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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2개각에 유감을 표명했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20여명은 9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청 관계 재정립과 열린우리당 혁신`에 관한 토론을 벌인 뒤 당·정·청 관계의 문제의식 공유를 위한 대통령 면담 등을 요구했다. 김영춘, 이종걸, 최재천, 문병호,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기자실에서 모임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번 1.2개각에 유감을 표명했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20여명은 9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청 관계 재정립과 열린우리당 혁신`에 관한 토론을 벌인 뒤 당·정·청 관계의 문제의식 공유를 위한 대통령 면담 등을 요구했다. 김영춘, 이종걸, 최재천, 문병호,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기자실에서 모임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신 대체 : 9일 오후 6시]

"대통령 인사독점권, 독재정부서나 통용"
"샴 쌍둥이, 밑 닦기" 등 격한 표현도


당초 초·재선 18인으로 출발한 '개각 반대' 서명파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 이들과 문제의식을 함께 하는 의원들이 총 33인(임종인 의원 탈퇴)으로 늘어나면서 당·청 문제가 향후 여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이들은 이날 첫 공개 모임을 열어 '당·청 관계 재정립과 열린우리당 혁신'에 관한 토론을 벌인 뒤 ▲ 당 중심의 정치 확립 ▲ 내각 구성의 있어 당과 사전 협의 ▲ 대통령 면담 ▲ 관계자 해명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당정청 관계의 문제 의식 공유와 대안 마련을 위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다"며 또한 "당의 정치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당 지도부의 공백상태를 초래하는 등 최근 당.정.청 관계에서 나타난 일련의 불협화음에 대한 책임 있는 관계자의 해명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의원의 입각, 특히 당의장의 입각은 경우에 따라 필요할 수 있으니 당과 사전에 내각 구성의 원칙과 절차에 대한 충분한 협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혀 대통령의 각료 임명권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종걸 의원은 "이미 대통령의 인사고유권이 인사독점권으로 들리는 측면이 있다"며 "이는 과거 독재 정부에서나 통용되던 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이어 인사주도권을 다수당이나 총리에게 부여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과 최근 도입된 인사청문회법을 들어 "대통령이 인사권을 발휘하고 난 뒤 여당이 '밑 닦기' 식의 명분과 정당성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 사전에 같은 입장을 취하는 전제가 마련되었다"며 "대통령의 인사권이 잘못 통용되거나 오해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주장했다.

발언 수위도 점차 격해지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당이 청와대 부속실이냐"고 말했고, 최재천 의원은 "당·청 관계가 샴쌍둥이 같다"며 이날 모임에서 나온 발언을 전했다. 이종걸 의원은 또 "여당이 대통령의 '밑닦기'식 명분을 주는" 관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애초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당정 분리'를 통해 당정청 대등한 관계를 지향했지만 실제 당은 종속적인 관계로 인식, 소외감을 털어놓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이들은 당 지도부의 책임도 크다는 인식하에 앞으로 원내대표 경선, 당의장 선출시 당 주도권 문제를 쟁점화하겠다는 의지다. 문병호 의원은 "당·청 관계를 재정립하고 당이 중심이 되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데 대체적 공감했다"고 전했다.

브리핑이 끝난 뒤 김영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청 관계의 변화 없이 열린우리당의 성공을 기약할 수 었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었다"며 "하지만 당장 확전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오늘 입장에 반영되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또 "당정의 공동 성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를 덮고 갈 수는 없다"며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측의 '유시민 차세대 지도자 발언'에 대해서는 '무시' 전략이다. 이날 모임에서 이에 대한 부분도 언급이 되었으나 모임의 주제로는 삼지 말자는 것이 중론. 김영춘 의원은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할 필요 있겠냐"면서도 "당이라도 어른스럽게 대응해야지…"라고 말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이날 모임에 참석 및 위임자 명단이다.

참석자
강성종 김교흥 김선미 김성곤 김영춘 노웅래 문병호 민병두 박상돈 박찬석 송영길 안영근 양형일 오제세 우상호 우원식 유승희 유필호 이상민 이종걸 정장선 조배숙 지병문 채수찬 최용규 최재천 한광원 홍창선(이상 28명)

위임자
구논회 김태홍 제종길 주승용 심재덕(5명)


'서명파'에서 빠진 임종인, 왜?
"유시민 의원 공격, 보수수구 세력에게 이용될 뿐"

당초 18인으로 출발한 '개각 반대' 서명파에 포함됐던 임종인 의원은 9일 열린 '우리당 혁신과 당·정·청 관계의 재정립'에 대한 토론회에 불참하는 등 이 모임에서 자신의 이름을 뺐다. 지난 6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그 이유를 밝혔다.

우선 임 의원은 "당의장이자 원내대표가 임기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한나라당과의 엄혹한 전쟁 중에 장관으로 가는 것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았다"면서 당초 '개각 반대' 서명파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전제했다.

그러나 "그후 돌아가는 형세를 보니 완전히 나의 뜻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것 같아 매우 당혹스럽다"며 "유 의원의 장관기용에 반발하는 성명서로만 해석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 의원은 "내가 더 놀란 것은 보수 수구세력, 보수언론,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 의원 성명을 참여정부 비난에 적극 활용한다는 사실"이라며 "우리당 내부 혼란을 비판하며, 유시민 의원 공격⇒참여정부·대통령 공격⇒우리당 공격⇒민주개혁세력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임 의원은 "한나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기에 당분간 유 의원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겠다"며 "다른 의원들도 개인적인 서운함으로 인한 공격을 하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덧붙여 임 의원은 "지금은 민주개혁 세력과 우리당, 노 대통령을 죽이려는 보수수구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할 때"라며 "다른 의견은 보수수구 세력에게 이용만 될 뿐이고 그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유창재 기자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이번 '정세균·유시민 입각'과 관련. 책임있는 관계자의 해명을 요구했는데.
최재천 의원 "첫째, 저희들이 구체적으로 책임소재를 가릴 만한 정보가 부족하다. 둘째, 당내 거론되는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굳이 보완하자면 당·정·청 사이에 정무정책에 관여하는 사람이다."

- 대통령과의 면담 요청 관련, 이번 주에 있을 지도부의 청와대 만찬과 별개로 요구하는 것인가.
최재천 의원 "(오늘 모임은) 초·재선 모임으로서의 당·정·청의 재확립을 위한 자리다. 별개의 요청을 하는 것이다."

- 이런 요구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
최재천 의원 "(당청 관계) 위기 의식에 대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요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또 (이 모임에) 많은 의원들의 참여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 대통령이 당무나 당 인사권에 관여하지 않았는데 당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이러는 것은 간섭 아닌가.
이종걸 의원 "이미 대통령의 '인사고유권'이란 말이 '인사독점권'으로 들리는 측면이 있다. 과거 독재 정부에서나 통용되는 말이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인사주도권을 다수당이나 총리에게 부여하겠다는 발언이라든지, 그리고 최근 도입한 인사청문회법을 보면 대통령이 인사권을 발휘하고 난 뒤에 여당이 '밑 닦기'식의 명분과 정당성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청문 절차에서 같은 입장을 취하는 전제가 마련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인사고유권이 잘못 통용되거나 오해되는 것을 경계한다."

- 당 중심의 정치적 전통을 확립하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대통령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뜻인가.
최재천 의원 "당·정 분리가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모든 업무나 모든 정책에 있어서 분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 토론과정에서 당·정 관계에 대해 재미있는 표현이 나왔는데, '샴쌍둥이'라는 말이다. 당청은 공동의 권리를 갖고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관여 금지의 원칙을 과잉 해석한 나머지, 정부는 당에 대해서 일체 관여를 해서는 안되고, 당 또한 정부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사실 공동 운명체인 만큼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적절한 책임을 지는 것인데, 지금의 당정 분리 원칙은 잘못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은 정권의 주체이고, 사실상 정당 위임적인 투표 경향을 해석해 볼 때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고,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당이 대의제적 전통 하에서 투표를 통해서 국민의 의사를 부여받고 그것을 통해 정치를 실현해 나가는 입장이라면, 정치의 중심이나 선거과정에서 당의 전통을 가지고 정부나 각종 정책이나, 범여권을 이끌어 가는 것은 당연하다."

- 앞으로 원내대표 경선이나 당의장 선거에서 '당 주도권'을 쟁점화할 생각인가.
문병호 의원 "당연하다. 사실은 청와대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당 지도부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표시됐다. 이런 사태에 이르기까지 지도부가 적절한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당이 중심이 돼서 이끌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


유시민 의원 입각에 유감을 표명했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20여명은 9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청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기로 했다.
유시민 의원 입각에 유감을 표명했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20여명은 9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청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기로 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 : 9일 오후 1시 45분]

김영춘 "열린우리당 남을 건가 사라질 건가"


'유시민 입각' 파문이 당·청 관계 문제로 확대되며 2라운드에 접어든 양상이다. 특히 윤태영 대통령 연설기획비서관이 "당의 차세대 또는 차차세대를 이끌고 갈 지도자의 재목"이라며 유시민 입각 배경을 공식 밝히면서 당·청 갈등의 불씨가 재점화된 분위기다.

특히 청와대 만찬을 하루 앞두고 '유시민 입각'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서명파 18인'은 9일 오전 공식 모임을 갖고 "당정청 관계 재정립"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당초 18명 수준이었던 서명파는 더 늘어나 이날 모임 제안자는 총 25명. 재선인 송영길·정장선 의원도 가세했고, 양형일·정성호 등 초선 의원들도 참석했다. 또한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는 3선의 김한길 의원도 자리를 채워 눈길을 끌었다.

이상민 의원 "계속 지도부에 반기 들어야지" 뼈 있는 농담도

지난 주 개각 파문 과정에서 의원들이 보인 과정은 '침통' '격노'였다면 이날 모습은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상기'된 듯했다. 회의 시작에 앞서 이상민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고 난 뒤 이렇게 많은 언론에 스포트라이트 받기는 처음"이라며 "계속 지도부에 반기를 들어야지"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김영춘 의원은 "오늘까지 오게 된 데는 초선 의원들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동력이었다"고 말해 지지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드러냈다. 안영근 의원은 "전 의원에게 초청장을 보냈다"며 "괜히 소외감을 갖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사회를 본 문병호 의원은 "사실 유시민 입각 문제로 개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한 이후, 당내 당청 간의 문제, 참여정부 남은 2년 동안 어떤 관계를 갖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며 간담회 취지를 밝혔다.

이 모임 간사격인 최재천 의원은 "그동안 의원들 사이에서 공식·비공식 토론이 상당히 있었다"며 "여러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생산적 토론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임을 주도한 김영춘 의원의 발언은 좀더 강했다. 김 의원은 "현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은 정신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제한 뒤 "대연정 이후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과연 무엇인가, 과연 열린우리당이 있을 것인가 없어질 것인가"라고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연초 개각 파동이라는 것이 이러한 위기의식을 촉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후 의원들은 비공개로 토론회를 전환시켰다.

유시민 의원 입각에 유감을 표명했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20여명은 9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청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기로 했다. 입각 유감 의원모임에서 송영길 의원과 김영춘 의원 등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유시민 의원 입각에 유감을 표명했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20여명은 9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청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기로 했다. 입각 유감 의원모임에서 송영길 의원과 김영춘 의원 등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송영길 "당이 청와대 부속실인가" 직격탄

'유시민 입각' 파문이 당청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정동영·김근태 두 차기 주자들의 '빅매치'가 예상되는 전당대회 구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명파 의원들의 모임에 새롭게 가세한 송영길 의원은 "작년 전당대회가 '실용 대 개혁'이었다며 이번에는 누가 당의 자주성을 주도하는지, 누가 (청와대에) 끌려다니는지를 가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임 중간에 나온 송 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윤태영 대통령 연설기획비서관(전 제1부속실장)의 발언을 겨냥해 "당이 청와대 부속실이냐"며 "집권여당의 위상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고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송 의원의 요지는 당의 주도권 회복이다. 송 의원은 "우리당 지도부가 더 문제 아니냐"며 청와대에 끌려 다니는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송 의원은 "국민들이 집권당과 대통령을 같이 만들어 준 것 아니냐"며 "국민에게 책임을 같이 지고 가야하는데 (당·청) 공식적인 통로도 없고… 대통령이 정치를 하지 말든지… 결국 (당·청 엇박자는) 자기 모순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이와 같이 문제가 재발되는 것을 막고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는 게 우리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1신 : 9일 정오]

"대한민국에 유시민 빼고 없나"


유시민 복지부 장관 내정자.
유시민 복지부 장관 내정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한민국에 유시민 빼고 없나."

청와대가 '유시민 입각'과 관련, 유 의원을 여당내 차기그룹으로 기정사실화한데 대해 한 386 의원이 한 말이다. 윤태영 대통령 연설기획비서관의 언급처럼 유 의원이 "당의 차세대 또는 차차세대를 이끌고 갈 지도자의 재목"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지만 왜 유독 유시민 의원만 이토록 유난스럽게 주목하느냐는 불만이다.

청와대는 천정배, 정세균 의원의 입각 경우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지만 당측에선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또한 이번 개각에서 김부겸 김영춘 임종석 이종걸 의원 등 '40대 주자군'에 대한 입각 하마평이 오갔지만 청와대의 반응은 별달리 없었다. 당으로서는 "왜 유시민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불만이 나올 법하다.

또한 친노·친유 그룹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유시민 입각 파문이 주말, 휴일을 전후에 잦아드는 분위기에서 보수언론과 야당의 공격에 속수무책일 수 있는 빌미를 내주었다는 인식에서다.

"소수 의견 반영된 정치적 통로"-"정치적 의미 부여는 바람직하지 않아"

정봉주 의원은 윤 비서관의 발언에 대해 "뜬금 없는 발언"이라며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참모의 입장에서 일을 되레 크게 만드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유시민 입각 비토 세력을 비판했던 한 초선 의원도 "대통령이 민주적으로 정국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코드 인사' 중심으로 끼리끼리 하려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겠냐"며 "유시민 입각에 대해 의혹과 각종 추론을 오히려 불러일으켰다"고 불만을 토했다.

장영달 의원은 "기본적으로 장관직은 대통령의 참모로서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자리"라며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했다.

반면 노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백원우 의원은 "대통령은 '정치적 효과'를 따지는 꼼수를 싫어하는 분"이라며 "노 대통령은 일찍부터 소수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정치적 통로가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당내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유 의원의 경우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백 의원의 설명이다. 유 의원의 입각에 대해 청와대가 "우리 사회에서 일정한 지지계층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온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개각 반대 18인 서명파 중 한 명인 김영춘 의원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어 김 의원은 "기본적으로 차기 지도자는 국민이 만들어 내는 것인데 대통령이 만들어 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라며 "다른 한편 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아니겠나"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입각유감의원모임 간사격인 최재천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입각유감의원모임 간사격인 최재천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차기 주자측, 겉으로 '태연' 속으론 '견제'

차기 주자쪽에서는 공식적으론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정동영 전 장관은 핵심측근을 통해 다음과 같은 발언을 일괄적으로 언론에 전했다.

"가정이나 국가나 어떤 조직에서도 가난 중에 가장 큰 가난은 인물 가난이다. 열린우리당이 잘 되려면 인물이 많을수록 좋다. 대통령의 '인물양성론'은 우리당에 매우 좋은 일이다."

유시민 입각 반대를 주도했다는 '오해'를 사고 있는 정 전 장관으로선 차기 주자들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의 입장을 보이면서 "결국 선택은 국민과 당원이 하는 것 아니겠냐"는 자신감을 표출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시각이다.

김근태 전 장관쪽도 비슷하다. 유 의원의 입각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온 이인영 의원은 "재선급 이상이 장관 입각할 때는 당연히 (차기 지도자 반열이라는) 그런 연장선상에서 있는 것 아니냐"며 "마침 복지부장관이라는 자리가 났고 국회 보건복지위 활동을 해온 유 의원이 가장 적합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좀 미묘하다. 청와대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유시민 부상'에 따른 견제 심리를 내비쳤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김한길 의원은 "좋은 일이다, 원래 대통령은 여러 경쟁 상대들 가운데 힘을 키워 갈 때에 차기 주자도 클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애들은 잘 크는데 애비는 못크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노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을 할 때 문화부 장관을 지낸 3선급인 자신의 처지를 빗댄 말이다.

김근태 전 장관이 소속된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의 한 의원은 "잠잠해질 참이었는데 다시 이런 말을 꺼내는 속내를 모르겠다"며 당·청 간 잡아들어가던 불씨가 다시 점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열린우리당 비상집행부 회의에서는 이와 관련 공개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유재건 임시 당의장이 주재한 첫 회의. 지도부는 연기된 당청 만찬 등 앞으로 청와대와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자세다. 한 집행위원은 "지도부로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재건 열린우리당 신임 당의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유재건 열린우리당 신임 당의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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