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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에게 '원작과의 비교'는 축복이자 멍에다. 연기력이 검증 안된 신인배우들에게 마지막까지 따라다닐 부담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궁>에게 '원작과의 비교'는 축복이자 멍에다. 연기력이 검증 안된 신인배우들에게 마지막까지 따라다닐 부담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 mbc
정통 멜로를 표방하며 지난 16일 첫 방영을 시작한 <늑대>도 1회 15.4%, 2회 13.6%로 무난한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역시 동 시간대 최강자인 SBS <서동요>의 아성이 견고해 보인다. 하지만 에릭과 엄태웅이란 스타를 앞세워, 한 주 앞서 방영된 KBS <안녕하세요 하느님>을 가볍게 제쳤다.

그러나 시청률 면에서 순조롭게 출발한 것과 달리, 두 작품이 앞으로도 꾸준한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화려한 이름값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방영 전부터 거론되었던 약점이 다시 한 번 거론되고 있다.

도입부에서 <궁>은 일단 서툰 차별화보다는 원작의 충실한 재현 쪽에 무게를 둔 모습이었다. 현대에 재림한 왕실 문화를 아름답게 재현해낸 수려한 영상미에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원작을 따라한 이야기 설정이 드라마 상 '유치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원작이 소녀 팬들을 대상으로 한 순정만화이기는 하다. 하지만 '열공' '대략난감' 같이 생뚱맞은 통신체 남발, 주인공들의 어수선하거나(윤은혜) 혹은 마네킹 같은(주지훈) 표정 연기, 사극과 현대극 대사의 어색한 조합 등이 만화에서는 웃음을 자아냈겠지만, 드라마에서는 오히려 썰렁한 느낌을 준다.

결국 <궁>의 장점이자 단점은 앞으로도 이 작품을 계속 따라다닐 '원작과의 비교'라는 딜레마다. 이미 제작단계에서 <궁>은 원작 팬들로부터 주연 급 배우들에 대한 캐스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캐스팅 단계를 넘어 구성과 영상미를 통하여 원작과 정면승부를 펼쳐야 하는 것이 <궁>의 숙제다.

<늑대>는 세 주연배우의 매력적인 연기변신이 돋보였다. 하지만 줄거리와 관계 설정이 상투적 코드의 답습이라는 비판도 공존한다.
<늑대>는 세 주연배우의 매력적인 연기변신이 돋보였다. 하지만 줄거리와 관계 설정이 상투적 코드의 답습이라는 비판도 공존한다. ⓒ mbc
정통 멜로를 표방한 <늑대>는 주연배우들의 연기변신과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가 호평을 얻었지만, 기존 드라마에서 써먹었던 상투적인 코드를 답습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매력적인 바람둥이로 변신한 문정혁, 시니컬한 도시남에서 귀여운 한량으로 돌아온 엄태웅의 호연은 멜로드라마의 주 시청 층인, 젊은 여성들의 시선을 모을 만 했다. 그러나 상-하류계급 간 갈등 구도를 통해 신분상승 욕구를 자극하는 설정, 문정혁의 매력에 의존한 '배대철' 캐릭터의 진부한 작업 멘트, 불치병과 비극적인 삼각관계의 대립 구조는 기존 작품에서 충분히 감상했던 설정들의 '짜집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평가를 반영하듯, <늑대>는 2회 만에 시청률이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굳이 드라마를 일일이 따라가지 않아도 다음 전개를 짐작할 수 있는 진부한 설정과 통속적인 이야기 전개가 기존 작품과 별다른 차별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늑대>의 성공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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