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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서울 동일여자고등학교에서 직위해제된 조연희(41), 박승진(46), 음영소(46) 교사가 제5회 투명사회상을 수상했다. 공교롭게도 부패한 사학재단에 맞서 싸운 이들의 투쟁의 결실로 사립학교법이 국회에서 통과한 날이었다.
ⓒ 교육희망 안옥수

"이 상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축하하는 상이에요. 법 개정을 위해 전교조 교사, 사립학교 선생님, 학부모 모두가 부패와 비리의 사학과 맞서 싸운 노력을 이제야 알아줍니다."

지난 9일 (사)한국투명성기구와 서울신문사가 주최하고 국가청렴위원회가 후원하는 제5회 투명사회상을 수상한 동일여자고등학교 조연희(41), 박승진(46), 음영소(46) 교사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투명사회상을 받아서만이 아니다. 이날 진정한 '상'은 국회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에 상정돼 통과된 것은 부패한 사립재단에 맞서 싸운 이들의 투쟁이 맺은 '결실'이었다.

"학부모, 교사, 학생, 지역주민들은 동일학원 재단의 비리를 없애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제도적인 문제가 저희를 답답하게 했어요. 특히 사립학교법은 사학재단들의 비리와 부패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사회에서 친인척을 동원해 학교를 마음대로 운영하는 데도 별다른 감시 장치도 없어요. 그런데도 3분의1의 개방형 이사회를 가지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비록 4분의 1이긴 하지만 힘겹게 내딛는 한 발입니다."

이들은 교사이지만 현재는 교실에서 학생들과 만날 수가 없다. 동일학원 재단이 학교의 비리를 사회에 알렸다는 이유로 '직위해제'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몸담고 있는 동일학원은 '사학비리의 종합세트'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학교다. 있지도 않은 유령 동창회를 만들어 놓고 1975년부터 25년간 학생들로부터 동창회 입회비를 걷어왔으며 학생들의 교육 활동비로 사용해야 하는 학교예산 16억5천만원을 전용했다. 또 1999년부터 2001년까지는 5억5천만원의 급식비를 불법으로 걷기도 했다.

수상자들을 포함한 60여 명의 전교조 교사들은 2003년 서울시교육청에 특별감사를 청구, 이 같은 비리를 밝혀내 사회에 고발했다. 그런데 재단은 사립학교법 등을 최대한 활용해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상·재정상 조치는 무시하고 3명의 교사에게 직위해제라는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교사들의 노력으로 학교교육환경이 민주적으로 변화했다. 학생회장을 학생들이 직접 뽑고, 학교회계 예결산서가 공개되는 등 투명하고 민주적인 학교운영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같은 노력이 이번 투명사회상을 수상하는 밑바탕이 됐다.

3명의 교사는 "너무 부끄럽고 쑥스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주민들이 비리에 맞서 연대해 일궈낸 성과인데 자신들만이 상을 받는 게 여간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조 교사는 "학내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상을 대표로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사립학교 부패와 비리를 고발해 직위해제를 당한 교사만도 현재까지 20여 명에 이른다.

역대 투명사회상 수상자를 들쳐보면 사립학교 재단 비리에 맞선 투쟁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2회 투명사회상은 이사회 비리를 속속들이 밝힌 전교조 인권학원 분회가 수상했으며, 3회는 학생들에게 청소용역비를 징수하는 문제와 학교를 비판했다고 학생을 퇴학시킨 재단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 용화여고 진웅용 교사가 받았다.

올해는 이들과 함께 영덕여자고등학교 전 행정실 주사였던 김중년씨 역시 사립재단의 이사장이 학교예산을 착복하는 실태를 고발해 투명사회상 수상자로 명단을 올렸다.

이제 조연희, 박승진, 음영소 교사의 바람은 교단에 서는 것. "하루빨리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과 정상적으로 수업하고 학교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등 보다 나은 학교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덧붙이는 글 | 전교조 신문 주간 <교육희망> 434호 12월 14일자 1면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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