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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고수와 김현주라는 스타 배우들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드라마는 고수와 김현주라는 스타 배우들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 sbs
<파리의 연인>이나 <온리유>처럼 애절한 로맨스로 포장했지만 결국 부유층과 서민층의 결합을 통해 신분상승의 환타지를 부추기던 수많은 기존 드라마와 달리,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는 의외로 작은 행복에 대한 예찬론을 펼쳤다. 기존 작품의 아류로 섣불리 단정 짓던 사람들에게는 당혹스러운 변신이었지만 한편으로 신선했다.

인생역전의 허황된 꿈 대신, 가진 것이 없어도 자신의 꿈을 좇아 매진하는 건강한 청춘들에 대한 격려는 훌륭했다, 리얼리티쇼를 표방한 방송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왜곡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데에 대한 문제제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는 이처럼 참신한 소재와 올바른 주제의식을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승화시키지는 못했다. 그것은 주인공 영훈과 은영이 지나치게 도덕적인 완벽주의자인데다 지루한 모범생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계속되는 주변의 달콤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이득'에 대한 욕심이 없다. 유진하(윤상현)과 정수민(손태영)처럼 비록 이기적일지언정 솔직하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현대적인 인물들에 비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명분에만 얽매여 방황하는 소극적인 주인공들은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고 답답하다.

욕심 없는 주인공들이 무언가를 애절하게 갈망하지 않으니, 극적인 갈등 구조가 생길 턱이 없다. 악역이 아무리 시비를 걸어도 주인공이 대응은 고사하고 철저히 '마이 웨이'식의 무반응으로 일관하는데 긴장감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는 새로운 소재에 대한 접근이 돋보였으나 설득력있는 구성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는 새로운 소재에 대한 접근이 돋보였으나 설득력있는 구성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 sbs
가장 큰 아쉬움은 전반부의 화려한 리얼리티쇼와 후반부 네 남녀간의 엇갈리는 로맨스간의 극심한 격차를 자연스럽게 메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화려한 이국의 풍광을 배경으로 한 전반부의 리얼리티쇼는 황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빠른 전개와 화려한 영상미가 돋보였었다.

그러나 무대가 한국으로 옮겨진 뒤 본격적으로 전개되어야할 네 남녀의 로맨스는 실마리를 찾지 못해 이야기가 상당히 지지부진해졌다. 유진하와 정수민의 짝사랑은 너무 일찍 승패가 갈려져서 두 캐릭터가 사실상 플롯의 중심에서 밀려났고, 주인공 영훈의 성공-실패-재기로 이어지는 과정이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야기가 설득력을 잃었다.

악역인 성식(정진)을 비롯하여 유채영, 박근형 같은 조연들의 이야기와 비중도 일관성을 지니지 못한 채 어색하게 겉돌았다.

고수와 김현주에게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는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름대로 호연했으나 단조로운 시나리오는 배우들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

영훈 역의 고수는 특유의 건강하고 순박한 이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지만, 캐릭터 자체가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느낌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현주도 전작 <파란만장 미스김>을 연상시키는 억척스럽고 생활력강한 은영 역을 다시 열연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극의 우울한 분위기에 갇혀서 캐릭터 특유의 억척스러운 모습이나 김현주의 밝고 쾌활한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남자주인공에 비해 극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동적인 캐릭터에 머물러 아쉬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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