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이기원
단순한 서커스의 차원을 넘어 예술의 경지까지 승화시켰다고 하는 교예단의 공연을 보면서 처음에는 놀랍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까마득한 상공에서 새보다 가볍게 그네를 타며 보여주는 묘기, 두 손을 이용해서 봉을 타고 오르는 묘기, 널뛰기와 그네타기의 결합, 곤봉 묘기 등을 보여줄 때마다 손에 땀을 쥐며 긴장을 했습니다. 묘기가 끝난 뒤 고개 숙여 인사할 때 이르러서야 겨우 안심하고 박수를 치게 됩니다.

ⓒ 이기원
두 번째로 다가온 느낌은 서글픔입니다. 저 정도의 묘기가 나올 때가지 얼마나 많은 고통이 뒤따랐을까 하는 느낌입니다. 남달리 뛰어난 체력을 가진 건장한 사람들도 아닌 그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입니다. 그런 단원들이 그 어려운 난이도의 교예를 몸에 익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이 있었을까 생각하면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세 번째 느낌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봉재주가 한창 재미있게 진행되다가 끝마무리 대목에 이르러서 '우리는 하나'란 글을 보여줍니다. 공연을 보며 긴장하고 박수치고 환호하다 그 글귀를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래, 맞아.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었지'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해주는 글귀입니다.

ⓒ 이기원
공연을 마치고 출연했던 교예단원들이 모두 나와 손을 흔들며 인사할 때 관객들도 모두 일어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습니다. 감동과 아쉬움에 젖어 손을 흔들며 눈시울이 자꾸 뜨거워졌습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 금강산 가무단의 공연

저녁을 먹은 뒤 금강산 가무단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가수들이 번갈아 무대로 나와 북쪽 가요와 남쪽의 흘러간 노래를 불렀습니다. 남쪽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재기발랄함은 없었지만 토속적 정서는 짙게 배어 있는 무대였습니다.

ⓒ 이기원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얼싸안고 좋아 웃음이요
절싸안고 좋아 눈물일세
어허허 어허허허 닐리리야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금강산 가무단의 공연을 보면서 한 겨레란 생각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노래에 맞추어 박수도 치고 어깨도 들썩이면서, 귀에 익은 흘러간 노래가 나올 때는 함께 부르기도 했습니다.

ⓒ 이기원
한 시간여에 걸쳐 노래, 가야금 연주, 손풍금 연주 등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손에 땀을 쥐고 긴장 속에 지켜보다 감동하게 되는 교예단 공연과는 달리 잔잔한 감동이 이어지는 무대가 금강산 가무단의 공연이었습니다.

가무단은 마지막으로 '다시 만납시다'란 노래를 불렀습니다.

백두에서 한라로 우린 하나의 겨레
헤어져서 얼마나 눈물 또한 얼마였던가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목메어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금강산 여행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갔습니다.

ⓒ 이기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