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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관련기사.
동아일보 관련기사. ⓒ 동아일보 PDF
검찰과 감사원이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과 약 800억원에 이르는 정부·민간 지원금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전체 지원금 중 연구비의 출처와 용처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황 교수가 이번 사태로 서울대 본부에 보고한 민간기업 지원비 항목 중에는 경부고속철도 공사에 대한 자문료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신문에 따르면 황 교수는 지난 2003년∼2005년 사이 3년간 경부고속철도 공사 등의 항목으로 모두 5억115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에는 '경부고속철도 제11-1공구 노반시설 기타공사' 등 2건으로 1억1000만원을, 2004년에는 '경부고속철도 제11-4공구 노반시설 기타공사' 등 5건으로 모두 3억335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에도 황 교수는 '경부고속철도 제12-5공구 노반시설 기타공사' 항목으로 민간으로부터 6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에 받은 연구비에는 자문료 1억원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황 교수 연구비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생명공학자인 황 교수가 경부고속철 건설에 어떤 자문을 해서 연구비를 지원 받았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소음에 의한 가축 피해 평가 방안' 등의 명목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았다"고 보도하면서도, "황 교수가 어떤 조언을 했는지와 돈의 성격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황 교수가 정산 과정에서 편법을 썼을 경우 법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황 교수는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광우병 내성소 개발사업' 등 명목으로 모두 97억5800만원의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부고속철 항목과 합치면 무려 102억6950만원이나 된다.

황 교수가 서울대에 제출한 자료에 따라 밝혀진 연구비는 이 정도 수준이지만, 1998년 이후 정부가 지급한 '연구시설 지원비'와 민간기업, 후원회 등에서 황 교수쪽으로 흘러 들어간 돈을 합하면 약 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지원금은 크게 연구시설 지원비와 순수 연구비로 나뉠 수 있다. 연구시설 지원비는 실험실 건립과 장비 구입 등 명확한 목적에 의해 지원되는 돈이다. 반면 순수 연구비는 황 교수가 연구와 관련된 모든 활동에 쓸 수 있는 돈이다. 연구시설 지원비는 황 교수가 목적 이외에 함부로 쓸 수 없지만, 순수 연구비는 그렇지 않다.

포스코·한화·KT... 줄줄이 내놓은 후원금은 어디에?

황우석 교수.
황우석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금까지 드러난 황 교수에 대한 지원금은 과학기술부(405억9800만원), 정보통신부(43억원), 보건복지부(63억원), 교육인적자원부(2억5800만원) 등 정부 부문은 총 514억5600만원이다. 또 경기도(215억원)와 포스코(6억원), 농협중앙회(10억원), 황우석 후원회(33억3400만원) 등 민간부문 지원금은 밝혀진 것만 282억3400만원 규모다. 이 둘을 합치면 무려 796억9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외에도 황 교수가 자신의 '브랜드'로 끌어 모은 돈이 더 있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쓰였을 법한 다른 기업들의 후원금도 있다.

지난 2005년 3월 한화그룹은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에 장기이식 연구사업 지원 명목으로 모두 2억3000만원을 후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임상 실험하는 연구팀이다. 이 사업단의 부단장은 안규리 교수였다. 잘 알려지다시피 안 교수는 황우석 연구팀에서 임상 실험 책임을 맡고 있었다.

같은 달에는 국내 최대의 통신업체 KT도 1억원을 쾌척했다. 이용경 KT 사장은 "국내외 학계에서 연구업적을 인정받고 있는 황우석 교수 등 유망한 과학자의 연구 활동을 지원해 대한민국에서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배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한국과학재단에 1억원을 기부했다. 당시 KT는 황우석 연구팀이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돈 역시 황 교수 후원금으로 지원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민간기업 곳곳에서 황우석 연구팀에 거액의 지원금이 전달됐지만,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용처'는 불분명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김선종 연구원에게 전달된 5만 달러도 황 교수가 임의로 집행할 수 있었던 순수 연구비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 감사원은 황우석 교수에게 지원된 연구시설 지원비와 순수 연구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13일 감사원은 조사 대상이 되는 지원금이 정부 부문 417억원, 민간 후원금이 43억원 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가 본격화되면 대상 액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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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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