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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세계를 과시하는 것은 사석에서나 할일이다. 개성이나 솔직함이 방송의 룰을 무시하는 것까지 정당화할수는 없다.- 사진은 영화 <홀리데이>의  한 장면
자기 세계를 과시하는 것은 사석에서나 할일이다. 개성이나 솔직함이 방송의 룰을 무시하는 것까지 정당화할수는 없다.- 사진은 영화 <홀리데이>의 한 장면 ⓒ 현진씨네마
이런 논란은 사실 최민수 본인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처음 말썽을 일으켰던 SBS <야심만만>에서 자신보다 대부분 어린 후배 출연자들을 상대로 '반말', '막말' 여부로 비판을 받았던 최민수는 여론이 악화되자 공개적인 사과의 뜻을 밝히며 사태를 무마하는 듯 했으나, 지난 13일 MBC <놀러와>에 출연, 후배 연예인들 앞에서 또 한 번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반말투의 말과 "야, 너' 등의 호칭으로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점은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에게도 적지않은 책임이 있다. 생방송도 아닌 녹화방송에서 경우에 맞지 않은 언행을 구사하는 게스트를 대상으로, 시청자를 배려한 제재와 편집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그 책임을 게스트의 개성에 떠넘기고 방조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야심만만>과 <상상플러스>,<놀러와>는 모두 연예인들의 선정적인 가십에 치중하는 전형적인 '연예인 토크쇼'의 폐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만하다. 특히 편집과정에서 지나치게 '최민수 스폐셜'같은 분위기로 그의 방송답지 못한 언행은 여과없이 방영하면서도, 정작 다른 게스트의 출연분량은 들러리로 만들어버린 MBC <놀러와>의 제작행태는, 가중치 면에서 더 큰 비판을 받아도 할말이 없다.

그러나 결국 일차적인 책임은, 역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해당 연예인들의 낮은 방송인식에 있다. 최민수는 여론이 악화되자, '자기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일부 네티즌'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자신의 본심이 왜곡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그의 방송내용을 보면 정작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깊이 깨닫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방송은 출연자의 '자기 세계를 과시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최민수를 옹호하는 시각에서는, 그러한 방송태도조차 당사자의 개성으로 받아들이자는 주장을 펼친다. 그 무대가 해당 선후배들간의 사석이라면, 사실 그보다 더한 발언이라해도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방송은 방송답게 지켜야하는 룰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최민수가 아니라 그보다 더 높은 연배나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룰이다. 더구나 최민수는 개인자격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로서의 책임감이 있다.

아무리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사용한다 할지라도, 경력 20년이 넘는 연예인이 시청자들 앞에서 방송의 기본적인 규칙조차 지키기 않으며 경솔한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면, 자신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제아무리 오락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방송전파는 해당 연예인들끼리 놀고 즐기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이며, 시청자에게 건네는 대화다. 이런 기본적인 규칙을 명백히 어겼음에도, 그것을 '당사자의 개성'이나 '솔직함'으로 어설프게 미화하려는 인식은 지극히 위험하다.

물론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왜 최민수만 유독 물고 늘어지는가.'하는 문제다. 방송 중에 종종 반말이나 비속어에 가까운 어휘를 구사하는 연예인이 처음은 아니다. <상상플러스>의 탁재훈, 이휘재, <놀러와>의 박명수, 조혜련의 경우처럼.

그러나 그동안 이런 상황이 대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설정'으로,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여진데 비하여, 최민수는 설정이 아닌 자기표현의 한 방식으로 인식되었고, 터프함이나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그의 마초적 이미지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문제를 확산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물론 연예계 선배는 어려워하면서도 정작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시청자는 어려워할 줄 모르고, 경박한 언행에 장단이나 맞추는데 급급하던 <야심만만>과 <놀러와>의 해당 출연자들도 이 사안의 책임에서 썩 자유로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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