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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사진)이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모처에서 박주선 전 의원(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만나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의 '정치 개입'(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정치권의 한 인사는 15일 "지난해 이병완 실장이 박주선 전 의원을 만나 열린우리당 입당을 권유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주선 전 의원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11월 이병완 실장을 만나 입당을 권유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장측에서는 이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에 앞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박 전 의원을 접촉해 열린우리당 입당 및 전남도지사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강철 전 수석은 박 전 의원에게 노 대통령과의 면담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박 전 의원은 "10·26 재선거 이후에 이강철 수석을 만나 대통령 면담 및 입당을 권유받았으나 역시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석에게 '노 대통령을 만난다고 해서 마음이 흔들릴 이유는 없지만 만날 이유도 없다'고 고사했다"면서 "노 대통령의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박 전 의원은 10·26 재선거 이후에 열린우리당 전남도당 관계자 7명이 '박 전 의원을 전남지사 후보로 옹립하겠다'며 면담을 요청했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종합하면 여권에서 박 전 의원을 영입하려고 전남도당 관계자들과 이강철 전 수석이 먼저 접촉했으나 성과가 없자 박 전 의원과 가까운 이병완 실장까지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병완 실장의 열린우리당 영입 권유가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이 실장의 개인적 친분과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인지 여부가 관심을 끈다.

박주선 전 의원과 이병완 실장은 광주고 선후배 사이인데다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 함께 일했으며, 청와대를 나와서도 민주당에서 함께 일해 가까운 관계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12월에 이듬해 총선에 출마하려는 청와대 참모들과의 회동에서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다"고 발언해 중앙선관위로부터 '공명선거 협조요청' 서한을 받은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또 2004년 2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발언해 중앙선관위로부터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9조 1항(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을 위반한 혐의로 '경고' 서한을 받고 급기야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 10월 당시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해 검찰 조직이 동요·반발했을 때 문재인 민정수석이 박주선 전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주장했던 '거듭된 무죄'와 송두율 교수의 사례를 들어 "검찰의 판단이 항상 옳지는 않다"고 지적한 점이다. 당시 문 수석의 발언은 노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전 의원은 "(입당 권유가) 노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일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는 "이 정부가 나를 사법처리를 하려 할 때 대검 기자실까지 찾아가 노 대통령을 정면으로 공격한 사람인데 어떻게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겠냐"면서 "노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에 반대한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전 의원은 또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으로 민주당이 정치의 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알았으나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이병완 실장에게도) 열린당 창당에 반대한 나로서는 아무런 입당 명분이 없으니 민주당에 입당해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현대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지역구조차 선거구조정으로 분할되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옥중출마해 분루를 삼켜야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2월 2일 민주당에 정식으로 입당해 제일성(一聲)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남은 임기 안에 민주당 분당 사태를 '결자해지' 하는 성의 있는 정치적 행동을 하여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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