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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동네 가로등 불빛과 나뭇가지. 마치 해돋이처럼 보인다.
ⓒ 김은숙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은 아쉬움이 많이 남고,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이 많다. 그렇지만 새해 1월 1일이 되면 새해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러면서 또 연말이 되면 아쉬움과 후회로 12월을 보내겠지.

2005년에 난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운전면허 따기, 학위 따기 그리고 아기 갖기.

이중에서 운전 면허증은 내 지갑 속에 고이 모셔 두었다. 비록 세칭 장롱 면허가 될지라도 3개월과 약 백만 원의 돈을 들여 갖게 된 아주 소중한 면허증이다. 면허 따기에 도전하면서 포기보다는 실패가 낫다는 '명언'도 깨닫게 되었다. 자꾸 떨어지면서 나와 운전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면서 나는 면허를 못 딸 것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하면 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 시멘트를 뚫고 올라온 봉숭아. 멋지다.
ⓒ 김은숙
2005년 8월에는 대학원에 다시 복학을 했다. 등록금도 모았고, 논문이 털어버려야 할 마음의 짐이며, 꼭 언젠가는 매듭지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꾸 미룬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며 점점 더 자신이 약해질 것 같았다. 선배님들 말이 휴학한다고 절대 좋은 논문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지나 보니 그 말이 맞다.

복학을 하면서 청주 생활을 접고 서울로 다시 올라오게 되었다. 일요일마다 남편을 두고 내려가는 아쉬움도 끝났다. 다만 날마다 남편의 팔베개를 베고 잘 수 있는 것은 행복하지만 아버지, 어머니의 말벗이 되어드리지 못하는 것은 또 다른 아쉬움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은 진리인가 보다.

12월이 다 끝나가지만 아직 논문은 끝나지 않았다. 이 논문이 통과될지 아닐지는 나의 손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따게 된다면 2005년은 세 가지 중 반 넘게 이루는 성공적인 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세번째 소원인 아기 갖기는 정말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닌가 보다. 정말 아기가 우리 부부에게 오고 안 오는 것은 '인샬라'인가 보다. 뱃살은 자꾸만 쪄서 배는 나오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여지없이 내 배를 보면서 임신했냐고 묻는다. 솔직하게는 정말 얼굴 붉히면서 몇 개월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이 아니어서 조금은 씁쓸하다.

올해는 시아버지의 70회 생신이다. 가족들 모두 돈을 조금씩 모아서 금강산 여행을 준비 중이다. 생신 때 가장 기쁜 선물은 손자 소식일텐데 올해에는 그 선물을 준비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언젠가는 '인샬라' 아기가 우리에게 다가오기를 바랄 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에 고이는 물을 퍼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가끔 요즘은 왜 기사 안 쓰느냐고 물어준 사람이 있어 고맙다. 부족한 넋두리 비슷한 글들에도 잘 읽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 고맙다.

2005년 12월 31일에는 남편이 친정에 가자고 한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쓸쓸한 친정 집에 시끄러운 웃음소리 나게 남편과 함께 친정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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