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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현상이 나타나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니콘 제품 D200
줄무늬 현상이 나타나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니콘 제품 D200
니콘 신제품 D200은 일찌감치 예약구매가 완료되는 등 출시되기 전부터 DSLR 사용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모델. 1020만 화소에 초당 5장 연사와 방진방습 기능, FP발광(고속 동조) 등 중급기를 뛰어넘는 성능임에도 가격은 180만 원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12월 16일 출시 이후 한국을 비롯 전 세계적으로 이상현상을 호소하는 글들이 DSLR동호회(www.slrclub.com)에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D200으로 사진을 촬영하면 사진에 세로 줄무늬가 나타나는 일명 '밴딩 노이즈'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역광상황에서 피사체의 어두운 곳(암부)에 스팟 측광으로 설정해 촬영을 하면 거의 대부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SO(감도)가 높은 경우엔 더욱 확실하게 보이며 일반적인 촬영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사용자들의 설명이다.

네티즌 'RayJun'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ISO 100으로 촬영한 사진이라며 SLR클럽(www.slrclub.com)에 올린 사진. 밴딩노이즈를 확인할 수 있다. 일명 '막샷'에서도 밴딩현상이 나타난다.
네티즌 'RayJun'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ISO 100으로 촬영한 사진이라며 SLR클럽(www.slrclub.com)에 올린 사진. 밴딩노이즈를 확인할 수 있다. 일명 '막샷'에서도 밴딩현상이 나타난다.
SLR클럽(www.slrclub.com)에 올라온 사진들. 줄무늬 현상이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암부와 밝은광원 주변에서 자주 확인된다.
SLR클럽(www.slrclub.com)에 올라온 사진들. 줄무늬 현상이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암부와 밝은광원 주변에서 자주 확인된다.
SLR클럽의 D200 사용자인 ID 'yooj***'은 "인화시 밴딩노이즈가 나타나고 있다"며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으며 또다른 사용자 ID 'khs***'는 "밴딩노이즈가 특수한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나타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ID '욱*'는 "항상 소비자들이 이런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한심스럽다"며 "이같은 피해를 줄이려면 이런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동호회 게시판에 항의글 잇따라...대책위까지 구성

DSLR 사진동호회인 SLR클럽 니콘포럼 신제품 게시판에 '밴딩'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하면 200여개 이상의 테스트 사진을 검색할 수 있다. D200구매자에겐 '밴딩노이즈' 테스트가 중요한 점검사항이 되어 버린 것이다.

DSLR 사용자들은 "아남옵틱스에 항의하며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했지만 '일본 니콘 본사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한달째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용자들은 대책위를 구성했으며 대책위는 200명 이상의 사용자들에게 위임장을 받아 법적 조치를 검토하는 등 대응수위가 한층 높아진 상태.

DSLR동호회 SLR클럽 사이트에 올라온 유저들의 D200 밴딩노이즈 관련 글. 14페이지 걸쳐 이어지고 있다.
DSLR동호회 SLR클럽 사이트에 올라온 유저들의 D200 밴딩노이즈 관련 글. 14페이지 걸쳐 이어지고 있다.
사용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아남옵틱스는 일본 니콘 본사에 해당 현상을 보고하고 제품 결함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1월 16일에는 대책위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남옵틱스는 "이번 현상이 4채널 고속송신의 프로세스 문제로 보인다"며 "부품교체를 통해 수리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결국 D200의 리콜이나 교환ㆍ환불은 불가하다는 것. 그러자 사용자들은 "엔진에 결함이 발견된 새 차를 산 고객에게 엔진을 수리해서 쓰라는 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발표 이후 아남옵틱스에 직접 방문해 수리를 했던 몇몇 사용자들로부터 "수리를 했음에도 밴딩노이즈 현상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용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ID 'carpediem'의 사진. "그는 오랜만에 찾은 스키장에서 찍은 사진에도 밴딩노이즈가 나타난다면 어찌해야하는 건지 난감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ID 'carpediem'의 사진. "그는 오랜만에 찾은 스키장에서 찍은 사진에도 밴딩노이즈가 나타난다면 어찌해야하는 건지 난감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ID '몽천방'이 SLR클럽(www.slrclub.com)에 올린 사진.
ID '몽천방'이 SLR클럽(www.slrclub.com)에 올린 사진.
"확실한 입장 내놓지 않으면 법적 대응 강구"

D200 대책위 관계자는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인 환불이나 교환을 해줘야 한다고 회사측에 요구한 상태"라며 "아남 옵틱스는 더불어 D200 기기의 결함을 인정하는 내용을 공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오는 21일 2차회의에서 아남옵틱스 측이 만족할 만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법적대응을 비롯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아남옵틱스 한 관계자는 "심각한 결함이 아니며 부품교체로 충분히 해결가능한 현상"이라며 "굳이 결함으로 보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21일 D200대책위와의 2차 미팅 때 합의점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신제품을 둘러싼 결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또한 한 회사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아남옵틱스만 해도 작년 출시됐던 DSLR카메라인 D70이 특정상황에서 블루밍 현상(사진에 빛이 번지는 현상)과 뷰파인더의 수평이 틀어지는 현상이 나타나 소비자들이 집단적으로 항의했었다.

LG캐논 DSLR카메라의 경우 초점 정확성 문제와 고가렌즈인 70-200mm IS렌즈 은하수현상이 생겨 사용자들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선 적이 있는 등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관행처럼 초기 구매자들이 불편을 겪어 왔다.

이런 이유로 해당 업계에서는 제품 출시전 얼리어답터(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입해 사용해보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에게 제품테스트를 의뢰하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발생의 소지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와 판매처(수입처) 동일 책임져야"

그러나 문제있는 신제품을 구입하고도 이번 경우처럼 교환이나 환불이 쉽지 않거나 제조사나 수입업체의 사정으로 차일피일 문제해결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내 카메라 업계의 경우 대부분 일본제품을 대행해 판매하는 업체가 많아 결함 발생시 대응이 더디다. 모든 문제를 일본 본사와 협의해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대적 광고로 관심을 끌어 출시해 놓고는 결함이 발생하면 공을 일본으로 넘기는 국내 업체들의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연맹 한 관계자는 "소비자보호법 피해보상규정에는 제조처와 판매처(수입원)가 동일한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며 "만약 수입된 제품의 결함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입업체에서 책임을 회피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카메라 피해사례 비일비재
제조 수입업체 모르쇠...소비자들이 품 들여야 겨우 해결

▲ 지난 1월 17일 LG캐논의 고가망원렌즈인 70-200mmIS 렌즈를 구입한 유저들이 제품에서 은하수 현상이 발생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카메라 사용자들이 겪은 피해사례는 상당히 많다. 아직 진행중인 사건도 있다.

- 2004년 3월 아남옵틱스이 내어놓은 보급형 DSLR카메라인 D70 제품에서는 블루밍, 좌우녹적, 수평 틀어짐 등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 소비자들이 대책위까지 꾸려 항의했었다. 결국 AS기간 연장과 이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는 것으로 무마됐다.

- 2003년 11월 SONY사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800만 화소 F828 카메라의 사진에서 'purple fringing'(보라색 광선주름)이 발생해 유저들의 집단적인 항의를 받았다.

- 2001년 9월 캐논사가 출시한 고가 망원렌즈 70-200mm IS렌즈에서 은하수 현상(렌즈에 하얗게 기포가 생기는 현상)이라 불리는 문제가 발생했으나 국내 수입사인 LG상사는 리콜을 하지 않았다. 해당 문제를 제기했던 소비자들은 "육안으로도 확연히 보이는 이상현상인데도 국내 수입사인 LG상사는 공지는 커녕 교환조차 해주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2004년 9월 출시된 캐논사의 DSLR카메라인 20D제품 출시 초기에 냉장고 현상(카메라가 동작하지않고 얼어버리는 상태)이 발생해 구매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캐논은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를 수정했다.

- 2002년 7월에 나온 후지사의 S2PRO라는 DSLR카메라 제품의 CCD가 특정시리얼 제품에서 불량으로 판정나 이를 공지하는 사건도 있었다. 결국 소비자들은 교환을 위해 시간을 들여야 했다.


소비자보호원의 문의결과 이것 이외에도 상당한 피해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보호원이 받은 상담건수만 해도 2004년도에 2357건, 2005년의 경우 129건이 증가한 2486건에 이르렀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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