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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비연수 세트장의 설경
단적비연수 세트장의 설경 ⓒ 김정수
필자가 지리산 다음으로 즐겨찾는 산이 황매산으로 봄에는 철쭉으로 유명해, 합천군과 산청군에서 각각 철쭉제를 열기도 한다. 하지만 황매산은 설경은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겨울철에 마산에 비가 내리거나 눈이 10분 정도 날리다가 그쳐버리면 필자는 서둘러 황매산으로 떠나곤 하는데, 언제나 설국으로 변한 황매산이 반갑게 맞이한다.

겨울에는 남녘의 산으로는 보기 드물게 많은 적설량을 자랑하는데, 경남권에서는 멋진 설경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산 중 하나이다. 겨울의 황매산은 산청군 쪽에서 접근하는 게 산행하기에 한결 수월하다. 차황면 쪽의 영화 <단적비연수> 세트장이 있는 곳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세트장 내부에 전시된 소품인 신검
세트장 내부에 전시된 소품인 신검 ⓒ 김정수
<단적비연수> 촬영세트장은 경남 산청군 차황면 법평리 산1번지 내에 자리잡고 있다. 모두 4억원을 들여서 지었는데 산청군에서 관광명소로 활용하려고 1억원을 지원했다. 영화촬영 후 새롭게 정비해서 영화테마파크로 조성되었다. 약 3000여 평의 공간에 31채의 선사시대 가옥과 풍차가 들어서 있어 영화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영화에 쓰였던 은행나무와 주인공의 캐릭터 등 1000여점의 소품이 전시되어 있다.

'해아의 집'은 영화 관련 전시실로 활용되고 있으며, '연의 거처'는 영화상영실이다. 화산족 생활체험관, 점술집, 저자거리, 대장간, 짚공예공방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영화 속의 신검과 예언의 벽화 등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영화촬영지를 어떻게 관광지화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있는 곳으로, 영화촬영지 중에서 영화의 감동을 직접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이로 인해 많은 지자체에서 영화촬영유치에 참고하고자 답사를 다녀가고 있다.

목장이 자리한 황매평전 우사 주변이 눈으로 덮혀 있다
목장이 자리한 황매평전 우사 주변이 눈으로 덮혀 있다 ⓒ 김정수
최근에는 이곳에서 영화 <천군>이 촬영되기도 했다. 눈으로 뒤덮힌 세트장의 풍경은 동화 속 공주의 집처럼 온화하면서도 고풍스럽다. 필자가 경남 최고의 겨울여행지로 꼽는 곳이라 여행동우회, 산악회, 영화제작동우회 등 함께 여행갔던 사람만도 100명이 넘는다.

세트장에서 황매산 정상을 향해 등산로를 따라 5분 정도 똑바로 나아가면 '돌팍샘'이 나온다. 돌아래에서 샘이 솟아오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겨울에도 물이 어는 법이 없다. 필자가 겨울철에만 다섯 차례나 다녀왔는데, 매번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식수원이 없으므로 이곳에서 물을 받아가는 게 좋다.

10여 분을 더 오르면 이검이고개와 만난다. 고개의 능선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낯설지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드넓은 평원인 황매평전이 펼쳐지는데, 이곳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내머리속의 지우개>가 촬영된 곳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전투신은 이곳에서부터 산 정상 바로 아래까지 곳곳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는데, 낙동강전투 장면과 두밀령전투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내머리속의 지우개>에서는 정우성이 산중턱에 손예진과 함께 살 집을 짓던 곳이다. 영화 촬영 후 세트는 철거되었다고 한다.

설국을 연상시키는 황매산의 설경
설국을 연상시키는 황매산의 설경 ⓒ 김정수
황매평전은 목장지대로 나무는 거의 없고,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여름에는 파랗게 뒤덮힌 들판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는데 합천군 지역이다. 이검이고개에서 약 40여 분을 더 오르면 산 정상에 도착하는데 등산로를 따라 이어지는 길이 대부분 합천군과 산청군의 경계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정상을 오르면서 마주하는 발 아래의 왼쪽이 산청군이고, 오른쪽은 합천군이다. 그렇게 두 개 군의 설경을 내려다보며 오르다보면 이내 정상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단적비연수> 세트장은 꼭 성납갑 위에다 하얀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하다.

단적비연수 세트장에서 정상까지는 약 1.6km 거리로 쉬엄쉬엄 올라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정상에 서면 의령 자굴산과 국립공원인 가야산 등이 멀리 보이며, 날씨가 맑은 날은 지리산의 모습도 보인다. 합천군에서 산행을 시작한다면 가회면의 영암사지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영암사지를 둘러본 후 모산재(767m)를 거쳐 철쭉군락지와 이검이고개를 지나 정상에 오르는 데는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행이 끝난 후에는 합천댐 아래쪽에 자리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세트장을 둘러본 후 돌아오면 된다.

눈덮힌 등산로를 지나는 등산객
눈덮힌 등산로를 지나는 등산객 ⓒ 김정수

황매산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는 등산객
황매산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는 등산객 ⓒ 김정수

합천호 관광농원의 낙지볶음
합천호 관광농원의 낙지볶음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 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추천 맛집
합천호 관광농원: 합천댐 수문 맞은편에 자리한 1만8000평의 대지에 찜질방과 민박집, 연회장, 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팀이 식사를 한 곳이기도 하다. 겨울에는 빙어회와 빙어튀김, 여름에는 은어가 별미이다. 통돼지 바비큐도 입맛을 돋운다.

객실은 2인실을 비롯해, 6인실, 10인실, 30인실, 50인실, 70인실 등의 다양한 객실을 갖추고 있어 가족여행은 물론이고, MT나 야유회를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문의 : 홈페이지 http://www.hapchon.net

교통정보

자가운전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산청IC -> 산청읍의 사거리 차황방면(59번 지방도) 좌회전-> 상법삼거리 상법 방면 우회전-> 신촌교를 건너서 좌회전 ->(0.7km) 황매산 주차장-> 비포장임도(1.4km) 단적비연수 세트장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함양분기점-> 88고속도로 거창IC-> 24번 국도 합천방면->봉산대교 앞 삼거리 우회전-> 1089번 지방도 봉산, 대병방면 -> 대병삼거리 가회방면 -> 황매사지 

대중교통
산청시외터미널에서 차황행 버스를 이용한다. 차황면소재지에서 택시를 이용하거나 2시간 정도 걸어야 단적비연수세트장으로 갈 수 있다. 합천시외터미널에서 삼가터미널로 가서 다시 둔내, 황매산행 버스로 갈아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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