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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호주 남단 남극해 공해상. 일본 국적의 포경선이 밍크고래를 발견하고 뒤를 쫓는다. 고래가 수면 가까이 올라오자 포경총이 굉음을 내면서 작살을 토한다. 그리고 불과 수초 후 바다는 작살을 맞은 고래가 흘린 피로 벌겋게 물든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나서서 막아보지만 역부족이다. 이곳은 1994년부터 국제적으로 인정된 고래보호구역이다.

▲ 남극해에서 불법 포경을 하던 일본 포경선이 중단을 요청하는 그린피스 고무보트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 그린피스
그린피스에 따르면 21, 22일 양일간 일본 포경선이 호주 남쪽 남극해에서 밍크고래를 포획하고 있다. 그린피스 회원들은 포경선을 따라가면서 포경총과 고래 사이를 가로막거나 포획한 고래를 배위로 끌어 올리지 못하게 하는 등 고래 보호에 나섰다.

일본 어선은 물대포를 쏘거나 긴 막대기로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저지했다. 때론 배끼리 서로 부딪치기도 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린피스는 이같은 광경을 생생히 담아 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올려 놓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

연구용은 '눈 가리고 아웅'... 그린피스 맹비난

ⓒ 그린피스
남극 공해상을 누비면서 고래 포획을 하는 일본 어선에는 'RESEARCH(연구용)'라고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상업용 고래 고기를 공급하기 위한 불법포경이라고 그린피스는 지적했다.

포경선에서 잡아 올린 고래는 다른 배로 옮겨져 무게와 길이를 재는 과학적 연구과정(?)을 거친 후 바로 부위별로 절단돼 포장상자에 담긴다. 식용으로 시장에 팔기 위해 본국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다. 과학적 목적은 '눈 가리고 아웅'인 것이다.

이렇게 일본 포경선에 의해 포획된 고래는 최근에 밍크고래 953마리, 멸종위기의 핀고래 10마리 등 과학연구용 포획 기준치를 두 배 가까이 초과했다. 상업포경은 국제규약에 의해 1986년부터 사실상 금지된 상태. 이 때문에 일본은 고래 관련 국제회의 때면 상업포경을 재개할 수 있도록 로비를 벌였지만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6월에는 우리나라 울산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일본은 회원국 탈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연구목적 포경을 늘려달라는 등 고래잡이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현재 국제 규정을 초과해서 불법포획을 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이에 대해 돈 때문이지 절대 과학이 아니라고 맹비난했다.

ⓒ 그린피스
'왕따' 감수 고래잡이 집착 이유

일본은 국제포경위원회에서 남극해를 고래포획 금지구역으로 정하자는 투표에서 홀로 반대 표를 던져 23개국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반대 이유는 고래가 다른 어종을 잡아먹어서 어획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영양식으로 고래 고기를 섭취했다. 고래 고기를 먹으면 용감해지고 커진다는 속설까지 있다. 각종 제례에 고래 고기가 쓰이기도 한다. 2002년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인구의 4% 정도가 정기적으로 즐겨 먹고, 9%는 드물게, 53%는 먹어보지 않았다.

ⓒ 그린피스
세대가 바뀌면서 문화와 전통 역시 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아직 고래잡이에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국 포경어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주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일부 도시에서 20년 만에 고래 고기를 학교 급식에 넣기로 하는 등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고래는 어류가 아닌 포유류라는 점에서 남획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어류처럼 한 번에 셀 수 없이 많은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1~2년에 한번씩 새끼를 낳기 때문에 자원회복이 느리기 때문이다. 포유류의 특징인 어미의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마구잡이 포획이 제한되어야 하는 이유다.

ⓒ 그린피스
귀신고래·브라이드고래·밍크고래 등 68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절멸위기종 적색 목록에 올라있는 등 멸종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에 대한 보다 강력한 외교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그린피스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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