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이 피었습니다. 대설주의보속에 펑펑 함박눈이 내리고 영하 십 몇 도의 강추위에 추운 밤이 지나더니 이렇게 예쁜 눈꽃이 피었습니다. 눈꽃은 추울수록 더 아름다운가 봅니다. 거리에도, 들판에도 눈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화창한 봄날 나무마다 다른 잎을 돋우고, 다른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기에 한 겨울 눈꽃도 달랐습니다.
소나무는 뾰족한 잎에 눈이 뭉쳐 있었습니다.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며 쫒길 때 비상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숨겨둔 것 같습니다. 줄기마다 화살의 날개처럼 펼쳐진 화살나무의 눈꽃도 신기합니다. 대나무 잎은 가녀린 잎에 참 많은 눈을 얹고 있었습니다. 눈의 무게가 힘겨워 금세라도 잎이 꺾일 것 같지만 그래도 잘 견디고 있었습니다.
고운 눈꽃을 피운 것은 나무들만이 아닙니다. 들풀들도 아름다운 눈꽃이 되었습니다. 부들의 날카롭고 길쭉한 잎도, 사군자 난초가 부럽지 않은 한국화 한 폭이었습니다. 꽈리는 둥근 꽈리를 그대로 하고 눈꽃을 피웠습니다. 모자를 푹 눌러 써 그리 춥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날카로운 가시를 갈아 열매를 지키던 해당화도 새로운 모습입니다. 하얀 눈꽃에 잠시 날카로운 가시를 감추고 순둥이가 되었습니다.
눈꽃을 만지려 살짝 손을 뻗어보았습니다. 손끝에 눈꽃의 차가운 느낌이 전해지는 순간 눈꽃이 가득한 가지가 부르르 떨며 눈꽃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떨어지는 눈꽃을 보고난 뒤에는 그저 눈으로만 눈꽃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해가 뜨고, 햇볕에 녹기 시작한 눈꽃들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며 눈을 날렸습니다.
누구라도 하얀 눈을 보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을 겁니다. 마음 무딘 사람이라도 한두 가지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렇게 떠오르는 추억은 반짝이는 눈꽃같은 그리움이 됩니다. 문득 발이 시립니다. 눈꽃을 사진에 담으며 발이 다 젖어 버렸습니다. 추위가 귀찮고 눈이 지긋지긋하여도 지금은 하얀 겨울입니다.
올해 유난히 눈이 많습니다. 눈 때문에 피해도 많이 발생했습니다. 눈 이야기만 들어도 지긋지긋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더욱이 눈 피해는 도시보다는 농어촌에 더 많은 타격이 되고 있어 마음이 더 아픕니다. 빠른 피해 복구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