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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울릉도 저동 오징어 어판장에서 어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른 아침 울릉도 저동 오징어 어판장에서 어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배상용
여기는 울릉도 경제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저동 어판장입니다. 새벽부터 어선들이 잡아온 오징어를 손질하기 위해 어민들은 모두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오징어를 손질하는 사진을 담기 위해 지금 이곳에 서 있지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끝은 너무나 차기만 합니다. 사진을 몇 컷 찍고 저도 모르게 카메라에서 손을 떼 뜨거운 입김으로 아려오는 손가락을 달래보려 애를 씁니다.

울릉도를 상징하는 저동항 내의 촛대바위를 뒤로 하고 어민들이 차디찬 바닷물을 양수기로 끌어올려 오징어를 손질합니다.

차가운 바닷물에 손끝이 아려옵니다.
차가운 바닷물에 손끝이 아려옵니다. ⓒ 배상용
고무장갑에 목장갑까지 끼워 냉기를 이겨보려 하지만 별 소용이 없어 보입니다. 그저 묵묵히 자식들과 집안의 생계를 걱정하며 참고 있을 뿐입니다. 오징어 내장을 제거하는 할복과정이나 건조장으로 가기 위한 잔일거리는 대부분 어머님들의 몫입니다.

어머님들은 차갑게 내리는 눈과 바람을 뒤로 하고 차디찬 수돗물에 손을 담급니다. 나는 못 먹고 못 배워도 내 새끼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많이 가르치고 잘 먹여야지, 하는 부모님들의 몸부림일지도 모릅니다.

날이 갈수록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면세유 값에 오징어라도 많이 잡히지 않는 날이면 이윤은 고사하고 본전도 찾지 못한다며 출어를 포기하는 어민들의 얼굴엔 근심과 주름이 짙어만 갑니다. 그래도 오늘은 제법 오징어가 많이 났다며 활짝 웃음을 짓습니다.

오징어 어판장을 뒤로 한 채 승용차 위로 함박눈이 한가득입니다.
오징어 어판장을 뒤로 한 채 승용차 위로 함박눈이 한가득입니다. ⓒ 배상용
그런 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매서운 바람에 눈발이 날리고 손끝과 발끝이 아려도 제발 오징어만 많이 잡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육지 손님 어서 와요 트위스트~ 오징어가 풍년이면 시집가요~ 아름다운 울릉도~"

울릉도를 주제로 한 가요 "울릉도트위스트"의 노랫말처럼 오징어가 없는 울릉도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추운 영하의 날씨라도 우리 울릉도 어민들은 만선과 가정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견딜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배상용 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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