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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즈메디 노성일 이사장이 "줄기세포가 없다"고 폭탄 선언을 한 이후에 '황우석 죽이기는 안됩니다'라는 기사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황 교수님 같은 과학자 한명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과학자를 여론몰이로 죽이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류와 검증을 통해서 과학자에게 부여된 '신화'의 껍데기를 벗기고 과학자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렇지만 사태가 그 이후에 엄청나게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더니 결국 서울대가 12월 23일 "2005년 논문은 계획적으로 조작되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 뒤를 이어 교수님이 "교수직을 사퇴한다"고 하면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 내용을 보았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만분지일이라도 사죄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시간부터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합니다. 하지만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우리 대한민국 기술임을, 국민 여러분들은 다시 확인하실 겁니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

'사죄'라는 단어가 세번이나 사용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황 교수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억울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사죄하는데도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 사죄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하지만~"이라고 부연설명한 내용과 함께 사죄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앞의 사죄보다 뒤의 주장("배아줄기세포는 대한민국 기술임을 국민 여러분들은 다시 확인하실 겁니다")이 더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것을 보면서, 교수님이 하신 '사죄'는 또하나의 모호함을 남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황 교수님, 무엇 때문에 사죄하십니까? 무엇을 잘못하셨는지 알고는 계십니까? 대국민 사과의 내용으로 판단해보면, 국민들이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실망을 받은 것에 대해서 사죄한다는 것으로 들립니다. 국민들이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실망을 받은 것, 교수님은 그것이 무엇인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서울대 중간발표 이후에 나온 대국민사과이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를 조작해서 논문을 제출한 책임자로서 사죄한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무수한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와 함께 비방과 욕설이 난무했던 '황우석 논쟁'에서 무엇이 초점이고 무엇이 쟁점인가가 많이 흐려져 있습니다. 정확하게 2005년 논문이 무엇 때문에 세계적인 것이고, 그것이 치명적인 오류라면 세계 과학계에 어떠한 파장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각자의 주장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2005년 논문에서 11개의 줄기세포가 2개, 혹은 하나라고 한다면 그 논문의 존재가치는 '제로'나 마찬가지인데, 교수님은 "한 개면 어떻고, 열한 개면 어떻고, 일 년 이후면 어떻습니까?"라는 말로 2005년 논문의 핵심을 비껴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3일 교수직을 사퇴하면서 발표하신 대국민사과는 조금 분명함이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모호한 말을 남기셨습니다. 이는 다시 한 번 국민들이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여지를 남겨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학교에서 반성문을 쓸 때마다 지적받았던 것은 정확하게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적고나서 그것에 대해서 잘못했음을 시인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가슴 속에서 치미는 억울함이 없지 않습니다. 내가 한 잘못은 다른 한편으로 보면 어쩔 수 없는 과정 속에서 생긴 잘못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잘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혼나거나 반성문을 쓸 때마다 느꼈던 것이기에 잘못을 시인한다는 것은 정말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마 본인의 입으로 '논문을 조작했다'는 것을 말하기 힘들어서 그런 모호한 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지금까지 황 교수님의 일거수 일투족, 한마디 한마디가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던 사회적인 현상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에 교수님은 정확하고 분명하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사죄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일조할 것인지를 밝히셔야 했습니다.

저는 한때 '황우석 교수 죽이기'로 나가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상황은 '황 교수 죽이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음모론에 의해서 진행된다기보다는 대부분 교수님 자신의 모호한 태도와 불명확한 주장, 그리고 맹목적으로 황 교수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태도가 부메랑처럼 황 교수 죽이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교수님을 떠나는 현상은 왜일까요? 논리적으로 황 교수님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사라져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을 끝까지 지지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거의 '절규'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서울대의 중간 발표 이후에도 계속해서, 황 교수님의 눈에서 진실을 보았다고 절대 거짓을 이야기하실 분이 아니라는 주장을 접하면서 그 주장이 과연 황 교수님을 도와주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교수님을 사지로 몰아가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다른 대다수의 이성적인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황 교수님은 직접적으로 2005년 논문이 오류가 있었다고는 말씀하셨지만, 그것을 조작하는데 대한 책임자로서 잘못했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어제 대국민사과 속에서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실망을 받은 것"이라는 표현이 그것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한 황 교수님의 태도 때문에 황 교수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한가닥 희망을 붙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 희망이 황 교수님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반대로 그 희망을 붙잡은 사람들에게 황 교수님은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요?

아직도 황 교수님만이 난치병의 희망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전국적으로 촛불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는 황 교수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고맙고 든든한 후원자로 생각되십니까? 저같으면 황 교수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무섭고, 두렵게 느껴질텐데…. 저와 황 교수님은 그런 점에서 다른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황우석 지지와 사랑은 이제 방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한 개인에 대한 신화의 껍데기는 벗기고 과학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저의 이 글이 또 하나의 '황우석 죽이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겠죠… 황 교수님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셨더라면 적어도 이러한 종류의 '황우석 죽이기'는 없었을텐데… 아쉽습니다…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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