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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판소리 <서동가> 발표회 무대.
창작 판소리 <서동가> 발표회 무대. ⓒ 권오성
선화공주가 행차하다 가마에 내리면서 서동과 처음 조우하는 이 장면은 창작 판소리 <서동가>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미 서동은 바로 직전에 길거리를 지나는 선화를 훔쳐보며 넋이 나간 상태였다.

"감태 같은 검은 머리, 백옥 같이 고운 얼굴 꿈꾸는 듯 걸어오고, 낮은 구름 빌려 탄 듯 발소리는 어디 가고 옷섶 끌리는 소리로다. 선녀가 이 아닌가? 이름은 모르거니와 차림 행세 보아허니 바로 선화공주로다. 마늘씨 같은 콧날, 위로는 먹포도 두 알이 있고, 아래로는 붉은 앵두, 잇속은 석류 알같이 가지런히 놓였구나. 양귀비가 곁에 있고, 서시가 옆에 있은들 이보다 아름답게 생겼겠느냐?" (서동의 눈에 비친 선화, <서동가>에서)

<서동가>를 열창하는 김연 명창, 고수 주봉신.
<서동가>를 열창하는 김연 명창, 고수 주봉신. ⓒ 권오성
지난 20일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는 창작 판소리 <서동가> 발표회가 열렸다. (사)한국민예총 전북지회가 주관하고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후원한 발표회에는 관계자 및 시민 등을 포함하여 500여명이 참석했다.

명창 김연(전북도립국악원 교수)과 고수 주봉신(전북 무형문화재)이 참여한 발표 무대는 전체 세 마당으로 진행됐다. 첫째 마당은 <서동가> 중 '금마저 내력부터 덕망공주 근심'까지의 내용을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냈다. 막간의 특별 축하공연인 둘째 마당은 춤꾼 김명신이 호남교방무의 춤사위를 선보였고, 마지막으로 셋째 마당은 역시 <서동가> 중 '마동의 서라벌 입성부터 백제국 멸망'까지를 완창하였다.

창작 판소리 <서동가> 발표회 포스터.
창작 판소리 <서동가> 발표회 포스터. ⓒ 익산시
창작 판소리 <서동가>는 소설가 이병천의 <마동뎐>이 원작으로 지난해 9월부터 판소리연구가인 최동현 교수(군산대), 최기우 작가, 이일주 명창 등이 창작에 참여했다. 원래 <서동가>의 사설은 원고지 150~180장 분량으로 이를 완창하면 4~5시간이 걸렸으나, 다시 2시간 분량으로 줄여 이 날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현재 드라마로도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서동요>가 사료에 기초를 두되 극적인 재미를 위해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만큼, 판소리 <서동가> 또한 "다양한 이본 및 주장 등을 살펴서 작가의 객관적 상상력을 동원,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풍자적 내용"을 담아냈다. 다만 드라마 <서동요>가 백제의 왕권 다툼까지 긴박하게 다루고 있는 반면, 판소리 <서동가>는 약간의 후일담을 곁들이기는 하지만 선화와 서동이 함께 백제로 향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이번에 발표한 창작 판소리 <서동가>는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창조 및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현재의 맥락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형식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물론 한복이나 국악 등의 분야만큼 다양한 형식적인 변화를 통해 그 지평을 넓혀가는 차원까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또한 한편으로 <서동가>는 익산시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며, 더불어 해마다 가을에 치러지는 '서동축제'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다만 이번 <서동가> 발표회의 관객 다수가 중장년층에만 머물렀듯이, 문화적인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 젊은 층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형식적인 변화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춤꾼 김명신의 축하 공연 '호남교방무'.
춤꾼 김명신의 축하 공연 '호남교방무'. ⓒ 권오성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blog.naver.com/kosmosos)에 있는 [문화영상첩]에서 창작 판소리 <서동가>의 동영상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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