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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보건소가 지난 2004년부터 장애어린이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사진은 물리치료사 안해경씨가 계단보행 연습기를 오르내리는 어린이를 돕는 모습.
울산 북구보건소가 지난 2004년부터 장애어린이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사진은 물리치료사 안해경씨가 계단보행 연습기를 오르내리는 어린이를 돕는 모습. ⓒ 김정숙
2004년 지역 최초 '장애아 재활' 시작

모든 병은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정석이다. 특히 외과적 수술이 아닌 물리치료나 재활치료 등을 통해 회복이 가능한 병은 그 치료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장애어린이들의 경우는 더 그렇다. 문제는 장애어린이들이 쉽고 편하게 치료받을 만큼 주위에 시설이 많지 않다는 것.

이 같은 현실에서 울산 북구보건소(소장 이병희) '장애아동 재활치료 프로그램'은 장애아를 둔 부모에게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북구보건소는 지난 2004년 울산에서는 유일하게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금까지 매주 수, 금요일을 이들 어린이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은 장애아를 둔 한 어머니의 '부탁'이 계기가 됐다. "재활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알지만 치료받을 곳이 마땅치 않은데 보건소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줄 수 없냐"는 주민 김아무개(36·울산 북구 천곡동)씨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여기에 보건소가 화답을 했고 당시엔 김아무개씨의 2살 난 아기 1명뿐이었지만 운동요법 중심의 재활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병희 울산 북구보건소장은 "일반 물리치료는 병원에 가서 얼마든지 받을 수 있지만 장애인 재활치료는 더 힘들고 상대적으로 노동의 대가가 적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그 때문에 치료에서 소외받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누구보다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가 활짝 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홍보나 다른 알음알음을 통해 치료받으러 오는 어린이들이 조금씩 늘어났고 현재 치료받고 있는 어린이는 모두 17명이다. 울산 북구 관내만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중구는 물론 멀리 동구에서까지 치료받으러 오고 있다.

시간도 처음 금요일 '오후'에서 출발했던 것이 나중에 금요일 '하루'로 늘어났고, 지난해 초 어머니들이 "치료가 하루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울산 북구 홈페이지에 건의한 것이 받아 들여져 이틀로 늘어났다.

사정에 따라 매일 못 올 수도 있기 때문에 하루에 치료받는 어린이는 평균 10명 선.

울산 북구보건소 '운동치료실' 내부. 사진에 보이는 물건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모두 운동 치료기구로 쓰인다.
울산 북구보건소 '운동치료실' 내부. 사진에 보이는 물건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모두 운동 치료기구로 쓰인다. ⓒ 김정숙
재활치료는 울산 북구보건소 물리치료사 안해경(34)씨가 담당하고 있다.

안씨는 예전에 부산 모 재활원에서 근무하며 2년 넘게 장애어린이들을 치료한 바 있었고, 이런 안씨가 있어서 북구보건소가 장애어린이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선뜻 만들 수 있기도 했다.

치료는 아침 9시부터 시작해서 한 명에 40~60분 가량씩 진행된다. 대부분 뇌병변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인데 이 가운데에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만큼 중증도 있고 하반신 쪽에 가벼운 마비가 있는 등 증상은 다양하다. 연령도 6개월에서 10살까지 편차도 크다.

치료는 이들 어린이들의 운동발달 기능을 향상시키는데 집중된다. 아이들의 증상에 맞게 보행연습기, 계단보행연습기, 롤, 볼 등 각종 기구를 사용해 몸의 다양한 근육들을 쓰게 하며 운동치료를 한다. 또 찰흙이나 다양한 놀이기구를 가지고 놀게 하는 등 아이들이 지겹지 않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재활치료의 경우 어떤 치료보다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치료받는 아이들이 먼저 지쳐 버리면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몸으로 부대끼며 '비지땀', "그래도 보람"

또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는 아이들과는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맺는 유대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몸으로 부대끼며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안씨는 "아이들의 특성상 당연한 것이지만 특히 장애어린이들은 많은 사람들과 생활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치료받으러 와서도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과 있으면 불안해 하거든요. 그래서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나를 엄마처럼 생각하게 만들려고 합니다"라고 말한다.

몸집은 작지만 1시간 가까이를 거동이 불편한 아이들을 안고 몸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겨울인데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난다. 그래도 어려움보다 보람이 더 크다.

맨 처음 이곳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한 아기 건희(가명· 4· 울산 북구 화봉동)는 뇌병변장애에 시각장애까지 있었고 몸을 뒤집는 것조차 불가능했는데 이제는 혼자 앉아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척추마비로 허리도 못쓰고 걷지도 못했던 소영이(가명· 5·울산 북구 매곡동)는 지금은 비록 느리지만 한걸음 한걸음 걷고 있다.

치료는 다양한 놀이와 함께 진행된다. 사진은 아이의 다리 힘을 길러주기 위해 공 던지기 놀이를 하는 모습.
치료는 다양한 놀이와 함께 진행된다. 사진은 아이의 다리 힘을 길러주기 위해 공 던지기 놀이를 하는 모습. ⓒ 김정숙
아이들이 상태가 나아지는 걸 보며 보람을 느끼지만 그 모습을 보며 행복해 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큰 기쁨이다.

안씨의 표현대로 "장애어린이를 둔 어머니들은 그저 건강하게 자라는 거 하나만으로도 삶의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장애에 대한 '인식' 때문에 드러내놓고 치료받으러 오늘 걸 꺼려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것. 아이한테 분명 이상이 있고 빨리 치료하면 조금이라도 호전이 될 텐데 장애를 인정하지 않고 "애가 조금 늦돼서 그럴 뿐"이라는 집안 어른들의 생각 때문에 병원에 못 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안 씨는 다시 한번 부탁한다.

"장애아동에 대한 치료는 눈에 띄게 빨리 그 차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아이도, 부모도, 치료하는 사람도 쉽게 지칩니다. 끈기가 있어야 아이가 건강해질 수 있지요. 우리 보건소도 그 아이들이 비록 더디지만 나아지고 있고, 또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기에 치료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울산 북구보건소는 그래서 더 많은 아이들이 언제든지 연락하고 치료 받으러 오길 원한다. 물론 치료대상 아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힘든 점도 있을 것이다.

울산 북구보건소, "성인 재활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

보건소는 이런 기본정신으로 장애아동 재활치료 프로그램에서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는 뇌졸중 환자를 비롯한 성인 장애인에 대한 재활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보건소만의 활동으로 그치지 않을 예정이다. 앞으로 보건소가 주축이 돼 현재 관내에서 장애아동 재활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인애복지재단과 해밀어린이 집 등과 연계·협력해 장애아동을 위한 복지문제를 지역 전체로 확대해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한 간담회를 다음 달 초 열 계획도 갖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울산 북구 웹진 <희망북구>(www.hopebukgu.ulsan.kr)에도 올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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