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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토요일(12월 31일)에 울산 처남 집에 다녀왔습니다. 간절곶 해맞이를 보기 위해서지요. 도착하니 점심 때입니다. 처남댁이 점심준비에 바쁩니다. 아내도 거들어줍니다. 장모님과 처남이 파를 다듬습니다.

아이들이 장난질에 한창입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야단입니다. 정신이 다 없을 정도입니다. 하긴 그럴 만도 합니다. 처남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을 합치면 다섯 명입니다. 다들 열 살도 안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사리분별이 부족합니다. 이기심이 강하지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투기부터 합니다.

그럴 때면 약속이나 한 듯 처남은 자기 아이를, 저는 제 아이를 나무랍니다. 아이들은 그게 불만입니다. 왜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느냐고 따집니다. 이번에는 장모님이 나섭니다. 나이가 많은 아이부터 나무랍니다. 그제야 아이들이 잠잠해집니다.

▲ 과메기입니다. 맛있어 보이지요?
ⓒ 박희우
물론 이렇게 다투는 일은 정말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사이좋게 지낼 때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헤어질 때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불고 난리입니다. 집에 도착해서는 서로 전화부터 합니다.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이래서 친척은 자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떨어져 살다보면 친척 간에 만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명절이나 어른들 생신 또는 제사 지낼 때가 고작입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자주 만나야만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끈끈해집니다.

이런 면에서 처남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우리 가족을 초대하기 때문이지요. 이번만 해도 그렇습니다. 해맞이 구실을 내세워 우리 가족을 초대했습니다. 어디 우리 가족뿐입니까. 시골에 사시는 장모님까지 초대했습니다. 처남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울 뿐입니다.

점심시간입니다. 식탁에 음식이 가득합니다. 김치, 시금치, 콩나물무침, 조기 매운탕, 오징어 데침 등등. 모두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입니다. 어,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과메기가 눈에 띕니다. 가만 있을 아내가 아닙니다. 아내가 처남 자랑을 합니다. 매형이 과메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제일 좋은 걸로 준비했다고 합니다.

저는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과메기 옆에 김이 있습니다. 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실파도 있고 미역도 있고 초장도 있습니다. 저는 장모님에게 먼저 권했습니다. 장모님이 한번 드시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맛있다는 표시입니다. 처남이 장모님과 저에게 과메기 먹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먼저 김에다 과메기를 올려요. 그런 다음 실파하고 미역을 얹습니다. 물론 초장도 발라야겠지요."

처남 하는 동작이 마치 상추쌈을 싸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먹으니 정말 맛있습니다. 과메기가 여간 부드러운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뼈가 없어 좋습니다. 입에 살살 녹습니다. 이빨이 시원찮은 저로서는 더 없이 좋은 음식입니다. 기름기가 많은 탓에 고소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저는 그제야 실파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과메기는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입에 물리기 쉽습니다. 실파는 그걸 막아줍니다. 미역도 한몫 합니다. 미끄러우면서도 담백한 것이 과메기와 잘 어울립니다. 소주가 살살 잘도 넘어갑니다. 과메기쌈을 한입 가득 밀어 넣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 처남집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입니다
ⓒ 박희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어로 과메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청어가 귀하다보니 요즈음은 꽁치로 만든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바닷가 사람들이 과메기를 짜서 기름을 냈다고 합니다. 그것으로 호롱불을 밝혔답니다. 마치 산간지방 사람들이 아주까리기름으로 등잔을 밝혔듯이 말이지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물론 과메기만 맛있는 게 아닙니다. 조기 매운탕도 맛있고 오징어 데침도 맛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맛이 없는 게 없습니다. 장모님도 무척 흐뭇해 하십니다. 처남댁이 커피를 내옵니다. 모두들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눕니다.

처남은 공장노동자입니다.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해 사원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 셋과 살기에는 다소 비좁습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어떤 부자보다도 풍족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저희 가족은 처남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저는 나지막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처남, 새해 복 많이 받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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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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