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라남도 도로망. 청색실선은 현재 있는 고속도로, 청색 점선은 건설 또는 계획 중인 고속도로, 붉고 굵은 실선은 4차선 국도, 얇고 노란 실선은 왕복 2차선 국도
전라남도 도로망. 청색실선은 현재 있는 고속도로, 청색 점선은 건설 또는 계획 중인 고속도로, 붉고 굵은 실선은 4차선 국도, 얇고 노란 실선은 왕복 2차선 국도 ⓒ sigoli 고향
보상도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안에 따라 최고 4000만원까지 지급한다고 하니 이제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사를 눈여겨보면 적지 않은 금액을 만질 수도 있다. 나아가 한 푼이라도 적재적소에 올바로 쓰이도록 한다면 빈부격차나 저출산 문제 등 풀어야 할 복지문제를 차차 해결할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겠다는 기대마저 해본다.

어떻게든 잉여재정을 물 쓰듯 지출해야 된다는 '공공의 적' 앞에 무력했던 국민 한사람으로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내 감각으로 보건데 지자체의 경우 총 회계의 40% 가까이는 소위 눈 먼 돈, 곧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 아닌가도 싶다. 그만큼 나눠먹기나 밀어내기식 자금이 많아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시군구를 얼마나 잘 살피는가에 따라 생활에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는 늘 중앙과 거대부처, 상급기관, 윗선을 의식하고 그에 대한 관심만 가져왔는데 지방의회가 기대만큼 제 구실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작은 것,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안으로 눈을 돌린다면 눈에 띠는 변화를 실감하리라.

전주에서 임실을 거쳐 순창까지 고속도로만큼 잘 뚫린 27번 국도. 올 설에는 굳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국도가 있어 한결 수월하겠다.
전주에서 임실을 거쳐 순창까지 고속도로만큼 잘 뚫린 27번 국도. 올 설에는 굳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국도가 있어 한결 수월하겠다. ⓒ sigoli 고향
최근 몇 년 사이 신도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서울특별시 '천안구'로 불리는 충남 천안은 인구가 50만이 넘었다. 그러면 천안시 1년 예산이 얼마나 될까? 800억? 아니다. 그럼 2000억? 이도 아니다. 2005년 기준 무려 1조 100억원이나 된다. 지방세와 국세 교부금 등 이 많은 돈이 쓰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린 마땅히 무를 칼로 썰 듯 쪼개서 살펴야할 의무가 있다.

기획예산처에서는 지역주민과 국민들로부터 현명한 예산지출 건에 대해 기관이나 부서에 포상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라도 기획예산의 타당성, 현실성, 미래지향성, 대국민 수혜율과 형평성에 근거 집안 살림하듯 쪼개고 쪼개 쓰고 몇 번 더 고심하여 최소지출 최대효과를 거둔다면 알뜰한 주부 못지않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 '알짜배기 살림꾼상'을 신설하여 두둑이 포상하면 어떨까.

과거 못된 관행을 깨기도 하고 회계연도를 넘겨 이월한 기금을 축적하여 국책사업 못지않은 사업을 시행하는 종자돈을 마련하니 일거양득 아닌가 싶다.

해마다 연말만 되면 멀쩡하던 도로를 파헤쳐 포장하는 사례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과연 이 기구가 발족함으로써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사실 조세 저항이 심하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얼마를 거둬가도 말없이 빼앗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중앙정부나 지방에서 재정지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전혀 무관심이고 아는 바가 없다.

부산-마산-진주 거쳐 광양-순천-보성-장흥-영암-무안-목포까지 이어지는 2번 국도 중 호남구간에 남해고속도로가 또 들어설 예정이다. 이정표 뒤쪽에 파헤쳐진 부분이 지금 한창 공사를 하고 있는 곳이다. 불과 100m나 떨어졌을까?
부산-마산-진주 거쳐 광양-순천-보성-장흥-영암-무안-목포까지 이어지는 2번 국도 중 호남구간에 남해고속도로가 또 들어설 예정이다. 이정표 뒤쪽에 파헤쳐진 부분이 지금 한창 공사를 하고 있는 곳이다. 불과 100m나 떨어졌을까? ⓒ sigoli 고향
무계획적인 고속도로 건설 제고해야

중복투자도 문제다. 이미 녹색연합 녹색도시국에서 백두대간 곳곳이 고속도로와 국도 중복 건설로 금수강산이 신음하고 수조원의 예산이 낭비된다는 지적을 해 공청회를 거친 뒤 몇 몇 사업을 중지 또는 보류하도록 했다고 한다.

얼마 전 벌교 꼬막을 취재하러 목포에서 영암, 장흥을 거쳐 보성쪽으로 향했다. 남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이어지는 2번국도인데 정말이지 멀리 왼쪽으로 월출산만 보일 뿐 사방이 뻥 뚫려 있다. 아직 아스팔트 때도 벗겨지지 않아 까만색 그대로이고 모난데도 없거니와 지반이 침하된 구역도 없었다. 소도시를 지날 때 건널목이 몇 개 나올 뿐 교차로는 지하통로로 유도하여 네거리에서 지체하는 일도 없었다.

지도를 펼치고 셈을 했을 때는 어림잡아 2시간 남짓 걸릴 것으로 보았으나 실제 과속이 염려될 지경으로 시속 100km 이상을 달렸다.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 한산하다 못해 도로가 텅 비어 있었다. 호남고속도로나 88올림픽고속도로 보다 잘 뚫려 있으니 같이 간 사람은 "고속도로 아니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4차선이면 고속도로라 생각한 모양이다.

피식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차를 몰았다. 그런데 자꾸 앞으로 갈수록 나를 의아하게 하는 길이 하나 계속 따라온다. 어떤 곳은 100m 가까이 붙어 있기도 하고 대략 500m 이내에 있다. 다시 지도를 펼쳐보니 남해고속도로다. 부산에서 순천까지 구간을 남해안쪽으로 연장하여 광양-순천-보성-장흥-영암-무안까지 이어 서해안고속도로와 연결하도록 설계된 도로다.

고속도로 건설 계획
고속도로 건설 계획 ⓒ 한국도로공사
사실 호남 쪽은 수십 년 동안 호남고속도로 하나로 근근이 버티다가 대구에서 담양까지 고속도로도 아닌 살인도로가 만들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려 충남과 전남북 서남해안 접근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어느 정당 대표가 지난 호남 폭설 때 "가장 못 사는 지역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오니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듯 그 구간에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있다는 건 지역주민으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균형발전의 초석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현실로 다가오니 일정을 앞당겨서라도 건립되기를 바라는 심정 나만의 것이 아닐 게다.

시행기관이 도로공사와 순천국도관리청으로 다르기도 하고 통행료 징수 등 조정할 문제가 여럿 있을 수 있다. 애초에 고속국도와 일반국도는 기능이 다르다. 국가 시책이 국토 대동맥인 간선(幹線)도로망을 격자형인 바둑판 모양이라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문제는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통행량과 쓰임새를 전혀 고려치 않고 지도에 뿔자 대고 펜으로 쫙쫙 줄을 그어대는 도로 건설에는 찬성할 수 없다. 그 돈이라면 피폐한 전남북 농촌에 쓰도록 전환했어야 마땅하다.

정히 도로를 더 뚫어야겠거든 정치적 고려에 의해 전라남도 서쪽에 치우쳐 옮겨간 전남도청으로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나주와 영암 또는 장흥을 거쳐 남해안까지 남북을 관통하도록 '전남내륙고속도로'를 시급을 다퉈 건설해야 한다.

'없던 것 하나 더 준다는데 무슨 말이 많은가?'가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려 쓰일 곳에 잘 쓴다면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나설 일도 없잖은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앙정부의 건설교통부와 공기업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등 하위단체로 갈수록 지출근거와 명목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이제 몇몇 부처는 복마전이라는 누명을 벗을 때가 되었다.

대구에서 출발하여 지리산을 넘고 남원을 거쳐 광주 인근 담양까지 이어진 88올림픽고속도로의 현실. 왕복 2차선에 80km 제한에 중앙분리대마저 없다. 영호남이 가까워질래야 가까워 질 수 없는 이유라면 억지인가?
대구에서 출발하여 지리산을 넘고 남원을 거쳐 광주 인근 담양까지 이어진 88올림픽고속도로의 현실. 왕복 2차선에 80km 제한에 중앙분리대마저 없다. 영호남이 가까워질래야 가까워 질 수 없는 이유라면 억지인가? ⓒ sigoli 고향
어제 아침 과감히 예산낭비감시센터(☎1577-1242)로 전화를 하였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 건 올린 셈이다. 어느 과학자의 몰락을 보면서 조금 더 신중히 지원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지금도 세금은 봇물 터지듯 새고 있는 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김규환 기자는 포근하고 정이 철철 넘치는 인터넷고향신문 sigoli 고향을 만들고 있다. www.sigoli.com에 가면 고향의 맛과 멋을 한껏 누릴 수 있다. 잔잔하고 따뜻한 고향이야기를 모집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이 기자의 최신기사역시, 가을엔 추어탕이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