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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묻겠습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인정은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인 '평화번영정책'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정체성마저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무엇입니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하는 한미 양국간 공동성명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이번 합의가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천명해 온 '원칙'을 번복한 것이라며, 그 경위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질의를 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사진)은 23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당의 입장과 공개질의 내용을 밝혔다.

노 의원은 "이번 합의는 동북아 등 세계의 지역분쟁에 대해 주한미군의 자유로운 투입을 전면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우리 국민의 안보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노 의원은 "(공동성명 내용에) 너무 놀라서 조용했던 것이지, 국민이 합의에 동의해서 말이 없는 줄 알면 오산"이라며 "우리 국민 누구도 결코 합의 내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국회 비준 거쳐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한국민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공동성명 내용과 관련, 그는 다음과 같은 점을 들어 실효성에 대해 우려했다.

▲이번 합의가 아무런 법적 강제력이 없는 '공동성명'이라는 점 ▲사전협의 의무조차도 없다는 점 ▲실제 동북아 분쟁에 주한미군이 개입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분쟁 연루가 불가피하다는 점 ▲분쟁발생 이전에도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과 군비 증강이 예상된다는 점 ▲한미동맹의 종속성과 과거 경험에 비추어 우리의 의지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 등이다.

또 "이번 합의로 우리 안보와 관계없는 한반도 이외 지역에 주한미군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한반도에 대한 외부의 무력공격에 대한 공동대체'를 목적으로 주한미군 주둔을 허용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약을 개정하지 않는 한 공동성명이 효력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이 문제는 한반도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중대사항"이라며 "국회의 사전논의와 동의가 없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안전보장 등 중대사항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 의무'를 명시한 헌법 제60조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밝히고 노 대통령의 견해를 물었다.

주한미군의 평택기지 이전 재배치에 대해서도 "전략적 유연성 확보를 위한 해외미군재배치계획(GPR)과 (평택기지 이전이) 무관하다고 강변해 온 정부의 과거 주장과 공동성명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평택기지 이전확장 및 방위비분담금 지원을 즉각 중단할 용의가 없는지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 대토론회·국정조사·청문회는 기본적인 요구사항"

이외에도 민주노동당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국민 대토론회' 개최를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또 협상과정에 대한 국정조사 및 청문회 추진 방침임을 밝히고 다른 정당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노 의원은 "우리 국민은 그간 대통령의 말씀과 의지를 믿고,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미협상이 국익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형태로 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며 "이번 공동성명은 이러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합의였다"고 말했다.

이어 노 의원은 "심지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도 전혀 사전 설명·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민 대토론회를 여는 것은 매우 기본적인 요구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긍정적 답변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 대통령은 지난 2004년 11월 미 국제문제협의회(WAC) 연설을 통해 "(주한미군의) 융통성있는 운용에 대해서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하지만, 내가 말한 '융통성'이 주한미군 역할에 있어서의 유연성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2005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국민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 (이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으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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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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