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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양지꽃,  노란 뱀딸기꽃과 비슷한 양지꽃 사진을 보며 꽃속에 별을 보았다.  별하나 나하나... 꽃속에서 찾아낸 별이 여덟개는 되었다.    별이 보이시나요?
4월 양지꽃, 노란 뱀딸기꽃과 비슷한 양지꽃 사진을 보며 꽃속에 별을 보았다. 별하나 나하나... 꽃속에서 찾아낸 별이 여덟개는 되었다. 별이 보이시나요? ⓒ 권용숙
멀리가지도 못하면서도 주위의 야생화를 찾아다니는데 조금씩 미쳐(동생이한말) 갔다. 오랫동안 희귀한 야생화를 연구하고 사진을 찍어온 사람들이 보면 흔한 꽃일지 모르지만 꼭 보고싶었던 야생화를 찾아내 렌즈를 통하여 들여다보는 순간 촛점이 맞은 꽃들이 내눈에 빨려들것같이 선명하여 솜털까지 보여질때는 내몸에난 솜털까지 돋는듯한 긴장감 까지 일어난다. 사진을 찍고 나서도 그자리를 떠나지못하고 자꾸 서성인다. 그다음주 휴일엔 그곳에 다시한번 찾아가 내가 사진 찍어준 꽃들이 잘있는지를 살펴보게까지 되었다.

다시 찾은 꽃들이 꽃잎이지고 잎사귀만 남아있을때는 다음해에 또오마 약속했지만, 작은묘주위에 하얀 종소리를 울리며 피어있던 둥글레꽃을 누군가가 모조리 캐어가 붉은 황토흙만 파헤쳐져 있을때는 마음이 얼마나 아프던지 '제발 그러시면 안된다'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4월, 각시붓꽃  지양산길을 걷다 멀리서 보고  제비꽃인줄 알았는데 각시붓꽃이었다.  각시라는  접두어는 작다는 뜻이다.
4월, 각시붓꽃 지양산길을 걷다 멀리서 보고 제비꽃인줄 알았는데 각시붓꽃이었다. 각시라는 접두어는 작다는 뜻이다. ⓒ 권용숙

이제 봄도 무르익을 무렵 풀,꽃 때문에 땅만 바라보고 다니던 내가 커다란 소나무를 보게되었다. 소나무에선 노란 송화가루가 날리고 있었는데 송화가루 날리는것은 소나무숫꽃이라고 했다. '소나무가 꽃을 피다니...' 그리고 암꽃이 핀다는 기가막힌 사실을 알았다.

그날 이후 내눈에 소나무만 보였다. 멀리서 바라보는것에 만족하던 내가 소나무를 살펴보기 시작하고 소나무가 있는 산을 삿삿히 살피기 시작했지만 숫꽃만 보일뿐 암꽃은 아무리 찾아봐도 한개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동네 소나무는 다 숫꽃만 피는 종류인가보라고 포기하고 싶을쯤인가 보다. 생각지도 않은 자동차 매연이 풀풀 날리는 도로옆 말라빠진 소나무를 쳐다본 순간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주작은 보라빛돌기가 끄트머리에 달려있는 애기솔방울 닮은 그것! 사진에서 본 소나무 암꽃이 피어있었다.

알고보니 "소나무꽃은 같은나무에 암꽃과 숫꽃이 피는 자웅동주 수종이라서, 같은 나무에 암꽃과 숫꽃이 같은 시기에 피지 않고 약 일주일정도의 차이를 두고 암꽃이 먼저피고 암꽃이 시들 때쯤에 숫꽃이 나중에 피어나도록 조절된다는 사실이다. 될 수 있으면 같은 나무의 꽃가루가 아니라 다른 개체의 꽃가루받이를 함으로써 어버이와는 유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자손을 만들기 위한 신비로운 계산이 숨어있는 것이다. 근친결혼이 나쁘다는 것을 소나무는 우리 인간들 보다 벌써 오래 전에 터득" 했기 때문이라 암꽃과 숫꽃을 동시에 보기가 어려웠던 것이었다.

5월, 소나무 암꽃(위) 과 소나무 숫꽃(아래) 소나무 암꽃은 송방울이 된다.
5월, 소나무 암꽃(위) 과 소나무 숫꽃(아래) 소나무 암꽃은 송방울이 된다. ⓒ 권용숙

"꽃의 생리를 모르고는 사진을 찍을 수 없지요"

야생화 찾아 30년을 누빈 김태정박사(한국야생화연구소장)의 말이다. 하늘타리 꽃을 찍으며 그한마듸에 전적으로 동감하게 되었다. 그는 노랑매발톱 꽃을 찾기위해 무려 25년이나 걸렸다고 했다.

사진을 찍다보니 목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소나무암꽃을 찾았으니 다음은 무슨꽃을 찾아볼까 마음속으로 정해놓게된다. 그래, 사진으로 딱 한번 보았던, 어릴때 죽나무를 타고 하늘높이 올라 노란 열매를 허공에 주렁주렁 달아놓았던 '하늘타리꽃' 한번 보고싶다.
마침 산밑 찔레나무 가지를 칭칭감고 무섭게 뻗어가고 있는 하늘타리를 발견해놓고 꽃피기만 기다리게 되었는데 거의 한달동안이나 난 사진에서 본 머리를 풀어헤친듯한 모습의 꽃이 아니라 입을 꽉 다문듯한 꽃만 보아야했다.

7월,  하늘타리꽃  꽉다문 꽃잎을 펴보기도 하였다.
7월, 하늘타리꽃 꽉다문 꽃잎을 펴보기도 하였다. ⓒ 권용숙

도대체 활짝핀 꽃을 언제 볼 수 있는걸까? 아침에 가보고, 점심에가보고, 저녁에 가보아도 늘 하늘타리꽃은 꽃잎을 다물고 있었다. 아침,점심,저녁에 꽃이 피지 않으면 새벽일꺼라 생각했다. 모처럼의 휴일 새벽에 일어나, 카메라하나 달랑들고 하늘타리 앞에 섰는데 여전히 꽃잎을 벌리지 않고 나를 실망시켰다. "수수께끼야~" 하면서 한가지 희망을 갖게한 누군가에게 잘리워진 하늘타리 줄기에 붙어있던 하늘타리꽃 한송이가 머리를 활짝풀고 말라가고 있었다. 죽은꽃을 놓고 좋아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본적있는가? 내가 그랬다. 희망이다 언젠가는 꽃이 활짝 피었다는는것이니 새벽도 아니면 밤에 피는것이겠지...

누군가  하늘타리 줄기를 잘라놓은 덩굴에 말라가는 활짝핀꽃을 처음보았다.
누군가 하늘타리 줄기를 잘라놓은 덩굴에 말라가는 활짝핀꽃을 처음보았다. ⓒ 권용숙

캄캄한밤 후렛쉬도 없이 인적이 없는 산을 막내를 보디가드 삼아 하늘타리를 찾아갔는데 캄캄한 어둠속에 하얀꽃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활짝 피어있는 모습이라니...
하늘타리꽃은 밤에만 피었다 해뜨기전 꽃잎을 꽉다물어 버리는 밤의 꽃이었다.

그때의 그기분은 두고두고 잊지못할것이다. 나는 칠월 내 작은 홈피에 '<특집>하늘타리꽃' 을 쓰게 되었다. 그후로 사람들은 그때는 기자도 아닌 날더라 장난삼아 권기자라 부르기 시작했다. 기자도 아닌데 자꾸 기자라 불러 홧김(?)에 진짜 기자가 되버렸다. 바로 <오마이뉴스>시민기자가 된것이다.

캄캄한밤에 드디어 활짝핀 하늘타리꽃을 보다.   꽃잎이 머리를 풀어헤친듯 하다.
캄캄한밤에 드디어 활짝핀 하늘타리꽃을 보다. 꽃잎이 머리를 풀어헤친듯 하다. ⓒ 권용숙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이제 꽃들도 열매를 맺고있다 간간히 가을에 피는꽃들은 그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꽃무릇, 고마리를 시작으로 간간히 기사를 써보았다.
그러다 난 곤충에 흠뻑 빠지게 되었으니, 꽃은 내가 사진을 찍고자 마음 먹으면 언제나 이리저리 골라 좋은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데, 곤충들은 달랐다. 아주 멋진 장면을 보아놓고도 놓치기 일수였기 때문에 곤충 사진을 찍으면서 항상 가슴이 두근두근 긴장을 했다.

날아갈까봐, 펄쩍 뛰어갈까봐, 톡톡 튀어 도망갈까봐, 도망가기전 짧은 순간에 사진에 담아내는 재미는 숨을 죽이게 하면서 스릴있었다.

내주변에 곤충이 많이도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해낸 내자신이 대견하기도 했다. 같이 걸음을 걸으면서도 다른사람은 보지 못하는 아주작은 곤충들까지도 내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먹부전나비,  짝짓기 중이다.
먹부전나비, 짝짓기 중이다. ⓒ 권용숙

두달여 동안 찍은 많은 곤충들중 지금까지 특종하나를 뽑으라면 난 "베짱이도 가끔은 베짱이를 먹는다" 로 기사화가된 베짱이 사진을 뽑고싶다. 이글은 나도 모르게 포털싸이트(NAVER)에 올랐는데 댓글이 무려 212개나 달려있었다는걸 나중에 알고 댓글 읽느라 눈이아퍼 눈물까지 흘렸다. 사람들은 "할일이 그렇게도 없냐"고도 하고, "백과사전 내용을 바꿔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남편은 가끔 나에게 웃음서 "촌년(?) 출세(出世) 했다" 고 한다.

내글에선 촌티가 뚝뚝 떨어진다. 어릴때 서울사는 애들이 무진장 부러웠다. 특히 서울말씨 미칠것 같았다. 나도 이젠 서울 사람이다. 서울사람이 되고 나서야 촌에서 보았던 모든것이 소중하여 찾고 또 찾아 확인하고 사진을 찍으며 맘속에 저장하기도한 한해가 되었다.

청개구리와노린재,  청개구리가 노린재를 향해 펄쩍뛰었는데 노린내가 났는지 못잡아먹고 포기하고 돌아서는 중이다.
청개구리와노린재, 청개구리가 노린재를 향해 펄쩍뛰었는데 노린내가 났는지 못잡아먹고 포기하고 돌아서는 중이다. ⓒ 권용숙

조그만 디카가 내손안에 들어온 한해, 난 그 디카를 가지고 감히 자연을 보기 시작했다. 풀한포기 꽃한송이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있어도 보인다" 는 정일근님의 시처럼 숨어있는 야생화 또는 곤충들을 하나씩 둘씩 찾아내 보았던, 내겐 의미있는 한해였다.

2005년 나만의 특종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여름날, 개울같은 계곡에서 황토흙물에 멱감던 촌사람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것이다.

" 촌년 출세 했다"

덧붙이는 글 | 소나무꽃에 대한 설명은 경북대학교 임학과 박용구 교수님글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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