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책 겉그림
책 겉그림 ⓒ 청솔
요즘은 애완견을 많이 키운다. 혼자 사는 집에서도 그렇고 가족이 많은 곳도 그렇다. 아무런 알레르기가 없이 그저 애완견을 좋아한다면 너도나도 키운다. 목욕도 시켜주고 발톱도 다듬어주고 털까지도 빗겨 준다. 먹을 것도 영양가 있는 것들로 준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털옷까지도 입혀 준다.

그 사랑스런 일을 그냥 개에게 쏟아 붓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누군가 길거리에 버린 개라면, 앞쪽 양 다리가 아예 없는 불구의 개라면 어떻겠는가? 누가 과연 관심이라도 갖겠는가? 사람이 그런 처지라면 따뜻한 커피라도 건네겠지만 짐승인 개에게 온 마음을 쏟아 붓기란 좀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김그네 님의 집 식구들은 달랐다. 동화작가이기도 한 김그네 님의 식구들은 누군가 버리고 가버린 그 흰멍이 개를 온 마음으로 품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두 아들도 그 흰멍이를 감싸 안고 집으로 데리고 갔던 것이다.

앞다리가 불구인 그 흰멍이는 그 식구들이 쏟아 붓는 사랑에도 아랑곳없이 한 동안은 웅크리고 있었다. 그 동안 받지 못했던 사랑 결핍 때문에 딴전을 피웠던 것이다. 그러나 몇 달간 집안과 동물병원을 오가며 쏟아 붓는 사랑과 정성에 그 흰멍이도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흰멍이가 차츰차츰 집안 식구들 모두를 좋아하게 되자 이제는 돌연 집안 식구들 사이에 흰멍이 쟁탈전이 벌어졌다. 서로들 흰멍이와 함께 놀고 또 흰멍이와 함께 자기를 주장했던 것이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흰멍이부터 찾았고, 김그네 님의 남편도 늘 그랬다. 자연스레 흰멍이는 그 집안의 셋째 아들이요 친구가 돼 버렸다.

이런 흰멍이 사랑 이야기는 김그네 님이 쓴 <내 친구 흰멍이>(청솔․2005)에 잘 그려져 있다.

"누런 흙탕물이 든 흰멍이 털은 비누칠을 해도 쉽게 빠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비누칠을 몇 번이나 했어요. 흰멍인 도망치려고 버둥대다가 포기하고 머리에서 흐르는 물을 핥아대요."(65쪽)

사실 김그네 님이 사는 곳이 아파트여서 그의 집에서 불이 나기 전까지는 모두들 흰멍이를 껄끄러워 했다. 아이들도 너나없이 흰멍이를 놀려댔고, 주민들도 본체만체 하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기길 바랐다. 결국 아파트 반상회를 거쳐, 개 단속을 철저히 하라는 방송까지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집에 연기불이 났고, 앞발을 쓸 수 없던 흰멍이가 청각장애를 앓고 있던 김그네 님의 침대까지 뛰어 올라 살려 낸 것을 안 뒤부터는 모두들 흰멍이를 다르게 봤다. 이른바 주인의 사랑에 아낌없이 보답하는 개로 알게 됐던 것이다. 그런 흰멍이였으니 그 아파트에서 내 쫓자는 말은 쏙 들어갔고 오히려 더욱더 사랑스럽게 대할 뿐이었다.

"우리 흰멍이가 절 깨웠어요. 아파서 쓰지도 못하는 다리로 베란다 문턱을 어떻게 넘었는지? 또 방엔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어요. 제 몸보다 높은 침대를 어떻게 쳤는지…."(149쪽)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할 줄 아는 게 짐승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잇속으로 가득 차 있는 요즘 세상이다 보니 낯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따뜻한 사랑을 베푸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또 그런 사랑을 받은 사람조차도 선뜻 보답하려고 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흉흉한 세상에 이토록 따뜻한 사랑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의 마음을 밝게 하고 또 따뜻하게 만들지 않나 싶다. 이런 동화야 말로 어른들이 읽고 또 읽어도 부족함이 없겠다 싶으니, 모처럼 따뜻한 동화 한 권을 읽어서 기분까지 훈훈해졌다.

내 친구 흰멍이 - 난 책이 좋아 004

김그네 지음, 플러그 그림, 청솔(200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