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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배우들의 부상은 사고였지만, 결국은 열악하고 촉박한 드라마 제작환경이 빚어낸 인재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주연 배우들의 부상은 사고였지만, 결국은 열악하고 촉박한 드라마 제작환경이 빚어낸 인재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 MBC
한창 화제를 몰고있는 인기 드라마에서 주연급 배우들의 잇단 사고소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며칠 전 KBS 일일극 <별난여자 별난남자>의 주연배우였던 김아중이 촬영 도중 갑작스런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갔다. 이어 22일에는 MBC가 올시즌 야심차게 내세웠던 신작 월화 미니시리즈 <늑대>가 지난 22일 남녀 주인공 문정혁과 한지민이 드라마 촬영 도중 스턴트맨의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며 비상이 걸렸다.

김아중의 경우, 상태가 호전되어 일단 드라마 촬영장에는 복귀한 상황이다 하지만 23일 방송 예정인 <늑대>는 현재 문정혁의 상태가 생각보다 나쁜 것으로 알려지며 당장 3회 방송 분량 촬영이 완료되지 않아 결국 펑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류의 주역으로 인기를 모으는 화려한 외양과 달리, 한국의 드라마 제작 일정은 항상 촉박한 일정과 열악한 제작 환경에 시달리는 괴로운 작업이다. 한창 방영중인 인기 드라마의 배우나 스태프들이 촬영 중 과로로 실신해서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기사는 이제 워낙 비일비재하여 '영광의 훈장'쯤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장에서 빠듯한 제작 일정에 시달리다 과로로 숨진 어느 촬영 스태프의 일화처럼, 드라마 촬영이 제작진의 피로를 담보로 하여 무리하게 강행되는 현실은 분명 생각해볼 일이다.

특히 <늑대>의 경우, 부상을 넘어 현장에서 자칫 배우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었던 차량 사고였다는 점에서 국내 드라마의 안전 의식에 대한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6일 첫 방영을 시작한 <늑대>는 이제 갓 2회를 넘어선 드라마 초반부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 방영 일정인 3회 촬영분을 전날 새벽까지 밤샘 촬영하는 촉박한 제작 일정에 시달렸다.

현장에서 바로 배달되는 속칭 '쪽대본'을 받아서 대사를 외우고, 당장 촬영 분량 채우기도 급급한 상황에서 사전에 위험한 장면에 대한 충분한 안전 점검 같은 것은 애시당초 기대하기 어려웠다. 내용이나 연기의 완성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틈 사이도 없이 일정에만 쫓겨서 만들어지는 드라마에 질적인 향상 또한 있을 턱이 없다.

오히려 시간에 쫓기는 현장 상황은 배우와 제작진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돌아간다. 3~4일씩 밤샘 촬영으로 혹사당하는 것은 기본이고, 갑작스런 돌발 변수라도 벌어질 경우, 방송 펑크의 위험도 농후하다. 전작이었던 <달콤한 스파이>의 경우도 마지막 촬영 분량을 당일 2시간전까지 계속 찍어서 급박하게 편집하는, 거의 '생방송' 수준의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늑대>의 이번 사고는 무엇보다 열악한 한국의 드라마 제작 환경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사고였다. 1~2회의 방송 펑크는 임시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지만, 한번 구멍난 제작 시스템의 한계과 시청자에 대한 신뢰의 상실은 회복하기 어렵다.

대안은 역시 안정된 사전제작제도의 정착과 함께, 체계적인 제작관리 시스템에 있다. 이번 일을 계기 삼아 겉보기에는 화려한 스타와 영상미라는 볼거리 이면에 숨겨진 위험천만한 드라마 제작관행의 실태에 대한 경각의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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