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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동 금감위 국장이 국정브리핑에 기고한 해명들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써놓은 댓글.
박대동 금감위 국장이 국정브리핑에 기고한 해명들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써놓은 댓글.
지난 국정감사에 이어 최근 다시 논란이 일고 있는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사이트에 '의혹이 해소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남겼다.

지난 8일부터 제9차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공식 방문중인 노 대통령은 지난 12일 오후 12시 국정브리핑(www.news.go.kr) 정책뉴스 코너에 올라와 있는 금융감독위원회 박대동 감독정책1국장의 외환은행 매각 해명 기고문을 보고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박 국장은 지난 9일 "최근 일부 언론에서 2003년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정부가 외환은행의 부실을 자의적으로 부풀려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하였다고 보도했다"면서 이에 대한 정부 쪽 입장과 보도를 반박하는 내용을 조목조목 실었다.

그는 "외환은행 매각은 정부 주도가 아닌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이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한 끝에 스스로 선택한 대안이었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이어 2003년 당시 외환은행과 주식시장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대주주였던 독일의 코메르츠은행이 외환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출자의사가 없음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가 외환은행의 잠재부실을 과장해 부실 금융기관으로 간주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외환은행에 대한 비관적 시나리오에 의하면, 외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BIS비율이 2003년말 6.2%까지 하락될 것이었다"면서 "1조 원의 외자유치에 성공하면 2003년말 BIS비율은 10.2%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하지만 "론스타가 1조1000억 원을 신규 투입한 후에도 2003년말의 실제 BIS비율은 전망치보다 낮은 9.3%에 불과했다"며 "이런 점에서 볼 때 외환은행에 대한 BIS비율 추정이 당시 경영 상황을 부풀려 왜곡한 전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의혹 해소되길, 기사에 대한 대응은?" - "KBS에 정정보도 요청"

박 국장의 기고문을 읽은 노 대통령은 "잘 보았습니다.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랍니다"면서 "기사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했는지가 기사에 나와 있지 않아서 궁금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댓글에 박 국장은 13일 오전 11시 54분께 "금감위는 올해 국감에서 외환은행 매각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설명했으며 이는 언론에 소상히 보도됐습니다"면서 "그런데 최근 일부 방송이 '론스타 말만 믿고 외환은행 매각'이라고 보도한데 이어 국회의원들이 '외환은행 매각의혹' 감사를 청구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에 제가 오늘 출입기자단에게 이 사안을 재차 상세히 설명하였으며 해당 방송사에 정정보도를 신청하였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박 국장은 이날 오전 금감위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국정브리핑에 기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방송(KBS)은 지난 2일 '9시 뉴스'를 통해 "대표적인 국부유출 사례로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정부가 론스타의 자료만 믿고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판정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나경원, 이진구, 권영세, 이명규 의원 등 12명이 지난 8일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청구안'을 국회에 접수하면서, 은행 불법 매각 시비가 다시 불거졌다.

이들 의원들은 감사청구안에서 "정부 당국이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기 위해 조직적인 개입을 통해 각종 경영지표를 왜곡해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둔갑시켰고 이를 근거로 외국계 펀드에 불법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박대동 국장의 기고문

최근 일부 언론에서 2003년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하여 정부가 외환은행의 부실을 자의적으로 부풀려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러한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의 균형잡힌 이해를 위해 외환은행 매각당시인 2003년의 금융시장 상황 및 외환은행 경영현황, 그리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취득 승인과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2003년 당시의 금융시장은 연초부터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와 카드채 문제로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며, 가계대출의 부실화 및 이에 따른 신용불량자 급증 등 각종 문제가 가시화되었다. 이로 인하여 금융시장은 대내외의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었다.

특히 외환은행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하이닉스 등 현대계열사 부실화, 자회사인 외환카드의 적자확대 등으로 재무건전성의 급속한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에 대한 시장신인도가 떨어지고 시장점유율도 하락하였다.

매각 당시 외환은행 경영상황은 최악

이렇듯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외환은행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외자유치를 통한 자본확충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였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방식의 증자 및 해외 증권발행을 시도하였으나, 당시 증시상황의 악화와 외환은행의 신인도 하락으로 무산되었다. 또한 대주주인 독일의 코메르츠은행은 본사의 경영 상태가 어려워 외환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출자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국내 및 해외 은행 등을 상대로 지분 인수를 제안하였으나, 외환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어 인수에 관심을 표명한 국내외 금융기관은 없었다. 국내외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모두 외환은행 인수에 거부의사를 밝히자, 외환은행은 유일하게 관심을 표명한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와 외자유치 협상을 진행하게 되었다.

외자유치 협상도 경영진·기존 대주주 등이 자율적 진행

이러한 과정을 보면 외환은행 매각이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다. 외환은행의 매각은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이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한 끝에 스스로 선택한 대안이었다. 또한 외환은행의 외자유치 협상은 론스타, 외환은행 경영진, 코메르츠은행 등 기존 대주주 사이에 자율적으로 진행되었다.

외환은행과 론스타 간의 외자유치 협상이 진전되어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식취득 승인을 금융감독위원회에 신청하였고, 금감위는 론스타의 주식취득 신청에 대해 간담회 및 정례회의 등을 통해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승인을 하였던 것이다.

금감위의 승인 과정에 대한 의혹도 풀고자 한다. 먼저 금감위의 의사결정 구조를 보면, 민간 비상임위원 3명을 비롯해 금융산업과 시장에 전문적 식견을 갖춘 9명의 위원이 토론과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합의제 행정기구이다. 합의제 기구 성격상 어느 한 위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론스타의 주식취득 승인시 참석한 위원들 모두 외환은행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외환은행 및 대주주의 불가피한 선택임을 이해하고 별다른 이견없이 승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음으로 금감위가 론스타의 주식취득을 승인한 이유를 설명하고 한다. 외환은행은 잠재부실규모 등으로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 확충이 시급했다. 그러나 코메르츠은행 등 기존 주주의 증자 참여가 불가능하여 외부로부터의 자본 조달이 불가피하였으나, 당시 외환은행에 관심을 표명한 국내외 금융기관은 없었다. 론스타의 주식취득 이외에는 다른 대안은 더 이상 고려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잠재 부실 지나치게 과장' 사실과 달라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금융기관은 아니지만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외환은행에 유일하게 신규 자금을 출자하기로 의사를 표명한 론스타펀드의 주식 취득을 승인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금감위가 고의적으로 외환은행의 잠재 부실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간주하였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시의 외환은행에 대한 비관적 시나리오에 의하면, 외자 유치에 실패하는 경우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비율이 2003년말 6.2%까지 하락될 것이며, 1조원의 외자유치에 성공하면 2003년말 BIS비율은 10.2%가 될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러나 론스타가 1조 1000억원을 신규 투입한 후에도 2003년말의 실제 BIS비율은 전망치보다 낮은 9.3%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외환은행에 대한 BIS비율 추정이 당시 경영 상황을 부풀려 왜곡한 전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자본도 아니고 외국의 유수 은행도 아닌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취득을 승인함에 있어 금감위는 많은 고민을 하였다. 외환은행의 잠재 부실이 실현될 때까지 기다려 적기 시정조치를 부과하느냐, 아니면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당시의 유일한 대안인 론스타의 주식 취득을 승인하여 자본의 확충을 도모케 하느냐라는 두 가지 선택만이 주어져 있었다. 금감위로서는 어느 하나 달갑지 않은 두 방안을 놓고 어렵고도 힘든 선택을 해야 할 입장이었다.

적기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방안은 선택하기 힘든 대안이었다. IMF 위기시 5개 은행 퇴출 등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험하였듯이 적기 시정조치는 해당 은행에 대한 신뢰를 급속히 하락시켜 은행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또한 국내 금융시장 불안과 거래기업의 자금조달 애로 등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심대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경제 여건상 최선의 선택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선이 아닌 대안중 차선(second best)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은행 경쟁력 키우고 국내 자본육성 힘써야

현 시점에서 볼 때,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로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당시 외환은행을 국내자본이 인수하였으면 하고 아쉬워한다. 그러나 당시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잣대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국내자본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았고, 인수 능력을 가졌거나 인수 의사를 표명한 국내 금융기관도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아쉬움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내 은행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여 수익성 및 건전성을 유지하고 충분히 자본을 확충하여 은행 부실화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건전한 국내 금융자본이 충분한 규모로 육성되어 은행에 대한 지분 참여 등 금융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장참여자들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는 것이 금융감독 당국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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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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