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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 겉표지
<책 먹는 여우> 겉표지 ⓒ 주니어 김영사
얼마 전 모 프로그램을 보니, 설탕이 너무 좋아 온종일 설탕을 쳐서 밥을 먹고, 간식대신 설탕을 잡수시는 할아버지를 본 적이 있다. 참으로 독특한 분이시구나 생각했는데, 여우가 책을 너무 좋아해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는단다.

어딘가 모르게 심상치 않다. 이 특별한 여우의 이야기. 호랑이가 담배를 피던 시절에 있었던 일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얼른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읽어보았다.

다름 아닌 소금과 후추를 책에 뿌려 먹는 여우이야기 <책 먹는 여우>가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양서와 독서의 중요성을 재치 있게 위트 넘치는 글들로 가득한 우화에 해당하는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독일 빌레펠트에서 태어나, 1992년 함부르크 조형예술학교에서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그 분야의 전문가로 유명한 프란치스카 비어만이 쓴 작품이다.

그는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만큼 어린이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 재미난 작품 한 편을 우리에게 선물해주었다.

우리의 주인공 여우는 책을 지극히도 좋아한다. 그래서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어치움으로써 교양에 대한 욕구뿐만 아니라 식욕도 해결한다.

책을 먹다보니 먹을수록 식욕이 왕성해져 가난한 여우 아저씨는 난감해진다. 동네 서점을 서성거리던 여우 아저씨는 기가 막힌 종이 향기가 나는 도서관을 발견하게 되고, 이 천국 같은 곳에서 신나게 양껏 책을 읽게(먹게?) 된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사서에게 들킨 뒤 여우 아저씨는 도서관 출입 금지를 당하게 되고 광고지나 싸구려 신문지 때로는 폐지 수집함을 뒤지면서 연명을 하게 된 가련한 여우 아저씨는 급기야 영양실조로 그 윤기 나던 털가죽은 빛이 바래고 소화불량을 겪게 된다.

도서관에서 저지른 일 말고는 늘 점잖은 시민이었던 여우 아저씨는 견디다못해 동네 서점을 털게 되는 서점털이 강도로 돌변한다. 그러나 들통이 나버리고 감옥에 가게된 여우 아저씨.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떠오른 기발한 생각은 자기가 직접 글을 쓰는 것! 피와 살이 되었던 엄청난 독서량을 사용해 쓴 여우의 글은 감방을 지키던 교도관을 감동시키게 되고, 교도관은 출판사를 차려 여우를 소설가로 성공하게 만든다.

여우 아저씨의 뛰어난 작품은 온 세상의 주목을 받고 수많은 평론가의 연구 대상이 되는데, 백만장자가 된 여우 아저씨는 과연 원 없이 책을 사 읽게(사 먹게) 될까.

답은 NO!! 이젠 사정이 달라져 여우 아저씨가 가장 좋아하는 식사는 바로 자기 자신이 쓴 책이니 말이다. 저자는 주인공 여우 아저씨가 아무 책이나 먹지 않는다는 단서로 양서의 중요성을 어필하고 있다.

돈이 없어 양질의 책이 대신 폐지나 값싼 광고지를 먹자 털이 거칠어지고 윤기가 사라지는 부분은 간접적으로 양성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어느 의견보다도 분명하게 전달되고 있다.

우화를 빌어 아이들에게, 아니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 책의 소중함을 이야기를 하는 저자는 책을 먹는다는 것을 지식의 욕구 상징을 빗댄 것이다. 하지만 아무 책이나 읽으면 안 된다는 진지하면서도 재미나게 충고하고 있다.

또한 책을 읽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작은 교훈까지 곁들어 준다. 책을 많이 읽은 여우 아저씨가 반전을 거듭하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은 바로 책을 열심히 읽은 여우의 행복한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야 여우 아저씨처럼 행복해지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부자가 된 여우 아저씨가 책을 멀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면서 책은 평생 친구처럼 지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부자가 되었다고 책이 아닌 더 좋은 음식을 먹지 않은 부분에서 충분히 저자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여기에 단편적인 사고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내세울 줄 아는 능동적인 독서의 모습을 후추와 소금을 통해 말하고 있다. 소금과 후추는 음식의 조미료라는 사실을 비유한 것이다.

이 작품으로 저자는 어린이와 성인을 아우르는 상상력으로 스테디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우리나라 대전시립무용단은 2004년, 2005년에 걸쳐 동명의 이름으로 된 무용극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책보다는 인터넷을, 오락을 많이 하는 지금 아이들에게, 책값이 왜 이리 비싸냐고 투덜대는 어른들이 읽어야 할 이 세상의 소중한 작품 중의 하나라 소개하고 싶다.

책은 우리들에게 머리의 지식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지혜의 산물을 만들어내게 하는 능력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책 먹는 여우 (예스 특별판)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주니어김영사(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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