지대인 실업계 고교 찾겠다"

- 양극화 해소는 시급한 문제인데 지금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예를 들어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의 학부모는 대부분 고졸이다. 언론 기사에서 실업계 아이들의 문제를 다룬 것을 본 적이 없다. 바로 사각지대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3분의1이 실업계인데, 이곳에선 희망을 찾을 수 없다. 내가 당의장이 되면 바로 실업계 고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겠다. 법을 바꾸고, 예산이 필요하면 추경이라도 해서 민심을 열어보겠다. 양극화 해소는 거창한데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찾아 줄 수 있다면, 부모들이 열린우리당을 '나의 당'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한길 후보가 배기선 의원을 2배차로 승리했다. 선거 결과는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나.
"두 후보 다 훌륭하게 원내대표 하실 역량과 경륜을 가진 것은 확실하다. 아마도 의원들 나름대로의 판단은 당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갈급한 요구가 아니었을까? 그 부분에 있어 김한길 의원이 설득력 있게 설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원내 파트너로서의 김한길 의원은 어떻게 보나.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2년 동안 열린우리당의 투톱체제가 통일성을 결여함으로써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개인적으로 소망하길 '일원성 투톱체제'로 당의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당과 정책이 유리되어 있었다. 당은 당이고, 정책은 원내로 가 있었다. 좀 보완을 해야하고 그런 점에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 오늘 원내대표 선거 직전 모습을 드러내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것은 김한길 의원을 지지하기 위해서인가. 다른 의원들의 시선을 우려하지 않았나.
"내 선거운동을 위해 찾았다. 오는 2월 2일 예비선거도 있고…. 다 식구들인데…."

- 사학법 재개정 문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원내대표도 뽑히지 않았나. 김한길 의원은 당내 전략통으로 사령탑이 됐으니까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2월 국회에 반드시 한나라당이 등원하도록 해야겠지…"

- 만약 당의장이 된다면 같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텐데, 한나라당을 국회로 불러들일 복안이 있나.
"(김 원내대표와) 같이 상의해보도록 하겠다.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때는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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