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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6일 오후 1시 15분]

"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없다"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폭로가 나온 뒤, 대부분의 언론과 함께 황우석 신드롬에 편승했던 정치인들도 면목이 없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노동당만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각 당의 대선후보들과 유력정치인들은 MBC < PD수첩 >과 황우석 교수의 진실공방에서 황 교수 지원에 열중했다. 일부 정치인은 이 문제를 이념문제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손학규 "황 교수 해치는 사람들 격리하자"

▲ 4일 오후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황우석 교수의 복제소 '영롱이'를 사육중인 '황우석 박사 송아지 복제시험 농장'을 방문했다.
ⓒ 손학규 경기도지사
황우석 교수 지원에 가장 열성을 보인 정치인은 단연 손학규 경기도지사다.

손 지사는 경기도비 150억원, 국비 70억원을 들인 황우석 바이오장기연구센터 기공식에서 "황우석을 탄압하고 해치는 사람들을 배격하고 격리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는, 황 교수 연구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보이지 않은 악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1일 황 교수 문병 뒤에는 "황우석 교수는 역시 믿음직했다, 몸은 힘들어 링거주사를 꽂고 있었지만 안광은 빛나 자신에 차 있었고, 내 손을 꼭 잡은 황 교수의 손에서 모든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중략)…황 교수의 손을 쥐고 있는 나의 가슴에는 감격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와 관련, 손 지사의 한 측근은 16일 오전통화에서 "진위공방을 벌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기자회견 다 보고 입장을 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명박 서울시장도 입원 중인 황 교수에게 전화로 "바깥에서 어떤 얘기가 들려오든 신경 쓰지 말고, 실험에 몰두해 결과로 모든 것을 보여달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표는 황 교수에 대한 비판을 이념문제로 연결시켰다. 박 대표는 지난 13일 아침 동국포럼 강연에서 "우리 사회는 황 교수 문제까지 이념적으로 풀고 있다"며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갈라 이념 잣대로 연결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에 앞서 11일 서울대병원으로 병문안했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국회에서 사학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한 데 반발해 장외투쟁을 선포한 긴급상황에서의 병문안이라 눈길을 끌었다.

유시민 "부당하게 과학자 조지니 방송국 흔들흔들"

여권에서도 황 교수의 지지자들이 많았다.

▲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황 교수의 연구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라며 강도높게 < PD수첩 >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은 7일 강연에서 "< PD수첩 > 프로듀서가 (황 교수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제가 가서 검증하는 것과 똑같다, 기자나 저나 생명공학에 대해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저는 보건복지위원을 2년이나 했기 때문에 좀 안다"고 자신감을 내보인 뒤 "(< PD수첩 >이) 무모하게 덤빈 것"이라며 "부당한 방식으로 과학자를 조지니까 방송국이 흔들흔들하고, 광고 끊어지고 난리 아니냐"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12일 황 교수를 병문안한 뒤 "황 박사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며 "이런 사람을 보호하고 지킬 필요가 있는데, 우리 사회가 그 정도로 성숙한 사회가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 상황은) 이성적 대처가 필요하다"며 "황 박사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특히 언론이 많이 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국무총리도 6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연구단계에 있는 과학적 결과물을 과도하게 취재하고 파헤치려 해 우리 학계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과학자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끼친 사태"라면서 "과기부에서는 우리 과학계의 단기 성과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더 잘 지원하고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원혜영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도 < PD수첩 >의 취재윤리에 대한 사과가 나온 뒤 "과학의 성과는 과학계가 스스로 검증해야 한다"며 "언론이 이를 검증하겠다고 나선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 PD수첩 >에 대한 여론의 공격이 쏟아지던 지난 6일에 열린우리당 권선택 의원(대전 중구)이 주도해 결성한 '황우석 교수와 함께 하는 국회의원 모임'도 곤혹스런 상황에 빠지게 됐다.

심대평 "황 교수 1등 만드는 게 국민중심당 목표"

▲ 지난 8일 심대평 충남지사가 홍성 돼지공장을 방문해 관련 공무원으로부터 농장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안서순
한화갑 민주당 대표도 빠지지 않았다. 한 대표는 지난 달 28일 "황 교수가 서구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연구했다면 이런 윤리문제가 나왔을까 의심"이라면서 "우리나라의 업적에 대한 전 세계의 반작용"이라고 재단해버렸다.

노 이사장의 폭탄발언이 방송된 다음날인 16일 오전 오전 9시 50분께는 황 교수실 연구실 앞에 한화갑 대표가 보낸 난이 도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황 교수의 고향(부여)인 충남이 주 근거지인 (가칭)국민중심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인 심대평 충남지사는 지난 7일 열린 대전시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사람을 밟아야 자신이 산다는 이상한 풍토가 조성돼 있다"며 "황우석 교수를 1등으로 만드는 게 국민중심당의 목표이고 우리는 황 교수를 반드시 살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는 황 교수팀이 최초로 줄기세포 연구를 벌였던 충남 홍성군의 양돈농장을 방문해 '기념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또 내년도 본 예산에 양돈농장 임대료와 분뇨처리비, 실험돼지 구입비 등으로 모두 8400만원을 긴급 편성했다.

이와 관련, 충남도 관계자는 "매우 당혹스럽다"며 "현재 (논란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근태 "국익도 중요하나 진실 선행돼야"

이와 달리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시종일관 원칙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김 장관은 지난 달 22일 황 교수의 난자 매매 및 생명윤리 위배 의혹과 관련해 "국익도 중요하지만,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밝히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들이 황 박사가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놓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 자체를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5일에도 "윤리문제는 윤리문제대로, 진위 문제는 과학계가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풀어 가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목소리
여, "정치적 악용" 개탄 - 야, 청와대·정부 책임론 제기

황우석 파문 하루 뒤 정치권은 냉정을 되찾자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난치병 환자들의 상처와 생명공학 분야의 위축을 다독이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야당은 청와대 책임론을 제시하며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 보좌관 등의 인책을 제기할 조짐이다.

열린우리당은 16일 비상집행위원회의에서 정세균 의장은 "아직 사실 확인이 명확히 안 되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겠다"며 "그런 와중에 당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전병헌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며 "IT산업이 그렇듯이 BT(생명공학)산업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차분하고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청와대 책임을 묻는 한나라당에 대해 전 대변인은 "이런 문제까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이 개탄스럽다"고 말했으며 "국민의 마음이 뒤숭숭한 때에 불법 동원된 장외집회를 여는 것은 제1야당으로서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화살을 되돌렸다.

한나라당은 '황우석 파문'으로 정국이 뒤숭숭한 가운데 행여 촛불집회가 뉴스의 초점에서 밀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오전 지도부 회의 때는 황우석 교수 파문 관련 이렇다 할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후 브리핑을 통해 "황 교수의 연구성과가 자료를 토대로 나온 것처럼 입증문제도 과학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기초과학지원에 대한 총체적 지원을 점검하고 국민적 관심을 부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냉정을 강조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박기영 청와대 보좌관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에 대해 신속히 조사하고 보고할 수 있는 위치인데 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왜곡·축소·은폐해서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아닌지, 조속한 연구성과물을 재촉해 황 교수가 쫓기지는 않았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무엇보다도 투명성을 무시하고 성과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 풍토를 비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정부의 정책운영 시스템의 문제점을 밝히고, 특히 BT 산업 전반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정치권 차원의 대안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이어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줄기세포 연구가 중단되지 않고, 투명한 바탕 위에서 활성화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으며 MBC < PD수첩 > 등을 향해 "마녀사냥식 분위기에서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 박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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