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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상대방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상대방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 양중모
첫 번째 사진입니다. 사람이 표시되어 있는 신호등 위에 자전거 신호등이 있습니다. 전 처음 이 신호등을 보고 '별 희한한 나라도 다 있네. 무슨 자전거 신호등이 다 있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중국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마치 자동차 체증을 겪는 듯, 출근 시간에 물밀듯이 빠져나가는 자전거들의 행렬을 보았습니다. 만약 제가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전거가 무척 중요한 교통 수단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마음 속으로 새기고 있었다면, 앞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 이 사진에서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 양중모
두 번째 사진입니다. 별로 특별해 보일 것이 없겠지만, 자세히 보시면, 컵라면을 젓가락이 아닌 하얀 도구를 이용해 먹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 카메라로 정확히 잡아내지 못했지만, 그건 포크입니다. 처음 중국에 가서 컵라면을 산 후 무척 당황했습니다. 당연히 주어야 할 젓가락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지요.(한국 유학생이 많은 곳에서는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돈을 주고 사야 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젓가락을 사다 놓고 썼습니다.

후에 포크가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이런 걸로 어떻게 라면을 먹냐 대단들 하시네'라며 약간 비아냥거리며 무시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 사다놓은 젓가락이 떨어졌고, 다시 나가기가 귀찮아 포크로 한 번 먹어보았습니다. 물론 먹을 만 했습니다. 전 이 사진을 보면서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줄은 알면서도, 내가 쓰는 방법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방의 문화를 무시하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그 다름이 익숙지 않아 무시하거나, 그 때문에 상대방을 죽일 듯이 달려드는 기세, 그건 어쩌면 지난 한 해 인터넷 상에서의 제 모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한 쪽 생각만을 강요하다 보면, 우린 뛸 힘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한 쪽 생각만을 강요하다 보면, 우린 뛸 힘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 양중모
세 번째 사진은 자주 보셨을 전족에 맞게 나온 신발입니다. 이제 전족이 중국에서 사라진 것은, 중국인들 스스로 그 관습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입니다. 전 이 사진을 보면서 각종 이해 관계에 따라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지역간의 이권 다툼에서부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대화보다 일단 욕부터 늘어놓는 누리꾼들을 보면서 억지로 발을 묶어놓아 기형인 된 전족이 생각났습니다. 서로간에 대화보다 고성을 먼저 늘어놓는 우리들의 모습은 결국 우리 사회를 힘차게 뛰지 못하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만들어내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나라사람이 워낙 많이 가 한글 표지판이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사람이 워낙 많이 가 한글 표지판이 등장했습니다. ⓒ 양중모
네 번째 사진은 중국 여행을 갈 때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롱칭샤안에 있는 한 표지판 앞입니다. 이 곳은 경치가 무척 아름다워 패키지 여행 코스를 보면 자주 나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곳에 가면 한국어가 적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상술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요? 중국에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도 많이 찾아가는 곳이니, 한국어를 써놓을 것일 것입니다. 중국에 있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무조건 중국어로 된 표지판을 읽으라고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 셈입니다.

중국에 있는 곳은 아무래도 중국인이 가기 편하기에 많이 가게 되는 것처럼 사람들도 생각이 다른 사람보다는 아무래도 마음 편한 사람과 자주 어울리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무조건 자신의 생각만 칠해놓고서 가리킬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도 마음 속에 같이 새겨둔 후에 대화를 해본다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중국어 아래 있는 한글처럼, 자신의 생각 밑에 상대방이 알아듣기 쉽게 상대방 생각, 상대방의 언어 하나를 써놓는다고 생각하는 건, 어려운 일일까요?

만약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전 이런 물고기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전 이런 물고기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 양중모
드디어 마지막 사진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이 물고기를 뭐라고 부르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제가 직접 눈으로 보았다는 것입니다. 만약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누군가가 제게

"야, 금붕어 같이 생긴 게 있는데, 양 볼이 개구리처럼 늘어나."

라고 말했다면, 전 아마도 그 녀석을 미친 녀석 취급했을 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그 상대방에게 있을 수도 있는 면을 절대로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마이뉴스>를 즐겨 보시는 독자 여러분들 가운데는 인터넷에서 글쓰기를 좋아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서로 간에 의견차가 너무 커 정말 '상화하택'이라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때도 있습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옳은 것은 지켜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2006년에는 그렇다고 해서 서로간의 입장차나 다른 생각에 대해 무턱대고 비난이나 욕설부터 하지 않는 그런 인터넷 문화와 사회 문화가 자리잡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제 뒤에 보이는 것이 회음벽입니다.
제 뒤에 보이는 것이 회음벽입니다. ⓒ 윤영
아, 사진 한 장이 더 남아있었네요. 중국에 있는 회음벽입니다. 벽에 대고 살짝 얘기만 하면, 반대편에 있는 상대방에게 들린다고 해서 유명해진 것입니다. 실제로 실험해본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둘 사이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 사이로도 마음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2006년 한자성어는 '상화하택'과 정반대되는 한자성어가 선정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 사이에 놓인 벽을 치우기란, 쉽지 않지만, 적어도 그 벽을 사이에 두고서 이야기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2006년 우리 사회는 보다 나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요?

새해에 제 마음 속에 담고 있을 이 여섯 장의 사진을 독자 여러분들도 한두 장쯤 갖고 있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덧붙이는 글 | 2006년은 사회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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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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