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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양극화는 노동뿐만이 아니라 주거와 교육 등에도 뿌리를 내리며 공동체를 갉아먹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와 함께 '양극화를 넘어'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양극화해소연대는 지난해 9월 전국 136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구성한 사회·경제 개혁 추진을 위한 연대기구다. 기획 두번 째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인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의 글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여성폭력과 빈곤 추방, 그리고 일상에서의 평화 실현'을 주제로 한 '세계여성행진'이 한국, 일본, 필리핀 여성운동가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해 7월 4일 서울 세종문회회관 분수광장 앞에서 열렸다.
'여성폭력과 빈곤 추방, 그리고 일상에서의 평화 실현'을 주제로 한 '세계여성행진'이 한국, 일본, 필리핀 여성운동가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해 7월 4일 서울 세종문회회관 분수광장 앞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국 정부는 지난 몇 년 사이에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도입과 사회보험 체계의 완성으로 소득상실 위험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서 절대빈곤율을 성공적으로 감소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양면의 진실을 안고 있다. 2000년 이래 실업률은 비교적 안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저 생계비 이하 가구의 비율은 2003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절대빈곤율의 증가는 일자리의 양극화를 통해서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없고, 고용이 불안한 임시·일용직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사회 양극화에 직면한 가장 심각한 집단이 여성일 것이다.

지난 10년 사이에 한국의 여성정책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여주었다. 여성 인권의 향상을 진작하는 여러 법이 제정되거나 개정되었다. 정치·경제·문화 분야에 여성의 진출도 괄목할 만큼 확장되었다. 그러나 70∼80년대 미국이 그렇듯이 여성운동이 활발하고 이를 통해서 여성지위가 향상되는 바로 그 시점에 '가난의 여성화'가 진행되는 모순이 한국의 경우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빈곤가구, 여성가구주가 남성에 비해 3배 높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빈곤계층의 대표적 집단을 형성하고 있고, 가난의 여성화 현상은 좀처럼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성 빈곤층의 심각한 현실은 한국의 성공적인 경제성장, 높아진 기술력 그리고 새 천년에 대한 높아진 기대감의 뒤안길에 놓여 있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게 한다.

2000년 통계에 따르자면 전체 빈곤인구 중 빈곤여성의 비중은 55%였으나, 빈곤가구 중 여성가구주 비율은 전체 가구 중 여성 여성가구주 비율인 18.5%의 2.5배인 45.8%였다.

여성가구주 가구 중 빈곤가구 비율은 21.0%로 남성가구주 가구 중 빈곤가구 비율 7.0%에 비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가구주 가구의 경우 빈곤율이 97년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되었으나, 여성가구주 가구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경제위기 이전의 2/3 수준으로 겨우 회복된 것으로 드러나 여성가구주 가구의 빈곤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도 빈곤층에 대한 최종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요 수급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왜 특별히 가난한가? 이런 원인에 대한 분석은 동시에 여성의 탈빈곤을 위하여 어떤 특별조치가 필요한가를 성찰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가난의 여성화가 진행된 주요한 원인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여성이 저임금 직종에 몰려 있는데다가, 임시·일용직·비정규직 취업으로 인해 고용 역시도 불안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여성빈곤화가 주로 노령 계층에 집중되어 있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빈곤 여성가구주 가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의 여성이다. 노년층의 소득보장을 담당하는 국민연금제도는 소득 활동자 중심이다. 따라서 여성의 경우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고, 설혹 참가하더라도 그 기간이 짧고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고 저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의 탈빈곤을 위해 실질적인 고용 및 소득보장대책 마련해야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노년 여성의 중심적 소득보장제도로 기능하기 어렵다. 또한 근로능력이 있는 자활대상자 중 여성이 2/3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자활과정에서 경험하는 여러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가의 정책적·제도적 지원도 미비하기 짝이 없다.

이런 현실은 사회양극화 해소나 탈빈곤화 극복을 위한 대안모색에서 성인지적 분석과 정책입안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해준다. 여성의 가난은 가족, 노동시장, 사회보장체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자원배분 과정에서 겪는 소외와 중층적으로 얽혀 있다.

정현백 교수
정현백 교수
따라서 이런 결절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섬세한 성(性)인지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는 여성가구주의 연령계층, 학력, 부양가족의 특성을 고려하여 실질적인 탈빈곤이 실행될 수 있는 고용 및 소득보장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빈곤을 둘러싼 성적 차이를 정책을 통해서 극복한 스웨덴·네덜란드·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참조하면서 다양한 정책적 전략과 실행방안을 기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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