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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기원
아내는 잰 몸놀림으로 쌀을 씻어 밥을 안쳤습니다. 그 사이에 준수와 광수는 세수를 하고 옷을 챙겨 입었습니다. 바닷가에선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해돋이 시간이 다가오니 빨리 나오라는 재촉처럼 느껴졌습니다.

“차 끌고 갈까?”
“걸어서 갈 수 있잖아.”
“날씨가 춥지 않을까?”
“일기예보에서 춥지 않다고 했어.”
“그래, 걸어가자.”

숙소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아들바위까지는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 겨울 새벽이라 준수 광수가 추워하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걸어가자는 아내의 말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숙소를 나와 아들바위를 향해 걸었습니다.

ⓒ 이기원
바다를 끼고 걷는 새벽 공기가 상쾌했습니다. 추위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돋이를 보기 위해 밀려드는 자동차로 인해 길이 마비 상태가 되었습니다. 길게 꼬리를 물고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길을 따라 자동차를 피해 걸었습니다.

“차 안 가지고 오길 잘했다.”
“거 봐. 내 말 듣길 잘했지.”
“그래. 맞아.”

아내가 웃으며 나를 쳐다봤습니다.

“새해 내 소망이 뭔지 알아?”
“뭔데?”
“당신 말 잘 듣는 거야.”
“정말?”
“그렇다니까.”

결혼해서 아내와 함께 산 지 16년째 접어들었습니다. 그 세월을 돌아보면 아내에게 미안했던 적이 참 많았습니다. 남달리 고집도 세고 자존심도 강한 탓에 아내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혼자 고집을 내세운 적이 많았습니다. 아내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피우다 일을 그르친 적도 많습니다.

“우리 남편 철들었네.”
“뭐야?”

아내가 팔짱낀 손에 힘을 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아들바위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하도 많아 발 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아들바위는 포기하고 방파제 쪽으로 갔습니다. 사람들 틈에 끼어 해 뜰 때만 기다리며 수평선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구름이 많아 해를 보기 어려울 거 같다며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 이기원
“야, 저기 해 뜬다.”

어떤 사람이 소리쳤습니다. 사람들이 일제히 그쪽을 바라봤습니다. 과연 방파제 끝에서 멀리 해가 떠오르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보겠다고 방파제 끝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 이기원
새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카메라에 휴대폰에 그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가족과 이웃의 행복을 위해 건강을 빌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내도 두 손을 모으고 무언가를 빌고 있었습니다. 준수와 광수도 그 옆에 서서 2006년 새해 첫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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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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